"쿠팡·배민 뛰어넘을 글로벌 K-유니콘 찾습니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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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90년대생이 왔다]권혁현 500글로벌 투자심사역

[편집자주] 사회 큰 반향을 일으킨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책 속 주인공인 90년대생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에 종사하는 90년대생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초반 불확실성 시대 풍파를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향후 20년 국내 VC 시장을 이끌 주니어들의 벤처투자 철학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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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현(션권) 500글로벌 투자 심사역 /사진제공=500글로벌
권혁현(션권) 500글로벌 투자 심사역 /사진제공=500글로벌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창업가 출신 심사역은 귀한 존재다. 단순히 창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스타트업의 생애주기를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선구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것과 덜어내야할 것이 무엇인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창업가 출신 심사역이 유리하다. 투자금 만큼이나 중요한 HR(인사관리), 투자사 대응 등 기존 VC 심사역에게서 받기 힘든 조언까지 받아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권혁현(션권) 500글로벌 투자심사역은 VC 경력 자체는 짧지만, 능력있는 심사역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창업 경험도 갖고 있다. 업종도 엔터테인먼트부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AI(인공지능)까지 다양하다.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 역시 권 심사역의 무기다.


UDT/SEAL 출신 창업가…K유니콘 키우는 심사역 변신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권 심사역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가족과 함께 3살 때 프랑스로 건너간 권 심사역은 유년시절을 줄곧 프랑스에서 보냈다. 이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인문지리학을 전공한 권 심사역은 2015년 졸업 직후 한국으로 건너왔다. 군 입대를 위해서다. 권 심사역은 "당시 이중 국적이어서 군 복무가 필수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도전하고 싶어 군 입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심사역이 선택한 곳은 해군 특수전 전단 UDT/SEAL이었다. 2년 간의 복무 기간 동안 안보에 관심을 갖게 된 권 심사역은 2018년 제대 이후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에서 안보학을 전공하고, 2020년 UDT/SEAL 동료들과 무사트엔터테인먼트(이하 무사트)를 공동 창업한다.

무사트는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패러디 한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를 공동 기획, 진행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권 심사역은 "당초 안보 컨설팅 회사로 시작했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겹치면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심사역은 2021년 무사트를 떠나 미국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을 개발한 카론의 창업 멤버로 합류해 아시아 지사장을 맡았다. 직접적으로 안보와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권 심사역은 "당시 카론은 미·중 무역분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자금세탁 방지 수요가 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며 "'스타트업이 이렇게 스케일업 하는구나'라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컴퓨터 비전 AI(인공지능) 영상분석 커팅엣지AI에서 17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낸 권 심사역은 올해 초 500글로벌에 심사역으로 합류했다. 권 심사역은 "당시 벤처투자 쪽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며 "그러나 김경민 대표파트너를 만나고 500글로벌 미션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글로벌 DNA 가진 창업가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사진=비전스페이스 홈페이지
/사진=비전스페이스 홈페이지
500글로벌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VC다. 운용자산(AUM) 규모만 3조원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3호 펀드(총 600억원)까지 결성해 핀다, 스푼라디오, 디웨일 등에 투자했다. 500글로벌의 미션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일이다.

권 심사역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들을 보면 쿠팡, 배달의민족 등 주로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창업가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언어의 장벽 등을 이유로 글로벌 시장을 아예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충분한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심사역은 비전스페이스를 좋은 예로 꼽았다. 비전스페이스는 디지털트윈 스타트업이다. 로봇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권 심사역은 "비전스페이스는 한국 사업이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비전스페이스가 주목한 건 노동자 1만명당 로봇대수를 가르키는 로봇밀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밀도는 1012대로 전세계 1위다. 한국의 경우 사용하는 로봇 브랜드와 운영체제(OS) 또한 다양하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권 심사역은 "투자 심사역들이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줬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며 "각 지역이 갖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권 심사역은 "500글로벌에서는 매년 두 번씩 직접 미국 창업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2주 동안의 짧은 기간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인 창업가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앞으로 글로벌에 도전한 창업가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500글로벌이 운영 중인 미국 창업 생태계 체험 행사에 참가 중인 참가자 /사진제공=500글로벌
500글로벌이 운영 중인 미국 창업 생태계 체험 행사에 참가 중인 참가자 /사진제공=500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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