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의존도 더 커진 벤처투자시장...민간투자 위축 이유는?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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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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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모태펀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 신규 결성펀드 출자금 중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 반면 2022~2023년 주요 출자자(LP)였던 금융기관과 일반법인의 출자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민간 주도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좀처럼 민간 LP들이 출자 확대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 개선과 함께 세제 혜택과 투자 규제 완화 등 민간 주도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규 출자액 모태펀드 비중…8.2%→21.6% 급증


3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4조3877억원 규모의 208개 벤처펀드가 신규 결성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건수로는 24개, 규모는 1702억원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신규 결성펀드의 LP 구성이다. 주요 LP 구성을 살펴보면 모태펀드가 전년동기 대비 2.74배(6019억원) 늘어난 9477억원을 출자했다. 신규 결성펀드 전체 출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21.6%으로 2023년 1~9월(8.2%)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그만큼 신규 벤처펀드들의 모태펀드 의존도가 높아진 것. 모태펀드외 정책금융 기관들도 출자를 늘렸다. 성장금융과 기타 정책기관은 각각 963억원, 1334억원 늘린 3071억원, 5046억원을 출자했다.

반면 금융기관의 출자는 크게 줄었다. 올해 1~9월 금융기관의 신규 벤처펀드 출자액은 737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7% 급감했다. 금융기관의 신규 벤처펀드 출자액이 모태펀드보다 적은 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직전이었던 2019년 이후 5년만이다.

금융기관과 함께 주요 민간 LP인 일반법인의 출자액도 6493억원으로 465억원 줄었다.


불안한 경제 전망·RWA 강화 부담…"신속한 정책 必"


금융기관과 일반법인 등 민간 LP들의 벤처펀드 출자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이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분쟁 재점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국내 경제 전망도 불투명"이라며 "모두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분기 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시장과 당국 예상치였던 0.5% 내외 성장을 한참 하회하는 수치다. 특히,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0.4%)이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게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도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에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금융기관의 보통주 자본(CET1) 규제 수준을 12%에서 13%로 유지하도록 했다. CET1란 RWA 대비 보통주 자본 비율로 금융기관의 건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CET1가 높으면 높을수록 금융기관 입장에서 비상장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펀드 출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400%인 비상장주식에 대한 RWA 가중치를 정책 벤처펀드에 한해 100%로 낮추고,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분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한 VC 대표는 "그나마 남아있는 민간 LP들도 투자회수 실적이 있는 대형 VC에만 몰리고 있다"며 "모태펀드를 둘러싼 중소형 VC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에 대한 해외 투자 규제, 외부 출자 제한 등 규제가 풀려야 한다"며 "중기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RWA 가중치 완화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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