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김자영 곳간로지스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고객의 '곳간'을 채워주고 있다는 김자영 곳간로지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축사 건설자재를 실어간 화물 기사님이 '주소는 맞는데 허허벌판이다'며 당황해 전화가 왔어요. 축사를 짓기 전이었으니 공터인 게 당연했죠. 그 자리에 놓고 가시라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크고작은 화물운송은 마치 혈관을 도는 혈액처럼 없어서는 안될 경제 인프라다. 국내 내륙화물 시장은 연간 약 37조원 규모로 업계에선 택시운송의 4.5배라고 추산한다. 도로와 차량이 탄생한 때부터 존재한 비즈니스이다보니 전통적인 관행이 뿌리깊다.
화물을 가진 '화주'가 화물차를 운전하는 '차주'에게 운송을 의뢰하려면 이를 중개하는 '주선사'를 통해서 연락하고, 업무는 대개 전화(콜센터)나 팩스 중심으로 처리한다. 운송 확인은 인수증을 출력, 서명하는 등기우편 방식으로 주고받는다. 특히 운임 지급은 한 달을 훌쩍 넘겨 50여일이 걸리기도 한다. 운임지급 지연은 화물업계 갈등의 단골 이유다.
여기서 혁신의 여지를 본 여성 창업가가 있다. 디지털 기술로 화주와 차주의 곳간을 모두 채워주겠다고 나선 김자영 곳간로지스(프리모) 대표다. 김 대표는 "화물 시장이 크지만 무자료 거래가 있을 만큼 아직 아날로그 방식이 보편적"이라며 "B2B 화물운송시장에서 화주와 차주의 일상을 좀 더 스마트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스토리지 운영→화물업 페인포인트 발견 프리모는 곳간로지스의 대표 브랜드. 회원제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화주·차주 모두 배차(매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엔 담당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던 운송비 책정을 날씨와 요일, 화물톤수, 거리 등 빅데이터 기반으로 개선했다. 화물오더(주문)를 전화나 팩스로 요청하고 상하차 정보, 실시간 운송 상태 확인이 번거롭던 것을 앱을 통해 간편하게 바꿨다.
종이 인수증을 날인받아 우편으로 화주에게 발송하던 방식은 종이 없이(페이퍼리스) 앱 화면에서 서명하면 된다. 운송료 지급기간이 평균 운송일로부터 55일가량 걸리던 것을 운송완료일 기준 5일 내 차주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화물을 의뢰한 화주에게 운송료 일정비율을 받는 서비스 이용료가 프리모의 주 수익이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물류업계에 일한 건 아니다. 금융, 유통기업 등에서 각종 서비스를 설계하고 실무자들을 교육했다. 20여년 직장 생활 끝에 2020년 셀프스토리지 '곳간'을 창업했다. 창고에 짐을 맡아주는 일이다보니 자연스레 화물운송에 눈을 떴다. 창업 1년만에 두번째 창업에 나선 게 곳간로지스다. 이후 기존의 곳간 경영과는 선을 긋고 프리모에 매달렸다.
김 대표는 "차주가 인수증을 화주에게 등기로 보내는 복잡한 절차, 운임 수령까지 오래 걸리는 등 고질적인 문제로 차주·화주 간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며 "디지털화, 페이퍼리스 방식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런 분야라면 전국 택배망 등을 갖춘 물류 대기업도 쉽게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며 "현장 핏이 없으면 오래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그 부분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현장 핏이란 각각의 현장 사정을 잘 알고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한다. 같은 화물이라도 식품·비식품이 다르고, 식품이라도 종류에 따라 운송시 주의점도 제각각이라는 얘기다.
프리모는 차주와 화주를 위한 종합정보망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화물운송 관련 여러 질문을 넣으면 판례에 근거해 답을 찾게 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앱에 접속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고 말했다. 또 "서울-부산 등 특정 구간을 예로 들면 요일별 계절별로 어떤 화물 이슈가 있는지 지표로 판단할 수 없었다"며 "감과 느낌에 의존하던 걸 데이터화했기 때문에 우리를 찾는 분도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김 대표는 지난달 일본을 다녀왔다. 그는 "일본의 화물운송 시장은 한국보다 5배쯤 크다고 할 정도이고 디지털전환(DX)도 화두"라며 "고객분석을 철저히 하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김자영 대표(A) 문답 Q. 서비스명 프리모, 무슨 뜻인가.
A. 프리모(primo) 어원이 제일먼저, 최고라는 뜻이다. 화물운송의 화주와 차주가 제일 먼저 찾고, 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다.
Q. 화물운송이 하루에 몇 건 되나.
A. 하루 60만~70만건 정도다. 퀵 같은 것은 빼고 트럭운송만 해도 그렇다. 1톤짜리 시장과 25톤 시장이 있고, 거리도 천차만별이다. 프리모는 하루 2000건 정도를 매칭한다.
Q. 그렇게 큰 시장에 디지털전환은 더딘 걸로 보인다.
A. 기존 콜센터도 배차 후 화물오더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급정산을 해주고, 인수증을 앱에서 서명할 수 있게 했다. 차주에게는 5일 내에 지급정산을 해준다. 화물운송 자격과 보험가입여부 등을 앱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Q. 화주에게서 운송료의 일정 요율을 수수료로 받는 것인데.
A. 기존에도 계약된 주선사들에게 화주가 지급해 오던 것이다. 그보다 우리가 받는 수수료가 더 쌀 것이다.
Q. 가장 매칭될 만한 화물을 추천한다고 들었다.
A. 그렇다. 각 차주가 '지게차 말고 수작업도 가능하다'거나 '나는 A 품목보단 B 품목이 낫다'고 기재해두면 차주의 선호구간이나 거리, 지역 등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라 맞춤 오더를 제공한다.
Q. 창업 힘들지 않나. 다시 태어나도 창업하겠나.
A. 직장생활 때 개발업무 파트장까지 해봤다. 그땐 세상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창업해보니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싶다. 창업후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매일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못 보던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계기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축사 건설자재를 실어간 화물 기사님이 '주소는 맞는데 허허벌판이다'며 당황해 전화가 왔어요. 축사를 짓기 전이었으니 공터인 게 당연했죠. 그 자리에 놓고 가시라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크고작은 화물운송은 마치 혈관을 도는 혈액처럼 없어서는 안될 경제 인프라다. 국내 내륙화물 시장은 연간 약 37조원 규모로 업계에선 택시운송의 4.5배라고 추산한다. 도로와 차량이 탄생한 때부터 존재한 비즈니스이다보니 전통적인 관행이 뿌리깊다.
화물을 가진 '화주'가 화물차를 운전하는 '차주'에게 운송을 의뢰하려면 이를 중개하는 '주선사'를 통해서 연락하고, 업무는 대개 전화(콜센터)나 팩스 중심으로 처리한다. 운송 확인은 인수증을 출력, 서명하는 등기우편 방식으로 주고받는다. 특히 운임 지급은 한 달을 훌쩍 넘겨 50여일이 걸리기도 한다. 운임지급 지연은 화물업계 갈등의 단골 이유다.
여기서 혁신의 여지를 본 여성 창업가가 있다. 디지털 기술로 화주와 차주의 곳간을 모두 채워주겠다고 나선 김자영 곳간로지스(프리모) 대표다. 김 대표는 "화물 시장이 크지만 무자료 거래가 있을 만큼 아직 아날로그 방식이 보편적"이라며 "B2B 화물운송시장에서 화주와 차주의 일상을 좀 더 스마트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스토리지 운영→화물업 페인포인트 발견 프리모는 곳간로지스의 대표 브랜드. 회원제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화주·차주 모두 배차(매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엔 담당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던 운송비 책정을 날씨와 요일, 화물톤수, 거리 등 빅데이터 기반으로 개선했다. 화물오더(주문)를 전화나 팩스로 요청하고 상하차 정보, 실시간 운송 상태 확인이 번거롭던 것을 앱을 통해 간편하게 바꿨다.
종이 인수증을 날인받아 우편으로 화주에게 발송하던 방식은 종이 없이(페이퍼리스) 앱 화면에서 서명하면 된다. 운송료 지급기간이 평균 운송일로부터 55일가량 걸리던 것을 운송완료일 기준 5일 내 차주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화물을 의뢰한 화주에게 운송료 일정비율을 받는 서비스 이용료가 프리모의 주 수익이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물류업계에 일한 건 아니다. 금융, 유통기업 등에서 각종 서비스를 설계하고 실무자들을 교육했다. 20여년 직장 생활 끝에 2020년 셀프스토리지 '곳간'을 창업했다. 창고에 짐을 맡아주는 일이다보니 자연스레 화물운송에 눈을 떴다. 창업 1년만에 두번째 창업에 나선 게 곳간로지스다. 이후 기존의 곳간 경영과는 선을 긋고 프리모에 매달렸다.
김 대표는 "차주가 인수증을 화주에게 등기로 보내는 복잡한 절차, 운임 수령까지 오래 걸리는 등 고질적인 문제로 차주·화주 간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며 "디지털화, 페이퍼리스 방식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런 분야라면 전국 택배망 등을 갖춘 물류 대기업도 쉽게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며 "현장 핏이 없으면 오래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그 부분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현장 핏이란 각각의 현장 사정을 잘 알고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한다. 같은 화물이라도 식품·비식품이 다르고, 식품이라도 종류에 따라 운송시 주의점도 제각각이라는 얘기다.
프리모는 차주와 화주를 위한 종합정보망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화물운송 관련 여러 질문을 넣으면 판례에 근거해 답을 찾게 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앱에 접속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고 말했다. 또 "서울-부산 등 특정 구간을 예로 들면 요일별 계절별로 어떤 화물 이슈가 있는지 지표로 판단할 수 없었다"며 "감과 느낌에 의존하던 걸 데이터화했기 때문에 우리를 찾는 분도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김 대표는 지난달 일본을 다녀왔다. 그는 "일본의 화물운송 시장은 한국보다 5배쯤 크다고 할 정도이고 디지털전환(DX)도 화두"라며 "고객분석을 철저히 하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김자영 대표(A) 문답 Q. 서비스명 프리모, 무슨 뜻인가.
A. 프리모(primo) 어원이 제일먼저, 최고라는 뜻이다. 화물운송의 화주와 차주가 제일 먼저 찾고, 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다.
Q. 화물운송이 하루에 몇 건 되나.
A. 하루 60만~70만건 정도다. 퀵 같은 것은 빼고 트럭운송만 해도 그렇다. 1톤짜리 시장과 25톤 시장이 있고, 거리도 천차만별이다. 프리모는 하루 2000건 정도를 매칭한다.
Q. 그렇게 큰 시장에 디지털전환은 더딘 걸로 보인다.
A. 기존 콜센터도 배차 후 화물오더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급정산을 해주고, 인수증을 앱에서 서명할 수 있게 했다. 차주에게는 5일 내에 지급정산을 해준다. 화물운송 자격과 보험가입여부 등을 앱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Q. 화주에게서 운송료의 일정 요율을 수수료로 받는 것인데.
A. 기존에도 계약된 주선사들에게 화주가 지급해 오던 것이다. 그보다 우리가 받는 수수료가 더 쌀 것이다.
Q. 가장 매칭될 만한 화물을 추천한다고 들었다.
A. 그렇다. 각 차주가 '지게차 말고 수작업도 가능하다'거나 '나는 A 품목보단 B 품목이 낫다'고 기재해두면 차주의 선호구간이나 거리, 지역 등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라 맞춤 오더를 제공한다.
Q. 창업 힘들지 않나. 다시 태어나도 창업하겠나.
A. 직장생활 때 개발업무 파트장까지 해봤다. 그땐 세상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창업해보니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싶다. 창업후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매일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못 보던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계기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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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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