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12> 안병익 식신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열 두번째 주인공은 e식권과 맛집추천 서비스 선두주자 식신의 안병익 대표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지역엔 점심시간 어김없이 진풍경이 펼쳐진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으로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이 같은 의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 점심값은 연간 34조원쯤 돼요. 회사가 밥값을 지원하는 액수가 그중 절반인 17조원에 달합니다. 이게 모바일식권(e식권)이 적용 가능한 시장이고요."
안병익 식신 대표는 이 '직장인 점심' 시장에 e식권 열풍을 일으켰다. 식신의 e식권은 1월 현재 900여개 기업, 약 23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식신은 이를 바탕으로 상장에 나섰다. 지난해 기술평가를 통과, 올해 초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안병익 대표는 한국통신(KT) 연구원일 때 위치정보를 다루면서 인생 행로가 달라졌다.
모바일 e식권으로 성장, IPO 준비 식신은 e식권과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을 운영한다. 지난해 이 회사 e식권 거래규모는 약 1500억원. 전국의 직장인들이 e식권으로 점심을 결제한 액수다. 지난해 5월 월간 거래액 120억원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거래액 가운데 수수료 등 식신의 매출액은 88억원 가량이다. 맛집추천앱 '식신'도 매달 꾸준한 광고수익 등을 내고 있다.
안 대표는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친 뒤 1993년 KT 연구원이 됐다. 인터넷 전자 지도 서비스로 사내벤처를 시작했다. 네이버 등 현재 포털사이트 지도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2000년 이 서비스를 갖고 독립한 회사가 '포인트아이'다. 안 대표는 이 회사의 코스닥 상장으로 '엑싯'한 뒤 2013년 맛집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신'의 출발이다.
식신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00만명 가량이다. 위치 기반 정보로 고객의 이용빈도를 알게되니 자연히 추천할 식당이 드러났다. 7000여개 전국 맛집을 식신만의 '별맛집'으로 지정했다.
이용패턴을 관찰하던 안 대표는 직장인들이 식권 형태로 점심식사를 많이 하는 것을 포착했다. 종이식권을 모바일로 옮기는 데 나섰다. 2015년이다. 식신의 e식권은 이용 기업과 식당 사이에 식사결제를 중개한다. 기업에선 플랫폼 이용료를, 식당에선 수수료를 받는다.
단순히 식권 이용을 중개했을 뿐이라면 푸드테크 기업으로 불리진 않았을 것이다. 안 대표는 "식당에서 POS(판매관리시스템)같은 인프라 없이도 모바일 식권을 (휴대전화) 터치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통신이 안될 경우도 결제되도록 하는 지능형 결제 기술이 있다"고 말했다. 또 "900개 고객사와 5만여개 사용처(식당)에서 굉장히 많은 정산이 일어나는데 이를 감당하는 시스템에 AI(인공지능) 기술도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고작 식권? 첨단기술…17조원 시장 넘본다 안 대표는 창업과 상장 등 성공경험이 많지만 뜻밖에 "창업은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연구원을 천직으로 알았지만 KT 사내벤처를 키우려던 상사가 그를 지목했다. 그렇게 시작한 벤처 경험은 없던 사업을 새로 일군다는 성취감을 줬다. 안 대표는 "기업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껴서 제 창업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평일 점심시간,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쏟아져나오면서 횡단보도와 각종 식당가는 북새통이 된다. 안 대표는 2027년 e식권 매출 5조원이 목표다.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 식신은 지난해 9월 기술특례상장 평가를 통과했다. 이달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굵직한 투자사로부터 프리IPO(기업공개) 단계까지 누적 22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단순히 식권 장부를 컴퓨터에 옮겼을 뿐이라면 이 정도 가능성을 평가받기는 어렵다. 상장에 성공하면 이른바 푸드테크 기업중 첫 사례가 된다. 안 대표는 맛집의 신, 식권의 신을 넘어 또 한 번 성공 기록을 쓸 수 있을까. 안 대표의 대답은 '겸손'이다.
"창업자들이 힘든 부분 중 가장 어려운 게 자만심인 것 같다. 환경은 급변하는데 자만한다면 잘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 점심먹은 식당, 맛집 맞아? 김홍일 대표(Q)와 안병익 대표(A) 일문일답 -장부나 토큰으로 쓰던 식권을 모바일로 쓰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식권 확인을 POS 인프라 없이 할 수 있게 했다. 와이파이나 통신 접속이 끊겼을 때도 문제없이 결제 처리가 되도록 하는 지능형 결제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구내식당 관리, 예약, 매출통계 등을 낼 수 있는 솔루션도 갖고 있다.
-모바일식권의 장점은.
▶식당은 카드사에 신용카드 수수료를 별도로 내지 않고 e식권 수수료만 내니까 간편하다. 식권은 주로 식당에 방문해서 이용하니까 배달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법인카드나 종이식권에 비해 관리가 쉽고 오남용 우려가 줄어든다. 종이를 덜 쓰면서 환경에 기여한다.
-맛집추천의 수익성은 어떤가.
▶매달 일정한 광고수익이 생긴다. 올해부터는 키워드 광고나 특정지역에 맞춘 로컬 광고 등으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로컬 광고는 "강남역 파스타, 압구정 스테이크"처럼 검색하면 광고제휴한 식당을 우선 보여준다.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직장인들은 내가 점심때 가는 식당이 식신 추천 맛집과 얼마나 겹칠까 궁금할 것같다.
▶사실 거의 겹치지는 않더라. e식권을 쓰는 식당은 직장인의 점심 밥값과 (가격대가) 맞아야 하고, 맛집은 거기에 안 속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봐야 한다.
-안 대표는 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도 맡고 있다.
▶식품 연관 산업은 기술이 붙으면 다 푸드테크가 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푸드테크 시장만 560조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하고 맞먹는 규모다. 사람에게 음식이 중요한 만큼 푸드테크도 아주 중요한 산업이라고 본다.
-창업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평생 연구원이나 교수를 하는 게 꿈이었다. 모시던 상사가 사내벤처를 하시겠다면서 제게 같이 하자고 했다. 안 하겠다고 3개월을 버텼는데 결국 이게 운명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또 (사내벤처가 실패해도) 복직을 할 수 있었다. 막상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IPO가 종착역은 아니지 않겠나. 꿈이 있다면.
▶2027년 모바일 식권 거래액 5조원이 목표다. 그후 아시아의 1등 모바일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식신(앱) 같은 경우도 미국의 옐프, 일본의 맛집 추천 사이트 타베로그처럼 키우려고 한다. 지금 MAU가 300만 정도 되는데 3년 뒤에는 2000만을 만들어보고 싶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광화문,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지역엔 점심시간 어김없이 진풍경이 펼쳐진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으로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이 같은 의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 점심값은 연간 34조원쯤 돼요. 회사가 밥값을 지원하는 액수가 그중 절반인 17조원에 달합니다. 이게 모바일식권(e식권)이 적용 가능한 시장이고요."
안병익 식신 대표는 이 '직장인 점심' 시장에 e식권 열풍을 일으켰다. 식신의 e식권은 1월 현재 900여개 기업, 약 23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식신은 이를 바탕으로 상장에 나섰다. 지난해 기술평가를 통과, 올해 초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안병익 대표는 한국통신(KT) 연구원일 때 위치정보를 다루면서 인생 행로가 달라졌다.
모바일 e식권으로 성장, IPO 준비 식신은 e식권과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을 운영한다. 지난해 이 회사 e식권 거래규모는 약 1500억원. 전국의 직장인들이 e식권으로 점심을 결제한 액수다. 지난해 5월 월간 거래액 120억원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거래액 가운데 수수료 등 식신의 매출액은 88억원 가량이다. 맛집추천앱 '식신'도 매달 꾸준한 광고수익 등을 내고 있다.
안 대표는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친 뒤 1993년 KT 연구원이 됐다. 인터넷 전자 지도 서비스로 사내벤처를 시작했다. 네이버 등 현재 포털사이트 지도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2000년 이 서비스를 갖고 독립한 회사가 '포인트아이'다. 안 대표는 이 회사의 코스닥 상장으로 '엑싯'한 뒤 2013년 맛집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신'의 출발이다.
식신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00만명 가량이다. 위치 기반 정보로 고객의 이용빈도를 알게되니 자연히 추천할 식당이 드러났다. 7000여개 전국 맛집을 식신만의 '별맛집'으로 지정했다.
이용패턴을 관찰하던 안 대표는 직장인들이 식권 형태로 점심식사를 많이 하는 것을 포착했다. 종이식권을 모바일로 옮기는 데 나섰다. 2015년이다. 식신의 e식권은 이용 기업과 식당 사이에 식사결제를 중개한다. 기업에선 플랫폼 이용료를, 식당에선 수수료를 받는다.
단순히 식권 이용을 중개했을 뿐이라면 푸드테크 기업으로 불리진 않았을 것이다. 안 대표는 "식당에서 POS(판매관리시스템)같은 인프라 없이도 모바일 식권을 (휴대전화) 터치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통신이 안될 경우도 결제되도록 하는 지능형 결제 기술이 있다"고 말했다. 또 "900개 고객사와 5만여개 사용처(식당)에서 굉장히 많은 정산이 일어나는데 이를 감당하는 시스템에 AI(인공지능) 기술도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고작 식권? 첨단기술…17조원 시장 넘본다 안 대표는 창업과 상장 등 성공경험이 많지만 뜻밖에 "창업은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연구원을 천직으로 알았지만 KT 사내벤처를 키우려던 상사가 그를 지목했다. 그렇게 시작한 벤처 경험은 없던 사업을 새로 일군다는 성취감을 줬다. 안 대표는 "기업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껴서 제 창업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평일 점심시간,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쏟아져나오면서 횡단보도와 각종 식당가는 북새통이 된다. 안 대표는 2027년 e식권 매출 5조원이 목표다.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 식신은 지난해 9월 기술특례상장 평가를 통과했다. 이달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굵직한 투자사로부터 프리IPO(기업공개) 단계까지 누적 22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단순히 식권 장부를 컴퓨터에 옮겼을 뿐이라면 이 정도 가능성을 평가받기는 어렵다. 상장에 성공하면 이른바 푸드테크 기업중 첫 사례가 된다. 안 대표는 맛집의 신, 식권의 신을 넘어 또 한 번 성공 기록을 쓸 수 있을까. 안 대표의 대답은 '겸손'이다.
"창업자들이 힘든 부분 중 가장 어려운 게 자만심인 것 같다. 환경은 급변하는데 자만한다면 잘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 점심먹은 식당, 맛집 맞아? 김홍일 대표(Q)와 안병익 대표(A) 일문일답 -장부나 토큰으로 쓰던 식권을 모바일로 쓰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식권 확인을 POS 인프라 없이 할 수 있게 했다. 와이파이나 통신 접속이 끊겼을 때도 문제없이 결제 처리가 되도록 하는 지능형 결제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구내식당 관리, 예약, 매출통계 등을 낼 수 있는 솔루션도 갖고 있다.
-모바일식권의 장점은.
▶식당은 카드사에 신용카드 수수료를 별도로 내지 않고 e식권 수수료만 내니까 간편하다. 식권은 주로 식당에 방문해서 이용하니까 배달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법인카드나 종이식권에 비해 관리가 쉽고 오남용 우려가 줄어든다. 종이를 덜 쓰면서 환경에 기여한다.
-맛집추천의 수익성은 어떤가.
▶매달 일정한 광고수익이 생긴다. 올해부터는 키워드 광고나 특정지역에 맞춘 로컬 광고 등으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로컬 광고는 "강남역 파스타, 압구정 스테이크"처럼 검색하면 광고제휴한 식당을 우선 보여준다.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직장인들은 내가 점심때 가는 식당이 식신 추천 맛집과 얼마나 겹칠까 궁금할 것같다.
▶사실 거의 겹치지는 않더라. e식권을 쓰는 식당은 직장인의 점심 밥값과 (가격대가) 맞아야 하고, 맛집은 거기에 안 속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봐야 한다.
-안 대표는 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도 맡고 있다.
▶식품 연관 산업은 기술이 붙으면 다 푸드테크가 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푸드테크 시장만 560조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하고 맞먹는 규모다. 사람에게 음식이 중요한 만큼 푸드테크도 아주 중요한 산업이라고 본다.
-창업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평생 연구원이나 교수를 하는 게 꿈이었다. 모시던 상사가 사내벤처를 하시겠다면서 제게 같이 하자고 했다. 안 하겠다고 3개월을 버텼는데 결국 이게 운명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또 (사내벤처가 실패해도) 복직을 할 수 있었다. 막상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IPO가 종착역은 아니지 않겠나. 꿈이 있다면.
▶2027년 모바일 식권 거래액 5조원이 목표다. 그후 아시아의 1등 모바일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식신(앱) 같은 경우도 미국의 옐프, 일본의 맛집 추천 사이트 타베로그처럼 키우려고 한다. 지금 MAU가 300만 정도 되는데 3년 뒤에는 2000만을 만들어보고 싶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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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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