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 의장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금융·데이터 창업가에서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진 이성호 KFP 의장을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경북 상주의 중심가인 상주중앙시장. 이 시장 한 켠 단층 건물 출입구로 달콤하면서 알싸한 냄새가 번졌다. 그 향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니 어른 허리 높이의 은빛 스테인리스 원통이 즐비했다. 한가운데엔 수직형 온실에 녹색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바질이다. 유럽 요리에 빠지지 않는 이 허브식물이 K-전통의 고장 상주에 왜 있을까. 게다가 늘어선 원통의 내부도 궁금했다.
"막걸리가 발효되는 중이죠. 바질과 만나 바질막걸리가 될 겁니다."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 의장이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를 공동창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키운 그가 자신만의 새 사업으로 전통주를 낙점하더니 술 빚기에 한창이다.
바질향 진했던 발효 현장…"맛+스타 마케팅" 지난 2011년 과학영재학교 동창인 김동호·이성호·추승우 세 사람이 모바일 시장조사 기업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를 창업했다. 이성호 의장은 당시 카이스트 졸업반으로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 의장은 김동호 대표와 함께 2016년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한국신용데이터(KCD)다.
KCD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앱 '캐시노트'가 인기를 끌며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연거푸 성공을 거둔 이성호 의장의 세 번째 아이템은 술, 그것도 전통주인 막걸리다. 모바일·금융·데이터 등 첨단 아이템으로 달려가던 그가 마치 시간을 되돌아가듯 막걸리에 푹 빠진 것이다.
자영업자 고객이 많던 KCD는 2021년 식자재 공급회사를 인수했다. 이 의장은 이 부문 사업을 총괄하며 전통주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전통주 시장은 언뜻 정체돼 보였지만 원소주(박재범소주)가 흥행하는 등 MZ 소비자에게도 통하는 '영마켓'이었다. 그는 좋은 품질에 스토리를 입히면 강력한 브랜드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의장은 "주요 상권을 다녀보니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가게에 지역 술이 인기가 많더라"며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해 한국적 즐거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지역만의 콘텐츠와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곳, 농업 특산물이 발달된 곳을 물색했다"며 "상주주조의 바질막걸리를 만나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식자재 회사를 KCD로부터 직접 인수한 뒤 사명을 KFP로 바꿨다. CJ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상주주조를 인수했다. 현재 '너드(nerd) 브루어리' 브랜드로 바질막걸리, 체리막걸리 등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의장은 KCD에는 여전히 사내이사로서 일부 업무를 맡고 있다.
막걸리에 진심인 연쇄창업가…광역단체장도 화답 이 의장은 특별한 연고가 없던 경북과 막걸리로 인연을 맺었다. 경북은 안동소주 등 음식문화의 레거시(전통)가 강한 지역이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1999년 안동 하회마을서 안동소주를 마시고 "원더풀"이라고 반응한 일화는 유명하다. 글로벌 히트 막걸리를 빚어내려는 이 의장에게 안동소주의 사례는 매력적인 벤치마크 대상이다.
이 의장은 "BTS도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지 않았느냐"며 "앰버서더(홍보대사) 형태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할 것이다. K-팝 아티스트일수도, 배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은 시작 단계다. 막걸리 외에 증류주, 스파클링주 등 라인업을 다양화해야 한다. 자사 술에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 안주 메뉴를 개발중이다. 시선은 이미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 그는 "아시아권, 그중 일본과 싱가포르에 1차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인터뷰 당일 오전 안동의 경북도청에서 김홍일 대표와 함께 '화공'(화요일 공부) 특강을 열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도청 공무원들이 '열공 모드'로 강연을 들었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주류업계의 BTS같은 전통주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철우 지사는 젊은 창업가의 포부에 대해 "중국 마오타이는 술 하나로 시가총액 400조원을 달성했다"며 "안동소주 등 경북의 술을 그렇게 키워보자"고 화답했다.
김홍일 대표(Q)와 이성호 의장(A) 일문일답
Q. 연쇄창업가라 할 만한데, 어려움이나 위기는 없었나.
A.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학부창업에 가까웠던 오픈서베이 때는 창업하며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는 다 겪은 듯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초기멤버 중) 기업가치 몇천억원 단계를 운영해 본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지속가능하게 더 성장시키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Q. 투자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잘 받는 것과, 고객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 중 무엇이 먼저인가.
A. 시장이 좋을 때는 여러 방법으로 밸류를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않나. 결국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사업을 한다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해주는 게 중요하다.
Q. 전통주인 막걸리가 세계로 나갈 수 있을까.
A. KFP는 '지구촌에 한국적 즐거움을 전한다'는 것을 기업 미션으로 한다. 이달 출시할 스파클링약주는 보관기간이 길어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막걸리도 허브향을 살리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R&D(연구개발) 중이다.
Q. 너드브루어리를 키울 비책은.
A. 국내에도 '문화 대통령'이라 할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분들을 포함, 유명 셰프 등과 컬레버레이션하고자 한다. 동시에 맛있고 향 좋은 주류를 소비하려는 분들에게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에서 여러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한다. 이번에 레드불과 협업해 '너드불'이라는 칵테일의 일종을 선보인다.
Q. 스타마케팅을 강조했다. 마케팅과 품질(맛)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A. 술은 압도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글로벌 주류인 와인, 샴페인은 궁극적으로 농산물 원물의 경쟁력부터 시작하더라. 훌륭한 와인은 결국 좋은 포도에서 온다는 뜻이다. 우리도 스무가지 이상 품종의 바질을 직접 기른다. 술 회사가 저렇게 허브에 진심인가 할 정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지난 2일 경북 상주의 중심가인 상주중앙시장. 이 시장 한 켠 단층 건물 출입구로 달콤하면서 알싸한 냄새가 번졌다. 그 향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니 어른 허리 높이의 은빛 스테인리스 원통이 즐비했다. 한가운데엔 수직형 온실에 녹색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바질이다. 유럽 요리에 빠지지 않는 이 허브식물이 K-전통의 고장 상주에 왜 있을까. 게다가 늘어선 원통의 내부도 궁금했다.
"막걸리가 발효되는 중이죠. 바질과 만나 바질막걸리가 될 겁니다."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 의장이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를 공동창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키운 그가 자신만의 새 사업으로 전통주를 낙점하더니 술 빚기에 한창이다.
바질향 진했던 발효 현장…"맛+스타 마케팅" 지난 2011년 과학영재학교 동창인 김동호·이성호·추승우 세 사람이 모바일 시장조사 기업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를 창업했다. 이성호 의장은 당시 카이스트 졸업반으로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 의장은 김동호 대표와 함께 2016년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한국신용데이터(KCD)다.
KCD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앱 '캐시노트'가 인기를 끌며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연거푸 성공을 거둔 이성호 의장의 세 번째 아이템은 술, 그것도 전통주인 막걸리다. 모바일·금융·데이터 등 첨단 아이템으로 달려가던 그가 마치 시간을 되돌아가듯 막걸리에 푹 빠진 것이다.
자영업자 고객이 많던 KCD는 2021년 식자재 공급회사를 인수했다. 이 의장은 이 부문 사업을 총괄하며 전통주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전통주 시장은 언뜻 정체돼 보였지만 원소주(박재범소주)가 흥행하는 등 MZ 소비자에게도 통하는 '영마켓'이었다. 그는 좋은 품질에 스토리를 입히면 강력한 브랜드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의장은 "주요 상권을 다녀보니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가게에 지역 술이 인기가 많더라"며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해 한국적 즐거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지역만의 콘텐츠와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곳, 농업 특산물이 발달된 곳을 물색했다"며 "상주주조의 바질막걸리를 만나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식자재 회사를 KCD로부터 직접 인수한 뒤 사명을 KFP로 바꿨다. CJ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상주주조를 인수했다. 현재 '너드(nerd) 브루어리' 브랜드로 바질막걸리, 체리막걸리 등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의장은 KCD에는 여전히 사내이사로서 일부 업무를 맡고 있다.
막걸리에 진심인 연쇄창업가…광역단체장도 화답 이 의장은 특별한 연고가 없던 경북과 막걸리로 인연을 맺었다. 경북은 안동소주 등 음식문화의 레거시(전통)가 강한 지역이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1999년 안동 하회마을서 안동소주를 마시고 "원더풀"이라고 반응한 일화는 유명하다. 글로벌 히트 막걸리를 빚어내려는 이 의장에게 안동소주의 사례는 매력적인 벤치마크 대상이다.
이 의장은 "BTS도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지 않았느냐"며 "앰버서더(홍보대사) 형태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할 것이다. K-팝 아티스트일수도, 배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은 시작 단계다. 막걸리 외에 증류주, 스파클링주 등 라인업을 다양화해야 한다. 자사 술에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 안주 메뉴를 개발중이다. 시선은 이미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 그는 "아시아권, 그중 일본과 싱가포르에 1차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인터뷰 당일 오전 안동의 경북도청에서 김홍일 대표와 함께 '화공'(화요일 공부) 특강을 열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도청 공무원들이 '열공 모드'로 강연을 들었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주류업계의 BTS같은 전통주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철우 지사는 젊은 창업가의 포부에 대해 "중국 마오타이는 술 하나로 시가총액 400조원을 달성했다"며 "안동소주 등 경북의 술을 그렇게 키워보자"고 화답했다.
김홍일 대표(Q)와 이성호 의장(A) 일문일답
Q. 연쇄창업가라 할 만한데, 어려움이나 위기는 없었나.
A.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학부창업에 가까웠던 오픈서베이 때는 창업하며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는 다 겪은 듯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초기멤버 중) 기업가치 몇천억원 단계를 운영해 본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지속가능하게 더 성장시키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Q. 투자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잘 받는 것과, 고객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 중 무엇이 먼저인가.
A. 시장이 좋을 때는 여러 방법으로 밸류를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않나. 결국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사업을 한다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해주는 게 중요하다.
Q. 전통주인 막걸리가 세계로 나갈 수 있을까.
A. KFP는 '지구촌에 한국적 즐거움을 전한다'는 것을 기업 미션으로 한다. 이달 출시할 스파클링약주는 보관기간이 길어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막걸리도 허브향을 살리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R&D(연구개발) 중이다.
Q. 너드브루어리를 키울 비책은.
A. 국내에도 '문화 대통령'이라 할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분들을 포함, 유명 셰프 등과 컬레버레이션하고자 한다. 동시에 맛있고 향 좋은 주류를 소비하려는 분들에게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에서 여러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한다. 이번에 레드불과 협업해 '너드불'이라는 칵테일의 일종을 선보인다.
Q. 스타마케팅을 강조했다. 마케팅과 품질(맛)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A. 술은 압도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글로벌 주류인 와인, 샴페인은 궁극적으로 농산물 원물의 경쟁력부터 시작하더라. 훌륭한 와인은 결국 좋은 포도에서 온다는 뜻이다. 우리도 스무가지 이상 품종의 바질을 직접 기른다. 술 회사가 저렇게 허브에 진심인가 할 정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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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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