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메가뱅크' 미즈호가 '살롱' 차린 이유 "이 고객 위해서죠"

도쿄(일본)=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5.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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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네다 마사토 미즈호은행 소매및사업법인부문 부부문장(집행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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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다 마사토 미즈호은행 소매 및 사업 법인부문 부부문장(집행임원) /도쿄(일본)=김태현 기자
가네다 마사토 미즈호은행 소매 및 사업 법인부문 부부문장(집행임원) /도쿄(일본)=김태현 기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미즈호'라는 이름이 갖는 중량감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 인수합병(M&A) 자문사 그린힐을 5억5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미즈호증권은 545억달러(약 73조원) 규모로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기업공개(IPO)에 주관사로 참여했다.

북미 중심의 호실적을 기반으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하 미즈호FG)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발표한 2023년 투자은행(IB) 리그테이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월가 IB가 장악한 LSEG 리그테이블 순위권에 일본 메가뱅크가 이름을 올린 건 2010년 노무라홀딩스 이후 13년만이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자산총액은 약 2000조원에 달한다.

이런 미즈호가 뚝심있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혁신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엠즈 살롱(M's Salon)'이다. 2016년 4월 신설한 미즈호은행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서가 이끌고 있다. 일본 메가뱅크 중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립한 건 미즈호가 최초다.


미즈호의 혁신 컨트롤타워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


미즈호은행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에서 운영 중이 네트워킹 프로그램 현장 /사진제공=미즈호은행
미즈호은행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에서 운영 중이 네트워킹 프로그램 현장 /사진제공=미즈호은행
일본 도쿄 미즈호 마루노우치 타워에서 만난 미즈호은행의 가네다 마사토 소매 및 사업 법인부문 부부문장(집행임원)은 "일본 전역 미즈호은행 지점에 계좌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5000여개"라며 "각 지점에서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사업 영역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는 이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2022년 4월부터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를 이끌고 있다.

미즈호는 엠즈 살롱을 통해 △엠즈 살롱 커넥트 △엠즈 엑셀레이션 칼리지 △벤처캐피탈(VC) 매칭 △핀테크 세미나 △X-테크 피치 △오픈이노베이션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업종에 맞춘 테크 피치와 네트워킹을 포함해 연간 90회 이상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올해 4월30일 기준으로 엠즈 살롱에 가입돼 있는 스타트업은 약 4100개사"라며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등 60개 대기업, VC와 창업가 등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 40여명과 손잡고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미즈호가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미즈호 입장에서는 고객사들이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내제화할 수 있는 기회인 한편 미래 주요 고객사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길러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9월 포톤일렉트론소울에 공동출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톤일렉트론소울은 일본 나고야대 교원 창업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광학식 검사기술을 갖고 있다.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는 포톤일렉트론소울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고, 특수 광원 전문기업 우시오전기에 소개했다. 이후 우시오전기와 공동출자 방식으로 투자해 양사 협업을 지원했다.


"스케일업 위한 리스크 감내해야"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는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에 없어서는 안될 자금 공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40여개 VC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스타트업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이외 스타트업에 대한 융자, 보증, 출자는 물론 기업공개(IPO)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네다 부부문장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역시 금융지원 부분이다. 그는 "벤처대출은 시니어론(선순위 담보 대출채권), 메자닌(주식연계채권) 등이 있다"며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온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론의 경우 스타트업을 총 14개 사업영역으로 분류해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설정하고, 각 사업부문마다 리스크 정도를 따져 집행한다. 이를 통해 시니어론 포트폴리오를 분산,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이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금융 지원을 위한 스타트업 평가 기준을 몇가지 제시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경우 여러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캐시 번(Cash Burn)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본다"며 "상장 기업들과 미국 지표 등을 비교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퍼포먼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예를 들어 은행 같은 경우에도 컴플라이언스 위반과 부정거래 감지 등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와 활용하지 않았을 때 명확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베이스(DB)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언어 장벽 걷어야 성공"


미즈호은행은 한국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즈호은행 서울지점은 스마트 쓰레기통 개발 스타트업 나와(NAWA)와 어드바이저리 계약을 체결했다. 미즈호은행 서울지점이 한국 스타트업과 어드바이저리 계약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와는 미즈호은행을 통해 일본 현지법인 설립 및 은행계좌 개설, 일본 내 사업화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하려면 한국과 달리 조건이 까다롭고, 어렵게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법인계좌 개설을 위한 벽이 높다"며 "최근 이와 관련된 상담이 늘고 있다. 일본 진출 초기단계부터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상황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네다 부부문장을 비롯한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는 오는 13일부터 이틀 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넥스트라이즈 2024'에 참가한다. 이노베이션기업지원부가 넥스트라이즈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가네다 부부문장은 일본 진출을 염두에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어느나라나 그렇겠지만 해외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이너서클(Inner cricle)에 들어가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며 "일본어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어느 곳보다 언어적 장벽이 낮다. 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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