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기술창업 열기에 누가 찬물 끼얹나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3.1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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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31일,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부처가 운영한 국내 최대 규모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 결과가 나왔다. 수술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제작한 알데바(ALDAVER)가 창업리그 대상(대통령상), 험지에서 안정적 보행 기능을 갖춘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라이온로보틱스가 예비창업리그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대회는 역대 최대인 6187개사가 참여, 30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회사는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한국형 아이코어'(I-Corps)와 '실험실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창업팀이다. 아이코어는 대학 연구실에서 거둔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빠른 시간 내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창업아이템 시장 검증, 시제품 제작,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김봉수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장은 "이번 대회 대상 뿐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받은 팀 대부분이 우리가 창업팀 발굴, 성장 지원까지 다양한 형태로 지원했던 곳"이라며 감격했다. 하지만 최근 R&D(연구개발) 분야 구조조정으로 인해 내년 주요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측면에선 내심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국가 R&D 예산이 올해(31조 1000억원)보다 5조 2000억원(16.6%) 가량 삭감되면서 기초 R&D뿐 아니라 우수 연구성과들의 사업화, 일자리 창출 관련 후속 R&D 분야 사업 예산도 올해보다 쪼그라들었다.

2024년 아이코어 사업 예산의 경우 전년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기술창업 실패 이유를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수요 없는 시장'(42%)이 가장 높다. 즉, 기술창업 성공률을 높이려면 시장 수요, 적합성 등을 검증해 사업모델을 보완·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아이코어가 지원해왔다. 2015년 시작된 이 사업은 청년기술창업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학생들의 취·창업 활동을 돕는 실험실창업 지원 사업 예산도 반토막 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실험실창업기업은 평균 고용규모가 9.5명으로 일반 창업기업보다 3배 높고, 5년 생존율도 80%로 일반 기업(27%)보다 우수하다. 이 같은 실효성을 놓고 볼 때 이번 예산 삭감이 과연 적합한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으로부터 공공기술을 이전 받아 다년간 기술 상용화 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적잖은 기술료를 주고 공공기술을 이전 받아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인 데 해당 연구비가 내년에 5분의 1 밖에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난처해 했다.

각종 기술창업 지원 사업비가 대폭 줄어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내년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50% 가량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공공기술 이전·사업화와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 발굴·성장이란 조직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 기관만의 얘기는 아니다. 전국 기술창업지원기관과 기업들 사이에선 비슷한 우려가 쏟아진다. 자칫 기술창업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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