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찬바람이 불며 벤처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자 소위 '돈을 벌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휘청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스타트업들에게는 외부의 투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自生) 가능할 만큼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강조된다.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Forbes)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아니라 물(자본) 없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 '낙타'처럼 생존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내 많은 스타트업들이 '돈맥경화'의 고통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본의 첫 유니콘을 거쳐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성공한 기업 '메루카리(メルカリ, Mercari)'의 성장 전략에 눈길이 쏠린다.
시작부터 수수료 수익원 확보
2013년 설립된 메루카리는 중고거래라고 하는 크게 새롭지 않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방식 자체는 국내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비슷하나 당근마켓과 달리 직거래가 아닌 택배 거래를 통해 사업 초기부터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
당근마켓의 경우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됐지만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커머스 분야에 잔뼈가 굵은 황도연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수익모델을 발굴 중이다.
메루카리에서는 판매자가 제품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린 뒤 원하는 판매가격을 적기만 하면 된다. 구매자가 나타나면 앱에 알림이 뜨고 판매자는 이를 클릭한 뒤 택배 상자 크기를 지정한다.
이후 생성된 바코드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주소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판매자는 바코드를 제시하고 물품을 편의점에 맡기면 배송이 이뤄진다. 메루카리는 구매자가 물건 수령 뒤 문제없음을 확인하면 수수료 10%를 떼고 판매자에게 거래 금액을 건넨다.
객단가 낮은 상품 위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날수록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용자 증가세와 맞물려 메루카리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인은 중고거래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향을 바탕으로 메루카리는 2016년 일본의 첫 유니콘에 등극하며 일본 내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지만 노년층이 코로나로 임종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임종 전 주변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메루카리를 활용하면서 이용자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60대 이상 이용자들이 고가 물품을 중심으로 거래하면서 메루카리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했다. 이들의 월평균 판매금액은 3만엔 안팎으로 20대의 약 1.5배에 달했다.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을 넘겼다.
중고거래 넘어 '핀테크'로 영역 확장
메루카리는 핀테크 역량 강화를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하고 있다.
메루카리에서 모든 거래는 자체 시스템인 '메루페이'를 통해 이뤄진다. 물건 판매대금을 다른 은행에 송금하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 휴대폰, ATM·편의점 등 기본적인 결제 수단은 물론 애플페이로 지불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스토랑과 편의점 등에서는 앱 바코드만 제시해도 결제할 수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 선호' 성향이 강한 사회지만 일본 정부가 간편결제를 사용하면 소비세 인상분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등 캐시리스(cashless)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용률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메루카리는 누구나 온라인에 간단히 자신의 쇼핑몰을 낼 수 있는 플랫폼 '메루카리숍'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비슷한 형태다. 또 미국 진출을 통해 현지 MAU를 500만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일련의 전략을 토대로 메루카리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연결결산(2022년 7~12월)에 따르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8.4% 증가한 842억8500만엔(약 8071억원), 영업이익 58억3200만엔(약 558억원), 순이익은 12억엔(약 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야마다 신타로(山田親太朗) 메루카리 대표는 지난달 발표한 창립 10주년 기념사에서 "기술의 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유형·무형에 국한하지 않는, 모든 가치를 순환시켜 모든 사람의 가능성을 넓히는 존재가 되겠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때문에 현재 스타트업들에게는 외부의 투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自生) 가능할 만큼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강조된다.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Forbes)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아니라 물(자본) 없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 '낙타'처럼 생존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내 많은 스타트업들이 '돈맥경화'의 고통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본의 첫 유니콘을 거쳐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성공한 기업 '메루카리(メルカリ, Mercari)'의 성장 전략에 눈길이 쏠린다.
시작부터 수수료 수익원 확보
2013년 설립된 메루카리는 중고거래라고 하는 크게 새롭지 않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방식 자체는 국내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비슷하나 당근마켓과 달리 직거래가 아닌 택배 거래를 통해 사업 초기부터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
당근마켓의 경우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됐지만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커머스 분야에 잔뼈가 굵은 황도연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수익모델을 발굴 중이다.
메루카리에서는 판매자가 제품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린 뒤 원하는 판매가격을 적기만 하면 된다. 구매자가 나타나면 앱에 알림이 뜨고 판매자는 이를 클릭한 뒤 택배 상자 크기를 지정한다.
이후 생성된 바코드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주소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판매자는 바코드를 제시하고 물품을 편의점에 맡기면 배송이 이뤄진다. 메루카리는 구매자가 물건 수령 뒤 문제없음을 확인하면 수수료 10%를 떼고 판매자에게 거래 금액을 건넨다.
객단가 낮은 상품 위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날수록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용자 증가세와 맞물려 메루카리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인은 중고거래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향을 바탕으로 메루카리는 2016년 일본의 첫 유니콘에 등극하며 일본 내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지만 노년층이 코로나로 임종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임종 전 주변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메루카리를 활용하면서 이용자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60대 이상 이용자들이 고가 물품을 중심으로 거래하면서 메루카리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했다. 이들의 월평균 판매금액은 3만엔 안팎으로 20대의 약 1.5배에 달했다.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을 넘겼다.
중고거래 넘어 '핀테크'로 영역 확장
메루카리는 핀테크 역량 강화를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하고 있다.
메루카리에서 모든 거래는 자체 시스템인 '메루페이'를 통해 이뤄진다. 물건 판매대금을 다른 은행에 송금하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 휴대폰, ATM·편의점 등 기본적인 결제 수단은 물론 애플페이로 지불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스토랑과 편의점 등에서는 앱 바코드만 제시해도 결제할 수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 선호' 성향이 강한 사회지만 일본 정부가 간편결제를 사용하면 소비세 인상분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등 캐시리스(cashless)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용률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메루카리는 누구나 온라인에 간단히 자신의 쇼핑몰을 낼 수 있는 플랫폼 '메루카리숍'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비슷한 형태다. 또 미국 진출을 통해 현지 MAU를 500만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일련의 전략을 토대로 메루카리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연결결산(2022년 7~12월)에 따르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8.4% 증가한 842억8500만엔(약 8071억원), 영업이익 58억3200만엔(약 558억원), 순이익은 12억엔(약 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야마다 신타로(山田親太朗) 메루카리 대표는 지난달 발표한 창립 10주년 기념사에서 "기술의 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유형·무형에 국한하지 않는, 모든 가치를 순환시켜 모든 사람의 가능성을 넓히는 존재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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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분야유통∙물류∙커머스, IT∙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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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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