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딥테크 성장 막는 교수 '파트타임 창업'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2.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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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둥 살 둥 해도 될까 말까 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파트타임'이라니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가 교수창업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딥테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딥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육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이를 위해 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세간의 관심은 교수창업에 집중된다. △전문성 있는 교수 △숙련된 연구·개발(R&D) 인재 △다양한 R&D 장비 등 딥테크 스타트업 탄생을 위한 충분한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창업을 바라보는 벤처투자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가장 큰 이유는 겸직으로 발생하는 경영 공백 문제다. 투자자와의 원활한 소통도 쉽지 않은 데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인사, 회계 문제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특허권도 문제다. 교수창업 스타트업의 특허권은 대부분 교수 개인이 가진 경우가 많다. 특허권은 딥테크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자산이다. 이런 자산이 교수 창업자 개인에게 귀속된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설 투자자는 많지 않다.

교수창업의 한계는 실제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 1조달러당 교수창업건수는 한국이 203.3건이다. 미국(53.5건)의 3.8배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 크게 차이 난다. 미국은 교수 창업자의 23.5%가 인수·합병(M&A) 혹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 회수를 하는 반면 한국 교수 창업자의 투자 회수는 극소수다.

미국 교수창업의 특징은 경영과 기술의 분리다. 교수 창업자에게 겸직을 허용하되 낮은 지분율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모더나'를 개발한 모더나 테라퓨틱스를 창업한 MIT(메세추세츠공대)의 로버트 랭거 교수의 지분은 3%대에 불과하다.

2020년 국내 교수창업건수는 333건으로 5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수창업이 활발하다. 이제는 교수 창업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할 때다. 교수 창업이 미국 '모더나'처럼 딥테크 유니콘의 산파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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