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용호상박]와이즐리컴퍼니 vs 레이지소사이어티
2005년 미국의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갬블(P&G)은 세계 1위 면도기 생산업체 질레트를 5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M&A(인수합병) 기록이다. 하지만 2019년 P&G는 질레트의 브랜드 가치가 8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질레트의 미국 시장점유율의 급감 영향이다. 질레트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10년 70%에서 2017년 50%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질레트의 위기는 2012년 등장한 면도기 구독경제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에서 시작됐다. 2012년 3월 유튜브에 '우리 면도날은 끝내준다'는 동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마이클 더빈 대표가 1달러에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재치 있게 설명했다. 이후 매달 10%씩 성장한 달러 쉐이브 클럽은 창업한 지 5년만인 2016년 소비업계 공룡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면도기 구독경제 후발주자인 해리스도 면도기 쉬크의 모기업인 미국 퍼스널케어 회사 엣지웰(Edgewell Personal Care Co)에 10억3700만 달러에 인수될 뻔했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대로 철회됐다. 이런 남성 면도기 구독경제를 한국에서 시도한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 면도기 구독경제에 도전한 와이즐리컴퍼니(이하 와이즐리), 2019년 같은 사업모델로 출범한 레이지 소사이어티가 주인공이다. 두 업체 모두 8900원을 내면 5중 면도날 4입 정기 배송해줬다. 당시 질레트의 4입은 온라인에서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 면도기 구독경제 모델은 정체, 새벽 배송 보편화와 가격 경쟁력 높지 않아 약 4년이 지난 지금 와이즐리와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모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거품을 뺀 면도날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해리스나 달러 쉐이크 클럽과 같은 고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해리스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인 202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5억4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남성 면도기 시장점유율 9.7%를 차지했다.
반면 와이즐리는 매출액이 2018년 38억원, 2019년 85억원, 2020년 109억원으로 늘었지만 2021년은 10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1년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전년(-29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2020년 21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가 29억원으로 늘면서 적자폭을 키웠다.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2019년 6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20~21년 약 20억원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미국의 면도기 구독경제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정기배송의 매력이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면도날이 떨어지면 자동차를 타고 한참 가야 구매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새벽배송이 보편화돼 있고,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또 가격 측면에서도 질레트를 제외하고 쉬크, 도루코의 면도날을 온라인에서 대량 구매할 경우 스타트업의 제품들과 10~20% 수준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정직한 가격 내세우는 와이즐리…원가도 공개 시작은 비슷했지만 2022년 와이즐리와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와이즐리는 가성비를 내세워 면도기 정기배송이 아닌 생활용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슈퍼 멤버십 제도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와이즐리는 지난 3월 전제품의 가격을 43% 인하했다. 100만명으로 늘어난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올라 생산단가가 저렴해지자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신에 제품 가격을 낮춰 '정직한 가격, 가성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으려는 전략이다.
이 정책으로 리필 면도날은 9600원에서 5900원으로, 애프터쉐이브는 6500원에서 3900원으로 낮아졌다. 가격 인하 후 출시한 제품들도 원가율을 제품가격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품목도 다양화했다. 면도용품부터 스킨케어, 두피케어, 영양제, 덴탈케어, 바디케어, 생리대 등으로 늘었다. 4000~6000원이면 대부분의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자연 유래 성분 치약'은 19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전략은 해리스의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는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과 함께 여성용 면도, 데오트란트, 고양이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실제 해리스는 지난해 수익의 43%가 면도기 이외의 카테고리에서 나왔다.
특히 제품의 원가를 공개하는 점이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5900원에 판매 중인 로션은 제품 원가가 3138원이고, 연예인 광고를 할 경우 1만66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고 밝히고 있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가 제품 품질이나 광고, 중간 유통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와이즐리는 이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창업한 회사"라며 "광고비, 중간 유통비, 과도한 이익을 모두 없애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자 원가와 시중 제품의 가격 비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와이즐리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가격 인하 전인 올해 2월과 인하 후인 7월 매출을 비교했을 때 월 매출이 2배 상승했다. 재구매율도 가격 인하 전 대비 56% 증가했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가격 인하전 대비 월평균 신규 고객증가율이 283% 증가했다"며 "여성 고객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20~40대다"고 말했다.
레이지 소사이어티, 슈퍼멤버십으로 충성도↑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쉽고 편하게, 모든 남자를 위한 제품'을 내세우며 슈퍼 멤버십 및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론칭한 슈퍼 멤버십은 연회비 9900원을 내면 구독료 결제 시마다 최대 40% 추가 할인과 단품 구매 시 모든 제품 20% 할인을 해준다.
레이지 소사어이트는 현재 회원수가 20만명이고, 월 평균 5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1년 7개월간 슈퍼 멤버십을 운영한 결과 평균 구매금액(AOV)의 경우 슈퍼 멤버십 가입자가 일반 정기 구독자보다 67% 높았다. 교차 구매 제품개수도 평균 57%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쿠팡 1위를 한 쉐이빙젤과 같은 인기상품들을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들을 슈퍼 멤버십 회원들에게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구독자 대상 설문조사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약 3~4만명의 '레이지 체험단'을 대상으로 3000개의 샘플 제품을 스트한 뒤 설문조사를 통해 예비 히트상품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이미 하반기 출시할 풋·볼 스프레이, 블랙헤드 제거스틱, 남성청결제 등 10개 제품도 확정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30% 성장했고, 현재 월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반기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한 뒤 추가적인 제품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수출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레이지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남성 그루밍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데이터 활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히트 상품 출시 확률을 높이고 있다"며 "쉐이빙에서 그루밍, 스포츠 생활용품, 전문의약품 등으로 영역을 넓혀 국내 유일의 남성 라이프 케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질레트의 위기는 2012년 등장한 면도기 구독경제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에서 시작됐다. 2012년 3월 유튜브에 '우리 면도날은 끝내준다'는 동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마이클 더빈 대표가 1달러에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재치 있게 설명했다. 이후 매달 10%씩 성장한 달러 쉐이브 클럽은 창업한 지 5년만인 2016년 소비업계 공룡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면도기 구독경제 후발주자인 해리스도 면도기 쉬크의 모기업인 미국 퍼스널케어 회사 엣지웰(Edgewell Personal Care Co)에 10억3700만 달러에 인수될 뻔했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대로 철회됐다. 이런 남성 면도기 구독경제를 한국에서 시도한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 면도기 구독경제에 도전한 와이즐리컴퍼니(이하 와이즐리), 2019년 같은 사업모델로 출범한 레이지 소사이어티가 주인공이다. 두 업체 모두 8900원을 내면 5중 면도날 4입 정기 배송해줬다. 당시 질레트의 4입은 온라인에서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 면도기 구독경제 모델은 정체, 새벽 배송 보편화와 가격 경쟁력 높지 않아 약 4년이 지난 지금 와이즐리와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모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거품을 뺀 면도날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해리스나 달러 쉐이크 클럽과 같은 고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해리스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인 202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5억4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남성 면도기 시장점유율 9.7%를 차지했다.
반면 와이즐리는 매출액이 2018년 38억원, 2019년 85억원, 2020년 109억원으로 늘었지만 2021년은 10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1년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전년(-29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2020년 21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가 29억원으로 늘면서 적자폭을 키웠다.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2019년 6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20~21년 약 20억원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미국의 면도기 구독경제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정기배송의 매력이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면도날이 떨어지면 자동차를 타고 한참 가야 구매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새벽배송이 보편화돼 있고,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또 가격 측면에서도 질레트를 제외하고 쉬크, 도루코의 면도날을 온라인에서 대량 구매할 경우 스타트업의 제품들과 10~20% 수준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정직한 가격 내세우는 와이즐리…원가도 공개 시작은 비슷했지만 2022년 와이즐리와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와이즐리는 가성비를 내세워 면도기 정기배송이 아닌 생활용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슈퍼 멤버십 제도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와이즐리는 지난 3월 전제품의 가격을 43% 인하했다. 100만명으로 늘어난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올라 생산단가가 저렴해지자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신에 제품 가격을 낮춰 '정직한 가격, 가성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으려는 전략이다.
이 정책으로 리필 면도날은 9600원에서 5900원으로, 애프터쉐이브는 6500원에서 3900원으로 낮아졌다. 가격 인하 후 출시한 제품들도 원가율을 제품가격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품목도 다양화했다. 면도용품부터 스킨케어, 두피케어, 영양제, 덴탈케어, 바디케어, 생리대 등으로 늘었다. 4000~6000원이면 대부분의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자연 유래 성분 치약'은 19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전략은 해리스의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는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과 함께 여성용 면도, 데오트란트, 고양이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실제 해리스는 지난해 수익의 43%가 면도기 이외의 카테고리에서 나왔다.
특히 제품의 원가를 공개하는 점이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5900원에 판매 중인 로션은 제품 원가가 3138원이고, 연예인 광고를 할 경우 1만66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고 밝히고 있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가 제품 품질이나 광고, 중간 유통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와이즐리는 이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창업한 회사"라며 "광고비, 중간 유통비, 과도한 이익을 모두 없애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자 원가와 시중 제품의 가격 비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와이즐리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가격 인하 전인 올해 2월과 인하 후인 7월 매출을 비교했을 때 월 매출이 2배 상승했다. 재구매율도 가격 인하 전 대비 56% 증가했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가격 인하전 대비 월평균 신규 고객증가율이 283% 증가했다"며 "여성 고객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20~40대다"고 말했다.
레이지 소사이어티, 슈퍼멤버십으로 충성도↑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쉽고 편하게, 모든 남자를 위한 제품'을 내세우며 슈퍼 멤버십 및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론칭한 슈퍼 멤버십은 연회비 9900원을 내면 구독료 결제 시마다 최대 40% 추가 할인과 단품 구매 시 모든 제품 20% 할인을 해준다.
레이지 소사어이트는 현재 회원수가 20만명이고, 월 평균 5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1년 7개월간 슈퍼 멤버십을 운영한 결과 평균 구매금액(AOV)의 경우 슈퍼 멤버십 가입자가 일반 정기 구독자보다 67% 높았다. 교차 구매 제품개수도 평균 57%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쿠팡 1위를 한 쉐이빙젤과 같은 인기상품들을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들을 슈퍼 멤버십 회원들에게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구독자 대상 설문조사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약 3~4만명의 '레이지 체험단'을 대상으로 3000개의 샘플 제품을 스트한 뒤 설문조사를 통해 예비 히트상품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이미 하반기 출시할 풋·볼 스프레이, 블랙헤드 제거스틱, 남성청결제 등 10개 제품도 확정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30% 성장했고, 현재 월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반기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한 뒤 추가적인 제품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수출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레이지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남성 그루밍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데이터 활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히트 상품 출시 확률을 높이고 있다"며 "쉐이빙에서 그루밍, 스포츠 생활용품, 전문의약품 등으로 영역을 넓혀 국내 유일의 남성 라이프 케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와이즐리' 기업 주요 기사
- 기자 사진 김건우 차장 jai@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