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국내 첫 '연구산업단지' 지정...과학기술강국 '뿌리' 키울 것"

대담=임상연 미래산업부장, 정리=류준영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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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 AI 기반 기술중개플랫폼 고도화 추진
과학기술 뿌리산업 연구산업단지 조성, R&D 생산성을 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올해는 무엇보다 연구산업 기반을 구축해 국가 R&D(연구개발) 생산성을 올리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올해 2~3개 지역을 선정해 국내 첫 '연구산업진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계측전문업체인 에이질런트와 같은 혁신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연구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연구산업은 연구개발위탁서비스(CRO)부터 연구장비·재료 등 R&D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산업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제정된 '연구산업진흥법'으로 해당 산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시행령에는 연구산업진흥단지 조성과 함께 연구장비성능평가, 전문연구사업자 신고 등이 포함됐다. 이 미션을 추진할 적임자로 김봉수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정책관이 지난 1월 진흥원 원장으로 전격 투입됐다.

진흥원은 올해부터 대학원 실험실이 보유한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험실 창업 사업'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이관받는 등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의 허브로 입지를 다질 기회까지 주어졌다. 김 신임 원장은 "인구문제 등으로 향후 3~4년이 청년고용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 실업난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소득의 원천인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면서 "공공 연구성과 이전의 효율화, 실험실 창업 확산, 연구산업 육성 등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이뤄낼 주역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 본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앞으로의 로드맵을 들어봤다.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취임 100일을 앞둔 소감은.
▶50여년 전 우리의 독자기술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라디오뿐이었다. 지금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국가의 장기 성장잠재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활용을 통해 질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전임 원장 중도 퇴임 후 1년 이상 공백기가 있었다.
▶원장 공모 절차가 1년 이상 지연되면서 경영공백이 장기화됐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기관 고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올해 우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위탁받은 크고 작은 사업이 총 1546억원 규모로 19개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전부 100% PBS(연구과제 경쟁수주시스템)로 운영 중이다. 출연금이 0원이다. 기관 고유사업을 발굴해 기관의 경영체계를 안정화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또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디지털 전환 등 많은 변화의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놓친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시스템화를 중점적으로 하려 한다.

-어떤 부분들을 시스템화할 계획인가.
▶대학·출연연 등이 보유한 사업화 유망기술과 기업이 도입하길 희망하는 수요기술 정보를 모은 '미래기술마당'을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재 등록된 공공기술 수가 8000여건 정도 되는 데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정부R&D특허성과관리시스템(RIPIS),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등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특허를 보유한 국내 모든 공공기술 11만여 건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현재는 단순히 단일 키워드를 입력해 기술을 검색하도록 돼 있는 데 AI(인공지능)를 통해 원하는 기술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도화하겠다. 추후엔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산학연 매칭 프로그램과 B2B(기업간 거래) 형태인 '연구산업거래플랫폼'도 런칭할 계획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술이전·사업화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래서 임기 내 가장 먼저 기술중개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 연구성과를 직접적으로 관리해 유망기술을 선별·발굴·확산하는 전문적인 기술중개조직을 육성코저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앞서 얘기한 플랫폼의 고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진흥원의 실제 일자리 창출 성과가 궁금하다.
▶많은 사업이 있는데 이중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청년TLO(기술이전전담조직) 육성사업'을 대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미취업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대학이 약 6개월간 채용해 대학 보유기술의 민간이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3년(2018~2020년)간의 사업 수행을 통해 66개 대학에서 1만1093명의 이공계 미취업 학·석사 졸업생을 '청년TLO'로 선발 지원했고, 이후 6254명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했다. 특히 2020년 사업의 경우 3680명이 청년TLO로 활동해 2607명(71.7%)이 취업했다. 이중 대학 소재 동일권역 내 취업률은 62.1%(1,621명), 중소·중견기업으로 취업은 53.1(1,385명)에 이른다. 지역 기업의 인력 미스매칭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기자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사진=이기범 기자
-새롭게 부여받은 실험실 창업은 어떻게 지원할텐가
▶실험실 창업은 지난 4년(2018~2021년)간 199개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져 신규고용창출 307명, 후속 투자유치 91억6100만원, 특허출원 306건을 기록했다. 창업유망기술을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기존 창업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세울 계획이다.

-진흥원의 올해 사업 중 '연구산업'이 눈에 띈다.
▶약품·의약품 비임상시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톡스텍', 기술사업화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술과 가치', 원자현미경(AFM), 이온전도현미경, 반도체공정용원자현미경 등을 개발하는 '파크시스템즈', 화공약품과 시약, 합성원료 등을 개발하는 '삼전순약공업' 등 국내 약 5900여개 관련 기업들이 있다. 국내 연구산업 시장규모만 2020년 기준 약 21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의 활동내역, 실적 등을 분석하면 앞으로 어떻게 육성해 나갈지에 대한 방향이 나올 것 같다.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가.
▶인간 DNA(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미국의 '휴먼 게놈 프로젝트'(1990∼2003년)의 경우 관련 연구장비산업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나노미터 수준까지 보는 전자현미경 등 각종 첨단장비·재료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내다팔았다. 아시다시피 국내외 연구실에 가보면 대부분의 계측장비가 미국 에이질런트 제품이지 않나. 이런 연구장비는 자동차·조선 등 엔지니어링 부문의 산업용 장비로도 개량되기도 한다. 당시 대략 2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아는데 10년 간 20조원 가량의 부가가치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산업 성장을 위한 과제는.
▶당면한 문제는 연구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자꾸 분화되고 소규모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톱티어(top-tier·정상급) 회사가 아직 단 하나도 없다. 제도적인 장애가 있다면 전문 컨설팅 등을 통해 개선하는 등 '규모화'를 지향할 방침이다. 로펌 시장에 김엔장, 태평양처럼 3~4개 정도 톱티어 업체를 키운다면 그 밑에 기업들도 함께 커나갈 것이고, 나아가 개발도상국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육성 계획은.
▶올 상반기 '연구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연구산업단지를 초기에 2~3곳 지정해 조성할 계획이다. 주문연구기업, 연구관리기업, 연구장비·재료 기업들이 일정 지역에 집적되고, 인근에 대학과 연구기관이 이들을 서포팅할 것이다.

-단지는 어디에 조성되는가.
▶관련 법이 작년말에 통과됐기 때문에 어떻게 지점을 정할지는 현재 내부 논의중이다. 크기는 일단 소규모로 시작할 것 같다. 연내 지정 계획 등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구산업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R&D의 생산성을 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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