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없이 해외로 돈 보낸다…뭉칫돈 줄 선 핀테크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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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엔데믹 노리며 B2B 시장으로 사업 확대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모인의 해외송금 솔루션 화면 /사진제공=모인
모인의 해외송금 솔루션 화면 /사진제공=모인
'해외송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용(B2B) 송금 솔루션까지 만들면서 시장 타겟을 유학생·외국인 근로자에서 기업으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각국 봉쇄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해당 핀테크 기업들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스위프트 대신 '해외직거래'로 수수료↓속도↑…핀테크 27곳 도전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은행과 달리 국제금융통신망 '스위프트(SWIFT)'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위프트에서는 송금-중개-수취의 단계별 은행을 거쳐야 해 은행별 수수료와 망 사용료 등이 부과된다. 송금시간 역시 하루 이상 소요된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여러사람의 돈을 모아 한 번에 보내는 '풀링'과 사전에 대규모 자금을 송금해놓고 개별 송금 때마다 인출하는 '프리펀딩' 방식으로 스위프트를 피해 간다. 해외 네트워크를 마련해 일종의 직거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는 페이팔 등 영미권 핀테크 기업들의 송금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민간 기업도 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얻어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등록된 해외송금 기업은 모인, 센트비, 한패스, 와이어바알리 등 27곳이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들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큰 틀에서 개념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곳이 넘는 핀테크 기업이 뛰어든 이유는 해외송금 시장이 그만큼 큰데다 성장세도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 해외송금 규모(국제수지 분류상 '급료 및 임금지급'과 '개인이전소득지급'의 합)는 2018년 135억달러에서 2020년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97억달러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98억달러로 회복세를 보였다. 업계는 올해부터 각국이 봉쇄를 풀어 해외여행객, 유학생·외국인근로자 출입국이 늘면 해외송금 규모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해외송금 핀테크 스타트업들. 왼쪽부터 모인, 샌트비, 한패스, 와이어바알리
국내 해외송금 핀테크 스타트업들. 왼쪽부터 모인, 샌트비, 한패스, 와이어바알리


B2B시장에도 도전장…VC업계 뭉칫돈 몰린다


모인, 센트비 등 기업들은 서비스 타깃을 기업(B2B)으로 넓히며 시장을 확대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핵심서비스인 기존 해외송금 기능에 정산·결제 기능을 덧붙여 해외 거래처와 경상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물품이나 서비스대금을 결제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리펀딩을 통해 송금한도를 늘리고 환헷징 기능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벤처투자업계도 이같은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모인은 이달 초 B2B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캡스톤파트너스,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172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유준모 캡스톤파트너스 심사역은 "모인이 B2B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잡은 점이 이번 투자의 핵심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시장이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선점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 심사역은 "수출입 중소기업이 비즈니스용으로 사용할 송금 솔루션은 별로 없다"며 "B2B 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적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간 송금시장은 송금액부터 횟수까지 훨씬 더 시장규모가 크다"며 "수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B2B 사업을 성공시킨다면 초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투자업계는 해당 시장이 스테이블 코인 등 블록체인 관련 기술 변화를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기술력은 완성된 상태이며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만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은 해외송금 규모 자체가 줄면서 관련산업에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산업이 커지고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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