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후 25조원으로 성장" 날개 단 스마트농업, 갈길 먼 韓, 이유는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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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데이터로 생산·효율성 높이는 첨단농업기술 전세계 이목… "농업 애널리틱스에 투자해야"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존디어의 무인 트랙터/사진=김성은 기자
존디어의 무인 트랙터/사진=김성은 기자

# 미국의 중장비·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잡초를 식별해 제초제를 뿌리는 AI(인공지능) 농기계 기술로 'CES(소비자전자제품전시회)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사람 없이 혼자서 농사를 짓는 자율운행 트랙터도 선보였다. 이 트랙터는 스스로 밭을 갈고 씨도 뿌리는 등 농부의 일을 대신한다.

# 독일의 화학·제약기업인 바이엘은 2016년 글로벌 종자기업인 몬산토를 인수한 뒤 스마트농업 분야로 뛰어들었다. 현재 종자 개발에 축적된 데이터와 미국 전역의 기후, 토질, 토양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농작물 수확량을 예측하고 병충해도 예방하는 디지털농업플랫폼 '클라이메이트 필드뷰'(Climate FieldView)를 서비스하고 있다.

유엔(UN)은 오는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약 100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되면 전세계가 식량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계속 줄고 있는 탓이다.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인 가운데 고품질의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엘의 디지털농업 플랫폼(Climate FieldView)/홈페이지 캡쳐
바이엘의 디지털농업 플랫폼(Climate FieldView)/홈페이지 캡쳐


식량난에 스마트농업 주목…2026년 시장규모 25조 전망


스마트농업은 간단히 말해 농기계나 사물인터넷(IoT) 기반 토양·작물·환경센서 등의 계측 장비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농장에서 토양, 물, 광물 등의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위성, 기상 관측소 등 외부 데이터와 결합해 특정 지역에 최적화된 농업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농작물 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드론(무인기) 등 연관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신뢰도가 향상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지=농촌진흥청
이미지=농촌진흥청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123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인 전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연평균 10.1% 가량 성장해 오는 2026년 207억달러(2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업 변화 중심에 선 에그테크 스타트업


농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낮은 산업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로 무장한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테면 프랑스 에어이노브는 광학센서를 적용한 드론으로 경작지 데이터를 모아 특정 영역에 적당한 양의 비료를 공급한다. 스위스 에코로보틱스는 잡초를 제거하는 AI 로봇을 만들었다. 태양열을 이용해 12시간 쉬지 않고 작업이 가능하며 잡초만 정확하게 찾아내 제초제를 뿌린다. 밭 전체에 제초제를 뿌리는 방식보다 20배 적은 제초제를 사용하는 효과가 있다.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팜모닝'을 통해 재배되고 있는 오이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팜모닝'을 통해 재배되고 있는 오이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에선 이 같이 정밀농업 중심의 기술 개발과 달리 소규모 농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온실 중심으로 스마트농업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팜에이트는 수직농장 형태의 식물공장 설비를 개발했다. 온도, 습도, 물의 산성도,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제어해 높은 품질로 수확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토대로 지하철역 안의 스마트팜인 '메트로팜'을 설립한 적이 있다. 그린랩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농장별 환경 모니터링과 원격제어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만드는 '팜모닝'을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45만 농가를 확보하며 같은 기간 연매출 1000억원을 찍었다.


韓 기술수준 선진국 대비 75%...농업 애널리틱스 확보해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최근 발간한 '데이터로 여는 농업의 미래, 스마트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농업 기술 수준은 2017년 기준 선진국 대비 약 75%(약 5년)로 그 격차가 차츰 좁혀지고 있다. 다만 일부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이외 활용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보고서는 "국내엔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위한 기술이나 제도적 유인책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스마트농업이 선진국 이상으로 자리 잡으려면 관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저장하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기술인 '농업 애널리틱스'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 애널리틱스는 사용자가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농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다.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사용되는 장비,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수확량 모니터링, 날씨 데이터 분석, 토양 수분 분석, 작물 성장 및 건강 분석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보고서를 낸 KISTI 데이터분석본부는 "농업 애널리틱스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도시농업의 채택 증가, 코로나(COVID-19) 유행으로 인한 농업 공급망 관리 개선 요구 증가 등이 성장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ISTI 측은 농업 애널리틱스 시장이 2020년 8억달러에서 2025년 14억2700만달러(약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스마트농업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정밀 환경제어 솔루션, 사업화 지원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있다"며 "산학연 연구 협력을 통해 미래농업 생태계를 구현하고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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