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벤처요람 액셀러레이터-<14>500스타트업]폭넓은 글로벌 투자, 성장 '치트키' 배운다
[편집자주] 스타트업의 사업 자금부터 사무공간, 시제품 개발, 마케팅,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성장에 '액셀'을 달아주는 곳을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액셀러레이터는 '유니콘 기업'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실리콘밸리를 넘어 한국에 진출하는 해외 액셀러레이터도 늘고 있다. K-스타트업의 지원사격에 나선 대표적인 해외 액셀러레이터를 소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이자 글로벌 벤처캐피탈(VC) '500스타트업(500 Startups)'이 올해로 설립 11주년을 맞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500스타트업은 2010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77개국 2500여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미국 내에서는 2005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AC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업계 1~2위를 다툰다.
글로벌 투자분석 업체 피치북(PitchBook)은 지난해 500스타트업을 △엔젤·시드단계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산업 △미디어 산업 △리테일·리크레이션 산업 등의 분야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한 VC로 선정했다.
500스타트업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크리스틴 차이(Christine Tsai)와 함께 공동창업자로 나선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가 운영하는 블로그 '500 Hats(모자)'에서 유래했다. 크게 2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500개의 모자를 쓰는 것처럼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실리콘밸리 중심의 VC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에서 5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LP(펀드 출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두 번째 의미다.
동남아 그랩부터 한국 스푼라디오까지
500스타트업은 현재까지 33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배출했다. 그랩(Grab), 트윌리오(Twilio), 센드그리드(SendGrid), 캔바(Canva), 토크데스크(Talkdesk), 부칼라파크(Bukalapak) 등이다. 상당수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탄생했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500곳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름을 '5000스타트업', '5만 스타트업'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VC 업계의 농담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그런 의견이 있었으나 아직 진지하게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는 2015년 진출했다. 500스타트업 1호 펀드(Kimchi 펀드) 결성 후 50여곳의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2호 펀드(Korea II 펀드)는 지난해 결성돼 시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으로는 스푼라디오, 피플펀드, 핀다, 다노, 오피지지(OP.GG), 고스트키친, 코멘토, 캐치패션, 클로젯셰어, 세이브앤코, 뉴닉, 벨루가, 페이플, 다이브스튜디오, 스토리시티, 산군, 원더윅스컴퍼니, 빅웨이브 등이 있다.
500스타트업은 한 기업에 대해 창업부터 성장 단계까지 투자하는 '슈퍼엔젤' 방식을 지향한다. 창업 초기 기업에만 투자하는 엔젤투자의 진화된 형태다.
여러 국가에서 시드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포괄적인 성장을 돕고, 스타트업의 성장력에 따라 미국 본사가 운용하는 메인 펀드에서 시리즈B 이상 규모의 후속 투자를 집행한다.
500스타트업의 강점은 폭넓은 글로벌 투자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시장 검증 능력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패턴이 있으며, 해외에서 통한 모델을 한국 등 각국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빠르고 정확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3개 단계 액셀러레이팅, 초기 스타트업 성장 발판
500스타트업코리아는 스타트업 성장 단계에 맞춰 부트캠프-제품최적화-그로스마케팅 역량을 각각 육성하는 △시드 프로그램 △프리-시리즈A 프로그램(Pre-SAP) △시리즈A 프로그램(SAP) 등 크게 3개 분야 액셀러레이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가을시즌 시드 프로그램의 참가 기업을 모집 중이다. 오는 19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모집 분야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시장의 기회, 팀 구성과 역량,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선발할 예정이다.
500스타트업코리아는 선발된 스타트업들이 시드투자 단계 전까지 프로덕트 빌딩과 가설검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제공한다. 멘토단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 세계 전문가들, 특히 상당수가 실제 창업가 출신들로 꾸려진다.
실전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노션, 파이프드라이브, 세일즈포스, 에어테이블, 허브스팟 등 다양한 지원 패키지도 제공된다.
박민지 500스타트업코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겸 투자심사역은 "이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시작 전에 각 회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참가 기간 동안 어떤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멘토들과 사전 파악해 맞춤형 커리큘럼이 세팅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AC 프로그램은 1년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최대한 기간을 단축시켜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도록 돕는다"며 "언제 어떤 측면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500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치트키'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는 "한 마디로 '좋은 렌즈'였다. 보지 못했던 앵글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관찰·확대해볼 수 있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해 데이터 분석·측정 툴(Amplitude)을 도입하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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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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