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가치 10억달러(한국에선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의 시대가 저무는 걸까.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유니콘의 씨가 마르고 있다. 기존 유니콘의 경우 경기에 민감한 플랫폼 업체들이 많다보니 다양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양적·질적 성장에서 경고등이 들어온 한국 유니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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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예비유니콘 현황/그래픽=김지영△성장을 위한 투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가뭄에 단비 △정부가 보증한 기업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수월했던 후속 투자유치 △장기차입으로 안정적인 런웨이 확보 가능
2019년 시행된 정부 주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육성사업에 대한 업계 평가다. 정부는 최대 200억원 특별보증을 골자로 하는 예비유니콘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126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스타트업 생존이 걸린 자금조달 문제를 풀어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정책 목적인 유니콘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예비유니콘에 선정된 126개 스타트업 중 유니콘 성장한 곳은 8개에 불과하다. 정책 목표 달성률이 6.3%인 셈이다. 예비유니콘 선정 기업 대부분이 플랫폼 혹은 서비스 기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AI(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딥테크 육성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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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특별보증 200억…"자금 활용목적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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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유니콘은 시장검증·성장성·혁신성 요건을 갖춘 스타트업에 스케일업 금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누적 투자유치금 50억원 이상 혹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비상장기업이다.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최대 200억원의 특별보증을 지원 받는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예비유니콘에 대해 특별보증을 해주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외 인수합병(M&A) 자금, 민간 협력 글로벌 컨설팅,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최근 예비유니콘에 선정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적자 성장을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지분 희석 없이 대출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실제 받을 수 있는 특별보증 규모가 예상보다 적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업 공고에 따르면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한도는 200억원이다. 그러나 대부분 보증한도는 50억~100억원 사이다. 최근 3개년 기준 평균 보증금액만 보더라도 71억원 수준이다.
기보에 따르면 특별보증을 통한 기업별 최대 보증지원 한도는 200억원이지만, 실제 보증한도는 개별심사를 통한 추정 매출액 및 기존 보증잔액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된다. 또 운전자금 또는 시설자금 등 활용 목적에 따라 보증한도가 다르다.
2020년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한 딥테크 스타트업 대표는"물류센터나 생산설비가 필요하지 않은 딥테크 특성상 받을 수 있는 보증한도가 제한적"이라며 "각 산업별 특성에 맞게 보증한도를 유연하게 풀어준다면 기업 입장에서 체감하는 효용성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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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서비스에 편중…"구조적 변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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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유니콘의 플랫폼·서비스 편중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공한 예비유니콘 리스트를 유니콘팩토리 데이터랩으로 분류한 결과 예비유니콘 126개 중 73개가 유통·물류·커머스, 게임·엔터, 라이프스타일 등 플랫폼·서비스로 분류됐다. 전체 57.9%다.
선정기준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비유니콘은 1차와 2차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1차는 △글로벌 지향성(20점) △투자유치금액(25점) △기업가치(25점) △매출규모(20점) △고용인원(10점) 등으로 평가한다. 1차 평가를 통과한 기업을 대상으로 2차 평가를 진행한다.
2차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20점) △투자유치 기간(15점) △기술평가등급(20점) △매출액 증가율(10점) △고용증가율(5점) △특별보증 지원 적합성(30점) 등으로 평가한다. 한 딥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2차 평가에 들어서야 기술평가를 하다보니 글로벌 지향성, 고용인원, 매출규모 등 1차 평가에서 플랫폼이나 서비스 스타트업에 딥테크가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니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예비유니콘 지원사업은 딥테크 기업을 선별하고, 장기 인내 자본을 투입하는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며 "예비유니콘 지원사업을 딥테크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