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테크마켓-출품기술 소개 ②]
이재홍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카테터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시스템'
박영빈 UNIST 기계공학과 교수,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센서'
이상훈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제조 기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16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A홀에서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인 '2024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에 나올 기술들은 사업화 가능성이 높아 산업현장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센싱' 분야로는 △카테터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시스템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센서 △로봇의족 내부 표면 근전도 센서를 위한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공개되며, 연구자가 직접 나와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또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TLO·연구자와 일대 일 상담 및 컨설팅도 진행한다. 다음은 해당 기술을 연구한 교수와의 사전 인터뷰다. 이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스파이더맨 슈트' 머지않았네…꿰맨 상처 실시간 관리하는 '전자실'
이재홍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섬유형 전자소자로 '카테터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시스템' 개발
SF(공상과학)영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슈트, 입으면 자동으로 사용자 몸에 착 감기듯 맞춰진다. 이런 수축력에서 더 나아가 팔목 부위 옷감에선 화면이 뜨고 AI(인공지능) 비서가 작동된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얇은 슈트에서 여러가지 ICT(정보통신기술) 기능이 구현되는 이런 의류 개발을 가능케 한 건 '섬유형 전자소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 중인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뇌에 미세한 칩을 이식해 사람과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때 칩 속 전극도 섬유형 전자소자를 썼다. 이처럼 섬유형 전자소자는 유연한 특성과 몸의 거부 반응이 기존 필름형태 전자소자보다 낮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재홍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재홍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이 기술을 응용한 '카테터 고정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최근 애플의 '비전프로', 삼성의 '갤럭시링'처럼 고글, 반지 형태의 새로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나오고 있는 데 우리가 먼 미래 최종적으로 만날 웨어러블 기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제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부터 '스마트 의류'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초기 형태는 여러가지 전자 부품들을 옷에 덕지덕지 합친 형태였다. 이 교수는 "미래에 스마트 의류가 웨어러블 기기의 한 분야로 자리 잡으려면 심미성을 전혀 잃지 않은 완벽한 일체형 옷이 돼야 했고, 그러려면 의류의 기본 요소인 실·섬유 자체가 전자소자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섬유형 전자소자로 개발한 '스마트장갑'은 로봇과 드론(무인기)을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로봇팔도 제어한다. 사용자 손의 움직임을 로봇팔의 움직임과 연결, 원격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2021년엔 이 기술을 토대로 '의료용 전자봉합사'라는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는 상처 부위 염증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섬유용 전자소자는 전자봉합사 이외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자주 쓰는 카테터에 적용하고 있다. 카테터는 튜브 모양의 의료기구로 체내에 삽입해 체액을 배출·주입하는 데 사용한다.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용부터 심혈관용, 정맥용 등 기능도, 모양도 다양하다.
카테터는 특정 신체 부위 안으로 넣기가 힘든 반면 쉽게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빠질 경우 외부균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 다시 쓸 수 없다. 만약 뇌 조직의 깊은 곳에 출혈이 생겨 이를 빼내기 위해 카테터를 삽입한 경우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기술을 응용해 카테터 고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싱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컨대 카테터가 당겨져 빠지려 할 때 간호사 휴대폰에 깔린 앱(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알림이 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카테터는 둥근 관 형태여서 일반적인 필름 형태 센서를 적용할 수 없어 섬유형 전자소자 기반의 신축성 스트레인 센서를 개발·적용한 것"이라며 "센서에 특정 기준을 입력, 그 이상으로 당겨져 늘어나게 되면 그 즉시 알림이 울리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카테터는 애초부터 의료 소모품 제조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만든 것"이라며 "현재 의료현장에서 수요가 많고 안정성도 뛰어난 데다 당장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테크마켓 발표 때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전기로 교통사고 예방?...충돌 가능성 예측 '초정밀 센서' 뜬다
박영빈 UNIST 기계공학과 교수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센서' 공개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 한 번씩 겪어봤을 '정전기'.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정전기는 전압이 수천~수만 볼트에 달하지만 방전되는 순간이 짧은데다 에너지도 작고 저장이 어려워서 과학기술계에선 그간 쓸모없는 전기로 여겨왔다. 하지만 앞으로 정전기에 대한 이런 생각이 뒤바뀌질 모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영빈 기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신기술 때문이다.
박영빈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 센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최근 유니콘팩토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인체가 통증을 느끼는 구조와 기능을 구조물에 부여하고 싶다는 게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교량, 건물 등 도시시설의 갈라짐 등을 모니터링하려면 IoT(사물인터넷)센서가 필요하다. 이 센서를 구동하려면 전원이 외부에서 공급돼야 하는 데 수천~수만 개의 센서에 일일이 배터리를 달긴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기술이 '자가발전을 통한 센서 구동법'이다. 박 교수는 "정전기는 아무리 모아도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시계 하나 완충하기 어렵지만 '탁탁' 마찰이 일어나는 순간 발생하는 소량의 전기로 데이터를 감지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구성이 강한 섬유강화 플라스틱 기반 마찰전기 센서를 제작하고 실제로 도로에 해당 센서를 부착한 뒤 그 위를 차가 지나가는 타당성 평가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영상을 보니 타이어가 해당 센서 위로 진입할 때 측정장치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 기울기가 순간 아래로 향하며 특정 수치에서 피크를 찍었고 타이어가 센서를 벗어났을 땐 그래프가 위로 향하며 피크를 찍었다.
박 교수는 "타이어가 센서를 밟고 지나갈 때 순간 전기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센싱한 것"이라며 "화면 하단 피크와 상단 피크 간 거리를 재면 현재 이 차가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센싱의 오차율은 3%로 다른 센서(5%)들에 비해 낮다는 설명이다.
이어 "예컨대 수십 대의 차가 센서를 밟고 지나갔다고 치면 정확하게 몇 대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나갔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앞차와 뒤차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 충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며 "도로별 사고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손도 적용할 수 있는 응용분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로봇은 터치센서로 물건이 손에 닿았는지를 파악하는데 우리 기술을 터치감응센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교량 보수·보강공사, 스마트시티 UAM(도심항공교통),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등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선보이는 센서기술은 기초연구를 위주로 진행했으므로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며 "테크마켓에서 만난 민간 기업들이 내준 아이디어 위주로 심도 있게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족부터 피부미용까지…용도 다양한 만능 '미세침' 뜬다
이상훈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제조 기술' 개발
"환자 무릎 부위에 미세칩을 이식한 뒤 해당 부위 근육이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 말이 최근 관련 기술 개발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자가복원 되는 형상기억폴리머 기반 마이크로 니들(미세침)' 기술을 소개한다.
이 교수는 최근 로봇의족 '로프트'(RoFT)를 만든 휴고다이나믹스와 서울아산병원, 중앙보훈병원,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로봇의족 소켓 내부 실리콘라이너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면 근전도 센서'를 지난 4년간 개발해 왔다. 이는 하지 절단 환자의 의도에 맞게 로봇의족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장치다.
최근 사고에 의한 하지 절단 뿐 아니라 당뇨로 인한 하지 절단 환자수도 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잃어버린 다리를 대체할 로봇의족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의족을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환자 의도에 맞게 하지 기능이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그러려면 환자의 생체신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침습적인 표면 근전도 센서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근전도 신호를 읽고 전달하기 위해선 센서가 소켓 내부에 스타킹처럼 신는 실리콘라이너 안에 위치해야 하는 데 실리콘라이너가 땀으로 젖으면 생체신호 계측 시 노이즈가 발생하고, 로봇의족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센서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생겨 장기간 근육 생체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로 형상기억폴리머라는 소재로 만든 마이크로니들을 구상했다. 형상기억폴리머는 물질의 형태를 기억해 그대로 재현하는 독특한 소재를 말한다. 여러 번 써도 일정 수준의 신체 열이 가해지면 원 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마이크로니들은 유연해서 보행을 관장하는 다양한 근육 부위에 부착 가능하고 부러지지도 않는다. 이런 기능을 갖춘 마이크로니들을 생체신호를 기록하는 전극으로 쓰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생체 전극은 생체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기간 반복적 사용에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3차원 프린팅 등을 통해 이를 손쉽게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상기억폴리머 마이크로니들은 이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스포츠 분야에서 이를 통해 근육 피로도를 더 자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피부에서 측정하는 근전도는 노이즈가 많다"며 "마이크로니들은 약간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신경학적 장애인 다발성 신경병증을 초기 진단하는 바이오 진단기기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다발성 신경병증은 대부분 감각과 운동신경 장애를 초래하는데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지금은 바늘을 찔러 넣어 신경 신호 전송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데 굉장히 아프다"고 했다.
이어 "만약 마이크로니들로 대체하면 고통없이 지속적으로 근육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다발성 신경병증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관련한 연구과제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화장품 등 뷰티 업계에서도 문의가 쏟아진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화장품의 영양성분 흡수를 돕는 제품들이 이미 시중에 나온 상태로 기술 개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현재 기술을 화장품의 유효성분을 피부 속으로 주입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테스트 해보지 않았지만 그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2024 테크마켓은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GBW 2024)'의 특별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는 기존 과기원별 단독 설명회와 달리 과기원 4곳이 한데 모여 준비하는 통합형으로 치뤄지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AI(인공지능) 기반 공공 R&D 기술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해 선정된 기술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매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아폴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진성 수요를 파악하고, 선정된 기술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요기업을 예측해 알려준다. 또 해당 기술로 개발한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와 경쟁사 분석 정보도 제공한다.
행사장엔 4대 과기원 공동상담부스가 설치돼 핵심기술 8건에 대한 일대일 현장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과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대한 R&D 사업 자문도 지원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특히 이날 현장에서 '센싱' 분야로는 △카테터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시스템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센서 △로봇의족 내부 표면 근전도 센서를 위한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공개되며, 연구자가 직접 나와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또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TLO·연구자와 일대 일 상담 및 컨설팅도 진행한다. 다음은 해당 기술을 연구한 교수와의 사전 인터뷰다. 이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스파이더맨 슈트' 머지않았네…꿰맨 상처 실시간 관리하는 '전자실'
이재홍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섬유형 전자소자로 '카테터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시스템' 개발
SF(공상과학)영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슈트, 입으면 자동으로 사용자 몸에 착 감기듯 맞춰진다. 이런 수축력에서 더 나아가 팔목 부위 옷감에선 화면이 뜨고 AI(인공지능) 비서가 작동된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얇은 슈트에서 여러가지 ICT(정보통신기술) 기능이 구현되는 이런 의류 개발을 가능케 한 건 '섬유형 전자소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 중인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뇌에 미세한 칩을 이식해 사람과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때 칩 속 전극도 섬유형 전자소자를 썼다. 이처럼 섬유형 전자소자는 유연한 특성과 몸의 거부 반응이 기존 필름형태 전자소자보다 낮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재홍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재홍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이 기술을 응용한 '카테터 고정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최근 애플의 '비전프로', 삼성의 '갤럭시링'처럼 고글, 반지 형태의 새로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나오고 있는 데 우리가 먼 미래 최종적으로 만날 웨어러블 기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제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부터 '스마트 의류'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초기 형태는 여러가지 전자 부품들을 옷에 덕지덕지 합친 형태였다. 이 교수는 "미래에 스마트 의류가 웨어러블 기기의 한 분야로 자리 잡으려면 심미성을 전혀 잃지 않은 완벽한 일체형 옷이 돼야 했고, 그러려면 의류의 기본 요소인 실·섬유 자체가 전자소자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섬유형 전자소자로 개발한 '스마트장갑'은 로봇과 드론(무인기)을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로봇팔도 제어한다. 사용자 손의 움직임을 로봇팔의 움직임과 연결, 원격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2021년엔 이 기술을 토대로 '의료용 전자봉합사'라는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는 상처 부위 염증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섬유용 전자소자는 전자봉합사 이외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자주 쓰는 카테터에 적용하고 있다. 카테터는 튜브 모양의 의료기구로 체내에 삽입해 체액을 배출·주입하는 데 사용한다.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용부터 심혈관용, 정맥용 등 기능도, 모양도 다양하다.
카테터는 특정 신체 부위 안으로 넣기가 힘든 반면 쉽게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빠질 경우 외부균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 다시 쓸 수 없다. 만약 뇌 조직의 깊은 곳에 출혈이 생겨 이를 빼내기 위해 카테터를 삽입한 경우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기술을 응용해 카테터 고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싱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컨대 카테터가 당겨져 빠지려 할 때 간호사 휴대폰에 깔린 앱(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알림이 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카테터는 둥근 관 형태여서 일반적인 필름 형태 센서를 적용할 수 없어 섬유형 전자소자 기반의 신축성 스트레인 센서를 개발·적용한 것"이라며 "센서에 특정 기준을 입력, 그 이상으로 당겨져 늘어나게 되면 그 즉시 알림이 울리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카테터는 애초부터 의료 소모품 제조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만든 것"이라며 "현재 의료현장에서 수요가 많고 안정성도 뛰어난 데다 당장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테크마켓 발표 때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전기로 교통사고 예방?...충돌 가능성 예측 '초정밀 센서' 뜬다
박영빈 UNIST 기계공학과 교수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센서' 공개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 한 번씩 겪어봤을 '정전기'.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정전기는 전압이 수천~수만 볼트에 달하지만 방전되는 순간이 짧은데다 에너지도 작고 저장이 어려워서 과학기술계에선 그간 쓸모없는 전기로 여겨왔다. 하지만 앞으로 정전기에 대한 이런 생각이 뒤바뀌질 모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영빈 기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신기술 때문이다.
박영빈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섬유강화복합재 기반 자가발전 마찰전기 센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최근 유니콘팩토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인체가 통증을 느끼는 구조와 기능을 구조물에 부여하고 싶다는 게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교량, 건물 등 도시시설의 갈라짐 등을 모니터링하려면 IoT(사물인터넷)센서가 필요하다. 이 센서를 구동하려면 전원이 외부에서 공급돼야 하는 데 수천~수만 개의 센서에 일일이 배터리를 달긴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기술이 '자가발전을 통한 센서 구동법'이다. 박 교수는 "정전기는 아무리 모아도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시계 하나 완충하기 어렵지만 '탁탁' 마찰이 일어나는 순간 발생하는 소량의 전기로 데이터를 감지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구성이 강한 섬유강화 플라스틱 기반 마찰전기 센서를 제작하고 실제로 도로에 해당 센서를 부착한 뒤 그 위를 차가 지나가는 타당성 평가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영상을 보니 타이어가 해당 센서 위로 진입할 때 측정장치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 기울기가 순간 아래로 향하며 특정 수치에서 피크를 찍었고 타이어가 센서를 벗어났을 땐 그래프가 위로 향하며 피크를 찍었다.
박 교수는 "타이어가 센서를 밟고 지나갈 때 순간 전기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센싱한 것"이라며 "화면 하단 피크와 상단 피크 간 거리를 재면 현재 이 차가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센싱의 오차율은 3%로 다른 센서(5%)들에 비해 낮다는 설명이다.
이어 "예컨대 수십 대의 차가 센서를 밟고 지나갔다고 치면 정확하게 몇 대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나갔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앞차와 뒤차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 충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며 "도로별 사고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손도 적용할 수 있는 응용분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로봇은 터치센서로 물건이 손에 닿았는지를 파악하는데 우리 기술을 터치감응센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교량 보수·보강공사, 스마트시티 UAM(도심항공교통),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등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선보이는 센서기술은 기초연구를 위주로 진행했으므로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며 "테크마켓에서 만난 민간 기업들이 내준 아이디어 위주로 심도 있게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족부터 피부미용까지…용도 다양한 만능 '미세침' 뜬다
이상훈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제조 기술' 개발
"환자 무릎 부위에 미세칩을 이식한 뒤 해당 부위 근육이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 말이 최근 관련 기술 개발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자가복원 되는 형상기억폴리머 기반 마이크로 니들(미세침)' 기술을 소개한다.
이 교수는 최근 로봇의족 '로프트'(RoFT)를 만든 휴고다이나믹스와 서울아산병원, 중앙보훈병원,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로봇의족 소켓 내부 실리콘라이너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면 근전도 센서'를 지난 4년간 개발해 왔다. 이는 하지 절단 환자의 의도에 맞게 로봇의족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장치다.
최근 사고에 의한 하지 절단 뿐 아니라 당뇨로 인한 하지 절단 환자수도 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잃어버린 다리를 대체할 로봇의족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의족을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환자 의도에 맞게 하지 기능이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그러려면 환자의 생체신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침습적인 표면 근전도 센서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근전도 신호를 읽고 전달하기 위해선 센서가 소켓 내부에 스타킹처럼 신는 실리콘라이너 안에 위치해야 하는 데 실리콘라이너가 땀으로 젖으면 생체신호 계측 시 노이즈가 발생하고, 로봇의족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센서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생겨 장기간 근육 생체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로 형상기억폴리머라는 소재로 만든 마이크로니들을 구상했다. 형상기억폴리머는 물질의 형태를 기억해 그대로 재현하는 독특한 소재를 말한다. 여러 번 써도 일정 수준의 신체 열이 가해지면 원 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마이크로니들은 유연해서 보행을 관장하는 다양한 근육 부위에 부착 가능하고 부러지지도 않는다. 이런 기능을 갖춘 마이크로니들을 생체신호를 기록하는 전극으로 쓰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생체 전극은 생체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기간 반복적 사용에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3차원 프린팅 등을 통해 이를 손쉽게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상기억폴리머 마이크로니들은 이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스포츠 분야에서 이를 통해 근육 피로도를 더 자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피부에서 측정하는 근전도는 노이즈가 많다"며 "마이크로니들은 약간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신경학적 장애인 다발성 신경병증을 초기 진단하는 바이오 진단기기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다발성 신경병증은 대부분 감각과 운동신경 장애를 초래하는데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지금은 바늘을 찔러 넣어 신경 신호 전송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데 굉장히 아프다"고 했다.
이어 "만약 마이크로니들로 대체하면 고통없이 지속적으로 근육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다발성 신경병증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관련한 연구과제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화장품 등 뷰티 업계에서도 문의가 쏟아진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화장품의 영양성분 흡수를 돕는 제품들이 이미 시중에 나온 상태로 기술 개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현재 기술을 화장품의 유효성분을 피부 속으로 주입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테스트 해보지 않았지만 그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2024 테크마켓은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GBW 2024)'의 특별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는 기존 과기원별 단독 설명회와 달리 과기원 4곳이 한데 모여 준비하는 통합형으로 치뤄지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AI(인공지능) 기반 공공 R&D 기술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해 선정된 기술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매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아폴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진성 수요를 파악하고, 선정된 기술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요기업을 예측해 알려준다. 또 해당 기술로 개발한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와 경쟁사 분석 정보도 제공한다.
행사장엔 4대 과기원 공동상담부스가 설치돼 핵심기술 8건에 대한 일대일 현장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과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대한 R&D 사업 자문도 지원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테크마켓' 기업 주요 기사
- 기사 이미지 [우보세]기술사업화 촉진제 '테크마켓'이 남긴 것
- 기사 이미지 수소·태양전지·정전기…4대 과기원 한데 모여 '최첨단 기술대전'
- 기사 이미지 마이크로니들, 화장품만 쓰면 아깝지…"로봇에 생체신호 전달"
-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