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메자닌 투자'의 두얼굴

남광민 법무법인 린 공인회계사 기사 입력 2024.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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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민 법무법인 린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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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에 우려의 시각이 쏠린다. 특히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메자닌(Mezzanine, 주식과 사채 성격의 혼합) 투자를 유치한 결과 정상영업 중인 기업들도 K-IFRS 기준 재무상태가 일부 또는 전부(전액) 자본잠식으로 표시돼 부실화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으로 구분된다. 차입금으로 대표되는 타인자본은 투자의 대가로 '이자'를 요구하며, 만기가 도래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며 기업을 떠난다. 말 그대로 남과 같아 타인자본이다. 자기자본은 만기가 없어 기업과 함께하며, 투자 과실인 배당도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요구할 자격을 얻는다. 단 자기자본은 회사자산 전체에 대한 권리를 가지므로 회사를 마치 자기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자본이다.

대량생산 체제가 지배하던 2000년 이전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은 각각 순수한 특징을 갖고 기업 자금조달의 원천이 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표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시대 변화의 증거다. 4차산업도 2차산업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규모(회원수, 사용자 수 등)에 도달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하는데, 4차산업 기업은 2차산업 기업과 달리 타인자본에 투자금의 상환 안전성을 제고해 줄 대량생산 설비가 없다. 자기자본에 대해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야 자기자본이 얻을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이 창출되는데,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데스밸리를 넘길 때까지 장기간 영업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4차산업 비즈니스의 특성으로 인해 안전성이 높은 타인자본을 투자하려 하니 상환 안전성이 과거보다 불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자기자본 투자는 규모의 경제 도달과 배당가능이익 창출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 결과 산업의 변화와 함께 투자의 형식도 진화해 어떨 때는 타인자본, 즉 부채였다가 어떨 때는 자기자본, 즉 보통주가 될 수 있는 두 얼굴의 투자인 메자닌이 등장했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보수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대전제는 투자유치에도 적용되므로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4차산업 기업의 특징으로 인해 타인자본과 자기자본 각각의 장점이 축소(상환안전성 감소, 이익창출 여부 불확실)된 만큼, 축소된 양쪽의 남은 장점은 모두 확보하고자 하는 메자닌 투자의 등장은 비난만 할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메자닌 투자가 4차산업 기업에 적합한 투자 방법임을 받아들이고 부작용을 완화시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메자닌 투자의 대표적인 종류인 RCPS는 전환권의 행사 시에는 재무상태표상 자본으로 재분류되지만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는 부채로 남게 된다. 일견 문제없이 보일 수 있으나 '전환권 미행사 상태에서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 '상환의무 미확정 상태에서는 부채로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도 타당'하지 않나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메자닌 투자를 받은 기업이 사업성을 인정받아 IPO 등에 성공하면 투자자들은 전환권을 행사하고, 부채로 계상됐던 RCPS는 자본으로 전환되며 재무상태가 크게 바뀐다. 회사의 영업은 변함이 없는데 적용된 회계기준과 투자자의 의향에 따라 기업의 재무상태가 극심한 변동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는 부채로 분류된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우량한 재무구조가 됨을 재무상태표에 병행표기하거나 주석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이 해당기업에 얼마나 높은 수준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투자를 집행했는지도 보여줄 수 있다면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4차산업을 이끄는 스타트업들이 투자 혹한기와 영업 불경기의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메자닌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타인자본의 측면만 보고' 해당 기업이 평가되는 것은 좀 야박하지 않나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남광민 법무법인 린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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