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꿈꾸던 청년, 로펌 대신 AC 최초 '전속 변호사' 택한 이유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8.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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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기업법무팀 이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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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기업법무팀 이현우 변호사 /사진=최태범 기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기업법무팀 이현우 변호사 /사진=최태범 기자
보통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과정을 수료한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들어가는 것이 법조인으로서의 성공 코스로 꼽힌다. 챗GPT에게 '법조인의 성공'을 물으면 가장 전면에 '유명 로펌에서 근무하는 것'이 답변으로 나올 정도다.

그런데 로펌이나 법률사무소가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성장을 돕는 AC(액셀러레이터)로 진로를 택한 변호사가 있어 주목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우 변호사의 이야기다.

이현우 변호사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기업법무팀에 소속돼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다양한 법률 관련 이슈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AC 중에서 별도로 사내 변호사를 두고 있는 곳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유일하다.

이 변호사는 대학 때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NGO(비정부기구)에서 일하며 아동 청소년 관련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더욱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로스쿨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농협·하나금융 등 2곳의 금융사를 거쳤다.

이후 정착한 곳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다. 그는 "스타트업을 사람에 비유하면 아동 청소년에 가깝다. 성장을 위해 도울 일이 많다"며 지금 맡은 업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표시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도 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 성장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그가 어떤 이유로 'AC 전속 변호사'를 택했는지,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에 관해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금융사 때는 큰 회사였기에 변호사가 많았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다. 아동 청소년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스타트업이 기업 측면에서 보면 아동 청소년에 가까웠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금만 도와도 문제 해결이 빨리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쪽에서 일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로펌 취업은 고민 안해봤나
▶로펌은 기본적으로 법률 분쟁이 발생한 이후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계약서만 잘 써도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일부 VC(벤처캐피탈)에는 사내 변호사가 있지만 AC 중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기업 생애주기로 따지면 아동 청소년에 가까운 초기 스타트업에 법률적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을 많이 느낀다.

-기업법무팀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부적인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관련 업무와 포트폴리오사들의 법률 분쟁에 대해 조력하는 업무다. 대내외 법률 리스크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지원 기능을 수행한다. 사내 법률교육과 각종 분쟁 및 규제기관 대응 등도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사가 투자를 유치할 때나 M&A(인수합병) 할 때 상대측과 소통이 잘 안돼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개입해서 입장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다.

-하는 역할이 많다
▶병원으로 보면 1차 병원과 유사하다. 로펌이 3차 병원과 같은 전문적인 곳이라면 기업법무팀은 일차적인 소견을 통해 상급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대안은 없는지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는 앞단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주로 필요한 지원은
▶창업을 막 시작했을 때는 세팅이 잘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 정관 같은 것도 인터넷에 있는 것을 베껴 오는데 너무 옛날 양식이라, 예를 들어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려고 해도 관련 내용이 없거나 스톡옵션 관련 정의도 안 돼 있다. 항상 동업할 때 분쟁이 진짜 많고 소송도 발생하는데 되는데 공동창업자들끼리 합의가 안 돼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주주간 계약서, 동업 계약서 등을 논의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지원 사례를 꼽자면
▶모 스타트업의 엔젤 투자자가 엑싯(투자금 회수)을 하고 싶었는지 투자 계약서를 트집 잡고 회사에 가압류를 걸었었다. 이로 인해 해당 스타트업은 잘 되고 있던 중에 순간적으로 자금경색이 왔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대표와 함께 고민한 뒤 가압류 이의신청 절차를 밟았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름으로 서면도 제출하고 하면서 단기간에 빠르게 가압류를 풀었던 사례가 있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보통 스타트업들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몰린 상태에서 찾아온다. 그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도운 뒤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을 때,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덕분에 문제가 잘 풀렸다는 말을 들을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는 측면에서 보람을 느낀다. 스타트업이 법률적 절차를 검토할 때 의사결정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현재의 일에 장벽이 많다. 부모님도 회사 이름, AC 업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신다. 주변에선 AC와 VC가 무슨 차이인지 묻거나 거기에서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복잡하게 말해도 이해가 어려울 것 같아 초기 스타트업들의 법률 문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정도로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나
▶스타트업들은 기존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는 없던 솔루션을 만들어낸다. 그 여정에 기여를 하고 싶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법·제도적 지식까지 모두 갖추기란 어렵다. 기술이 있고 성장할 능력이 충분한 스타트업이 법률이나 제도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 나아가 AC 관련 법률 이슈나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혁신 등과 관련해 의견을 모으고, 입법 제안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더 준비하고 네트워킹을 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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