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뿌리 깊은 창업생태계' 만들려면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7.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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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0월 안에는 결과가 나올 테니 그에 맞춰서 서비스 론칭, 투자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핀테크 스타트업 A사 대표는 명확한 경영계획을 밝혔다. 회사의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하는 건 경영자의 기본 소양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예측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이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금융규제샌드박스'다.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2019년 4월 도입됐으며 올해 3월 지정 건수가 300건을 돌파했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 혁신 DNA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제도 시행 5년차 문제점도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건 '수요조사'다. 수요조사는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받기 전 절차다. 해당 서비스와 연관 있는 금융위 소관부서에서 진행하는 컨설팅이다. 말이 컨설팅이지 사전 선별작업이나 다름없었다.

더 큰 문제는 수요조사 마감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소관부서의 결정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경영 계획도 뒤틀린다. 불확실성에 투자 유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지속됐다.

금융위는 올해 초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개편하면서 수요조사 절차를 없앴다. 지정 심사 기한 역시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연장 시 최대 120일 이내로 제한했다. A사 대표처럼 미래를 예측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에 따라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올해 초 국내 창업생태계는 갑작스런 팁스(TIPS) 예산 삭감 논란에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2주만에 팁스 지원금을 원상복구했다. 2주 동안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경영 계획을 수정하고, 투자 유치 기회를 놓쳤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의 순우리말은 '새싹기업'이다. 막 돋은 새싹처럼 뿌리도 깊지 않고,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새싹이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정부의 일관된 창업생태계 육성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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