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허허벌판 모래 언덕 위에 세워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격전지다. UAE 두바이를 상징하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부터 6성급 '메디나 주메이라', '포시즌스', '하얏트', '페이몬트'까지 전 세계 내노라 하는 유명 호텔들이 우뚝 서있다.

글로벌 호텔산업의 중심지가 된 중동에서 주목 받고 있는 K-스타트업이 있다. H2O호스피탈리티(이하 H2O)다. 2015년 설립된 H2O는 호텔 디지털전환(DX)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UAE와 사우디 정부의 러브콜을 받아 중동에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중동지사는 이웅희 H2O 대표가 직접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족들과 함께 UAE 아부다비로 거처까지 옮겼다. 이 대표가 중동사업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왜일까. 유니콘팩토리가 만나 들어봤다.
중동이 반한 H2O 솔루션…탈석유 미래산업 '관광' 투자↑

이 대표가 중동과 연을 맺게 된 건 UAE 정부 사업 덕분이다. 이 대표는 "UAE 정부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H2O는) 스파크랩 포트폴리오사로서 만나게 됐다"며 "(UAE 측에서) H2O 솔루션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지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에는 사우디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NTDP(National Technology Development Program)의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중동 아닌 아시아 국가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이 대표가 중동 호텔산업에 주목한 이유는 잘 갖춰진 인프라와 시장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 중동은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글로벌 5성급 호텔의 총 지배인이 되려면 중동에서 최소 3년은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할 정도로 상징성도 크다"고 했다.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이 관광을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378억달러(약 50조8977억원)를 투입해 32만개의 신규 호텔 객실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인구통계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중동 국가의 인구 비중은 0~6세가 가장 크다"며 "미래 인구를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 관광 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올인원 솔루션…계약객실 42배↑

H2O가 운영하는 'H2O 플로우(H2O Flow)'는 호텔 DX 솔루션이다. 예약 및 결제 자동화 'H2O 스마트 CRS',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H2O 스마트 체크인', 모바일 기반 편의시설 서비스 'H2O 스마트 컨시어지', 이용객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H2O 스마트 인게이지' 등으로 구성됐다.

이 대표는 "여러 산업군 중에서도 숙박 및 레저 등 접객 산업군은 혁신기술 투자가 더딘 곳"이라며 "호텔산업 역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호텔 체인들은 온라인 여행사(OTA) 예약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이용객들의 데이터가 OTA 플랫폼에 묶여 있다보니 데이터에 기반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H2O 플로우는 호텔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이용객의 정보를 끊김없이 수집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와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H2O 플로우를 이용해 전체 예약건수의 2~3% 수준이었던 자체 플랫폼 예약 건수가 60%대로 늘어난 호텔도 있다. 특급 호텔의 경우 멤버십 숫자를 15~20배 늘린 경우도 있다.

눈에 띄는 성과에 고객사도 크게 늘었다. H2O 플로우의 관리 객실 수는 코로나19(COVID-19) 직전인 2019년 5000실에서 2024년 21만실로 42배 늘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를 위한 DX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 밀레니엄 호텔 앤 리조트와 아부다비 5성급 호텔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에 H2O 플로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향후 밀레니엄 호텔 앤 리조트가 보유한 145개 호텔 중 중동·아프리카에 있는 57개 호텔에 H2O 플로우 서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세계 딜(Deal) 다 모이는 중동…기술·실적보단 가치 중요"

이 대표는 중동 진출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이 대표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유동성을 돌아가고 있는 중동에는 전세계 온갖 좋은 딜들이 몰린다"며 "단순히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기술력이 좋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탈석유 시대 변혁기를 맞은 중동 경제 생태계에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동은 느리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며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팀 구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두바이 스타트업은 팀 구성 단계부터 중동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까지 넓게 본다"며 "넓은 시각을 갖고 글로벌 시장으로 업사이드를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