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게 무슨 고기야?"…농장 아닌 실험실서 만든 '배양육' 식탁에

남미래 기자,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3.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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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배양육 시대 개막(상)

[편집자주] 국내에서도 세포·미생물 배양 기술로 만든 배양육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 소나 돼지를 키우지 않고 만들어 먹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은 낮선 새 먹거리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속에서 우리의 식탁을 지킬 수 있을까. 배양육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짚어봤다.


실험실서 만든 고기 '배양육' 식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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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육류시장의 유형별 비중 전망, 배양육 어떻게 만드나, 기존 축산업과 배양육의 환경 영향 비교/그래픽=윤선정
전세계 육류시장의 유형별 비중 전망, 배양육 어떻게 만드나, 기존 축산업과 배양육의 환경 영향 비교/그래픽=윤선정
농장에서 키운 고기가 아닌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으로 만든 인공 고기, '배양육'이 조만간 식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배양육을 식품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다.

배양육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단이자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미래 유망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술 및 제품 개발이 빠르게 진행된 만큼 배양액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도새우 배양육을 만드는 셀미트는 이달 중 식약처에 자사 배양육에 대한 식품원료 인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21일 세포·미생물 배양 등 신기술을 활용해 얻은 물질도 식품원료로 인정할 수 있도록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을 일부 개정해 고시했다.

셀미트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식약처에 식품원료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당시에는 이렇다할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이번에 나온 고시에 따라 자료를 준비 중이며 이달 안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 승인이 완료되면 즉시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셀미트 외에 스페이스에프(돼지 배양육 개발), 심플플래닛(배양육 파우더 개발) 등 다른 스타트업들도 관련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식약처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영업일 기준 27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업계에선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허가를 받은 배양육이 본격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성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는 등 보완 조치가 없으면 영업일 기준 270일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세포 배양 기술이 식품원료로 승인되면 식품위생법 및 하위 법령·고시 규정에 따라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식품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동물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 만든다.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 동물복지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배양육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AT커니는 2040년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이 4500억달러(약 580조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배양육 판로가 열려도 소비자 인식 개선, 가격 경쟁력 등의 문제로 산업화·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이미 배양육을 판매하는 해외에서도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등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조철훈 서울대 동물생명공학 교수는 "국내 기업들도 해외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양육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도 "배양육이 승인된 해외도 일반 고기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배양육을 판매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실험실 단계를 넘어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 도살 없이 '맛있는 고기' 먹는다…입맛 돋우는 'K배양육 기술'




실험실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고기 '배양육'이 식품으로 인정받아 시장에서 판매되고 우리 식탁에도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싱가포르·미국이 배양육 판매를 공식 승인했고 한국도 허가를 추진 중이다.

201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의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배양육 연구가 본격화한 가운데, 관련 시장성을 높게 보고 배양육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전세계적으로 속속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기술로 '배양육 왕좌'를 노리고 있다.

9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배양육 스타트업으로는 △씨위드셀미트스페이스에프 △심플플래닛 △티센바이오팜셀쿠아바오밥헬스케어다나그린 등이 꼽힌다.

씨위드는 세계 최초로 바다 자원인 해조류를 기반으로 배양육을 만든다. 해조류를 이용해 세포를 배양하는 3차원 구조체계와 자체 배양액으로 기존 100g당 10만원 이상 들던 배양육 생산비용을 2500원선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씨위드가 해조류를 가공해 만든 배양육 /사진=씨위드
씨위드가 해조류를 가공해 만든 배양육 /사진=씨위드
씨위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해조류의 생산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특히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 기반 세포배양 지지체(Scaffold) 기술을 보유해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진짜 고기처럼 두껍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씨위드는 2021년 5월 한우 배양육 개발에 성공하고 비공개 시식회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향후 식품 대기업에 배양육을 간고기 형태로 납품하고, 미트볼이나 햄버거 패티 등으로 직접 가공해 판매한다는 목표다.

셀미트는 배양육 업계의 일반적인 기술로 꼽히는 '소태아혈청 배양액', 즉 임신한 소를 도축해 얻은 혈청 대신 세계에서 3번째로, 한국에선 처음으로 '무혈청 비동물성 배양액'을 자체 개발하며 독도새우 배양육을 만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다른 기업처럼 소와 돼지, 닭 배양육을 연구하기도 했다. 관련 기술력도 갖췄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좀 더 귀한 단백질원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으로 갑각류 배양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셀미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갑각류가 수입산이라 가격이 높고 '식량 자주권'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현재 독도새우 세포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으며 연간 20만kg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리터당 60만원 배양액 가격, 1100원으로 낮추는 혁신기술

스페이스에프의 배양돈육 시제품 /사진=스페이스에프
스페이스에프의 배양돈육 시제품 /사진=스페이스에프
돼지 배양육을 주력으로 하는 스페이스에프는 배아줄기세포에서 근육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줄기세포는 노화가 있어 어느 정도 배양하면 더 이상 증식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줄기세포를 빼내기 위해 결국 도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무한 증식이 가능해 도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이스에프는 셀미트와 마찬가지로 혈청 대체 물질을 발굴해 무혈청 배양액과 세포 대량 배양기로 배양육 생산이 가능하다. 2021년 배양 돈육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심플플래닛은 소·돼지·닭·오리·광어 등의 근육·지방·혈관 등 원하는 조직의 영양소만 담겨있는 부분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식품에 필요한 단백질을 추출하기 위해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도살하는 게 아니라 작은 조직을 떼어내 단백질만 길러내는 것이다.

고기에서 딱 필요한 부분만 떼어 배양해 대량으로 키워내 식품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다. 심플플래닛은 '배양육 고단백질 파우더'와 '불포화지방산 배양육 동물성 지방'을 만들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심플플래닛 관계자는 "값비싼 소태아혈청을 대체하는 유산균 배양액도 개발했다. 특정 유산균 균주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발견하면서다. 이 배양액은 리터당 60만원 수준인 소태아혈청과 비교해 리터당 1100원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고 했다.

티센바이오팜은 살아 있는 미세식용섬유를 활용해 고기의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 세포와 지지체 역할을 하는 식물성 바이오잉크를 섞어 만든 지름 40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의 가느다란 식용섬유로 고기 형태를 만든다.

배양육 기업 대부분 배양육을 원료로 너깃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만든다면 티센바이오팜은 고깃결이나 마블링 등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로 구현한다. 식용섬유를 활용하기 때문에 근육과 지방섬유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마블링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마이야르(갈변) 반응'까지 가능할 정도로 배양을 통해 세포의 밀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오는 2027년에는 배양액과 버섯, 채소를 녹여 만든 바이오잉크 등을 합쳐 원료가격 5달러 정도로 1kg의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생선도 배양육으로 만든다…식감까지 구현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하는 인공 생선살 /사진=바오밥헬스케어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하는 인공 생선살 /사진=바오밥헬스케어
셀쿠아와 바오밥헬스케어는 수산물 배양육 분야에 뛰어들었다. 셀쿠아는 뱀장어, 살오징어, 미꾸라지, 새우 등 10종의 수산동물 세포를 확보해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물속 다양한 미생물로 인한 오염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세포를 추출하는 특화 기술을 보유했다.

셀쿠아 관계자는 "배양액과 관련해서도 소태아혈청과 같은 동물 혈청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효율성이 높은 자체 배양액을 개발했다. 현재 수산동물 세포배양 공정을 규격화한 세포배양키트 시제품을 개발해 대학교 및 연구기관과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오밥헬스케어는 배양한 광어 세포와 콜라겐을 바탕으로 3D 프린터를 통해 인공 생선살을 만든다. 생선의 근육 조직을 비롯한 뼈와 살이 갈라지는 패턴까지 살려 실제 생선과 비슷하게 구현한다. 단순히 모양뿐만 아니라 식감까지 거의 흡사하다는 설명이다.

바오밥헬스케어는 본래 3D 바이오프린팅 기반 조직 재생을 전문으로 해왔다. 인공혈관 및 인공 피부 등 인체 이식제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광어, 연어, 우럭, 장어 등 생선류 외에도 갑각류와 어패류 등 다양한 수산물의 살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포 조직 배양용 지지체 기술을 강점으로 배양육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다나그린은 3차원 세포배양 지지체 구조물에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분화시켜 미니 장기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다나그린 관계자는 "소와 닭, 돼지 등에서 추출한 근육세포와 그 주변 세포들을 식물성 단백질 성분의 3차원 지지체에 넣어 근육조직으로 키워내는 방식"이라며 "식물성 지지체를 기반으로 배양육 생산의 걸림돌로 꼽히는 비싼 지지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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