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연,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 완공
지난 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 3연구동 인근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 건물. 7층 내부에 들어서니 천정에 복잡하게 깔린 하얀색(배기)과 검은색(흡기)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약 40개의 '흄 후드'가 보였다. 흄 후드는 실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독성물질로부터 연구자를 보호하는 장비다. 내부 유해가스 입자와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필터로 정화해 다시 실내로 순환한다.
이곳 사업책임자인 이건웅 전기연 전기재료연구본부장은 "보통은 건물을 다 짓고 난 후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건물설계 단계부터 전체 층에 공기정화시스템을 어떻게 넣을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발생을 상시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대형 공조기가 실외가 아닌 실내에 설치됐다는 점도 특이했다. 진동 확산을 막기 위해 방음 패드를 천정과 바닥, 벽에 덧된 모습이 보였다. 이건웅 본부장은 "거의 1~2층 높이의 공조기를 건물 안으로 들이는 건 막대한 건설비가 드는 일"이라며 "여러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보관·처리할 수 있는 대형 배기실 등 관련 인프라를 확실하게 갖추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기존 소재라고 하면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선보인 '투명 TV'는 이런 소재로 구현할 수 없다. 전도성(나노카본융합소재), 절연성(나노하이브리드), 저장·변환성(나노에너지소재) 특성을 지닌 '스마트 전기 소재'가 있어야만 한다. 이런 소재는 향후 초경량 비행체, 초장거리 자율주행 전기차, 자유형상 디스플레이, 로봇 등에 쓰일 전망이다.
스마트 전기 소재는 온·습도 등 환경에 민감하고 폭발 등 고위험성도 지녀 적절한 안전설비 구축이 필수적이다.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전기연은 지난 2011년부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왔고,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3년간 총사업비 197억원이 투입됐으며, 연면적 6243㎡(1891평)에 지상 9층, 지하 1층으로 건립됐다. 전기 신소재·부품 분야 신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 테스트베드다.
곳곳에 아직 비닐포장을 풀지 못한 각종 실험장비가 테이블 등에 놓여 전문가의 설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부 시설은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전기연에 따르면 1단계인 플랫폼 시설이 지난해 8월 완공됐고, 현재 2차로 대형장비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건웅 본부장은 "전기 신소재·부품 개발을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인 화학·습식 공정이 필요하다"며 "이곳에서 미래형 전기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7층은 건식화학실험실, 습식화학실험실, 산집중처리실이 들어섰다. 이 가운데 습식화학실험실은 용액, 용제와 같은 액체를 기반으로 화학적 반응을 도모하는 실험시설로 나노 소재의 합성·분산·복합화·코팅 공정을 알아보는 테스트가 주로 이뤄진다.
3층은 배터리 연구를 위한 시설이다. 드라이룸과 충방전 실험실로 나뉜다. 철제 사물함과 같이 생긴 챔버엔 특수 은박지를 입힌 다양한 모형의 배터리 셀이 놓여져 있고, 이를 연결한 전력선이 주렁주렁 달린 네모난 장비는 충전, 방전을 바꿔가며 배터리 수명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본부장은 "정량화된 실험 데이터를 얻으려면 테스트 조건이 24시간 일정해야 한다"며 "챔버안은 25도 온도가 유지된 상태로 셀이 폭발할 경우 화재 확산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2층은 항온항습실, 전자현미경(SEM)실, 정밀계측실로 꾸며졌다. SEM실에 있는 2대의 전자현미경은 나노 소재 구조를 최대 10만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작은 진동에도 관찰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자현미경 바닥엔 진동패드가 설치됐고, 해당 층은 내진 설계를 특별히 염두해 지어졌다.
1층은 파일럿 규모의 준양산 장비를 구축해 실증, 양산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단순히 민간 기업에 기술 이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장라인을 작은 규모로 설치해보고 잘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본부장은 "이 시설은 전기연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하고, 성능 검증, 양산화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하는 '실용화형 솔루션 센터'로 운영될 것"이라며 "근방에 있는 밀양 나노산단, 경남테크노파크,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전기 신소재 연구 분야의 허브 클러스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곳 사업책임자인 이건웅 전기연 전기재료연구본부장은 "보통은 건물을 다 짓고 난 후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건물설계 단계부터 전체 층에 공기정화시스템을 어떻게 넣을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발생을 상시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대형 공조기가 실외가 아닌 실내에 설치됐다는 점도 특이했다. 진동 확산을 막기 위해 방음 패드를 천정과 바닥, 벽에 덧된 모습이 보였다. 이건웅 본부장은 "거의 1~2층 높이의 공조기를 건물 안으로 들이는 건 막대한 건설비가 드는 일"이라며 "여러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보관·처리할 수 있는 대형 배기실 등 관련 인프라를 확실하게 갖추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기존 소재라고 하면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선보인 '투명 TV'는 이런 소재로 구현할 수 없다. 전도성(나노카본융합소재), 절연성(나노하이브리드), 저장·변환성(나노에너지소재) 특성을 지닌 '스마트 전기 소재'가 있어야만 한다. 이런 소재는 향후 초경량 비행체, 초장거리 자율주행 전기차, 자유형상 디스플레이, 로봇 등에 쓰일 전망이다.
스마트 전기 소재는 온·습도 등 환경에 민감하고 폭발 등 고위험성도 지녀 적절한 안전설비 구축이 필수적이다.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전기연은 지난 2011년부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왔고,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3년간 총사업비 197억원이 투입됐으며, 연면적 6243㎡(1891평)에 지상 9층, 지하 1층으로 건립됐다. 전기 신소재·부품 분야 신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 테스트베드다.
곳곳에 아직 비닐포장을 풀지 못한 각종 실험장비가 테이블 등에 놓여 전문가의 설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부 시설은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전기연에 따르면 1단계인 플랫폼 시설이 지난해 8월 완공됐고, 현재 2차로 대형장비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건웅 본부장은 "전기 신소재·부품 개발을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인 화학·습식 공정이 필요하다"며 "이곳에서 미래형 전기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7층은 건식화학실험실, 습식화학실험실, 산집중처리실이 들어섰다. 이 가운데 습식화학실험실은 용액, 용제와 같은 액체를 기반으로 화학적 반응을 도모하는 실험시설로 나노 소재의 합성·분산·복합화·코팅 공정을 알아보는 테스트가 주로 이뤄진다.
3층은 배터리 연구를 위한 시설이다. 드라이룸과 충방전 실험실로 나뉜다. 철제 사물함과 같이 생긴 챔버엔 특수 은박지를 입힌 다양한 모형의 배터리 셀이 놓여져 있고, 이를 연결한 전력선이 주렁주렁 달린 네모난 장비는 충전, 방전을 바꿔가며 배터리 수명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본부장은 "정량화된 실험 데이터를 얻으려면 테스트 조건이 24시간 일정해야 한다"며 "챔버안은 25도 온도가 유지된 상태로 셀이 폭발할 경우 화재 확산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2층은 항온항습실, 전자현미경(SEM)실, 정밀계측실로 꾸며졌다. SEM실에 있는 2대의 전자현미경은 나노 소재 구조를 최대 10만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작은 진동에도 관찰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자현미경 바닥엔 진동패드가 설치됐고, 해당 층은 내진 설계를 특별히 염두해 지어졌다.
1층은 파일럿 규모의 준양산 장비를 구축해 실증, 양산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단순히 민간 기업에 기술 이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장라인을 작은 규모로 설치해보고 잘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본부장은 "이 시설은 전기연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하고, 성능 검증, 양산화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하는 '실용화형 솔루션 센터'로 운영될 것"이라며 "근방에 있는 밀양 나노산단, 경남테크노파크,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전기 신소재 연구 분야의 허브 클러스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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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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