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T(토큰증권)를 제도화하기로 하면서 유통 플랫폼인 'ST거래소'를 운영할 사업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유사한 방식의 유통 플랫폼인 가상화폐거래소가 거래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선례가 있어서다. 지난해에만 빗썸이 3201억원, 업비트(두나무)가 1조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만큼 업계는 ST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ST거래소가 제2의 가상화폐거래소처럼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에 따르면 ST거래소는 한국거래소 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민간이 인가를 받아 세우는 'ST거래소'(장외거래소)로 나뉜다. 아직 장외 ST거래소는 업무범위와 금지행위 등만 발표된 상태로 구체적인 인가 요건이나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세부사항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2개 이상의 거래소가 인가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법·시행령 아직…증권사·빅테크·스타트업 모두 "일단 참전" ST거래소 인가를 준비하는 기업군은 크게 증권사, 가상화폐거래소,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나뉜다. 증권사들의 경우 'ST거래소'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한 사업자가 발행 사업과 ST거래소 사업을 모두 할 수는 있지만 발행에 참여한 ST를 자사의 거래소에 상장·거래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발행 사업자와 유통 사업자 간 지분관계 등 구체적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단 발행·유통을 포괄적으로 준비하고 법·시행령이 구체화되면 집중할 영역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발행과 거래소 사업을 모두 준비하는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새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법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ST사업과 관련해 발행과 유통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이전부터 발행과 유통을 포괄적으로 준비해왔고 ST거래소 인가 관련해서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측도 발행·유통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ST 사업을 위한 증권사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지난 9월 신한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STO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방향과 사업자별 역할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 중 일부가 발행을 전담하고 일부는 유통을 전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일단 발행·유통을 구분없이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스타트업들은 전략적으로 ST거래소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운영해온 서울거래비상장(구 PSX)가 대표적이다. 3년여간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ST거래소 사업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에셋체인, 이노솔트 등과 설립한 조인트벤처 한국ST거래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대표로 영입하며 ST거래소 인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밖에 NFT매니아, 델리오 등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들도 ST거래소에 도전한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선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빅테크나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가상화폐거래소들이 ST거래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은 관련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증권사·빅테크·가상화폐거래소 모두 약점 뚜렷" 자본이 풍부하고 회원 확보에 유리한 증권사들이 ST거래소 인가에 유리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가 도전해볼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적합성이다. 업계는 ST거래소 사업이 종목별 공시, 시장 모니터링 등 노동집약적 업무가 많아 발행에 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ST거래소가 가상화폐거래소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할지도 불확실하다. ST거래량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 한국거래소 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도 경쟁해야해서다.
어차피 발행과 유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증권사나 빅테크 등 덩치가 큰 기업은 유통보다 발행이 더 적합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유통시장을 선점할 경우 ST시장 내 주요 플랫폼으로서 주도적 지위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매매수수료와 자본이익은 크지 않고 초기 거래량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유통보다 발행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비상장주식 거래소 사업에서도 나타났던 양상이다. 2020년 금융위가 혁신금융사업으로 비상장주식 거래를 허용했지만 거래소를 설립한 곳은 증권사가 아닌 서울거래비상장, 두나무 등 스타트업이었다. 증권사들은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구축한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만 시장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증권사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적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ST거래소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업계가 아직까지 ST분야 진출을 공식화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또다른 관계자는 "빅테크가 추진하는 다양한 금융사업 중 ST분야는 가장 후순위에 있을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ST거래소는 빅테크가 집중하기엔 시장이 작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시장 양상을 보고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산업, 시장특성·소비자 눈높이 맞춘 스타트업 유리" 오히려 업계는 증권사보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가상화폐거래소가 위협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장외거래소를 운영해본 노하우가 있고 가상화폐와 ST 모두 블록체인이란 기술 공통점도 있어서다.
다만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금융위의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루나·테라 폭락 등 잇따른 사고들로 금융당국이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에선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이 금융당국에 신뢰를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 핀테크 토큰증권협의회의 신범준 회장은 "이커머스 산업을 전통 유통기업보다 새로운 사업자인 쿠팡이 더 빠르게 선점한 것처럼, ST 산업에서도 증권사, 빅테크처럼 본사업이 있는 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트업이 ST산업의 특성이나 시장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더 잘 공략해 편의성·혁신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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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에 따르면 ST거래소는 한국거래소 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민간이 인가를 받아 세우는 'ST거래소'(장외거래소)로 나뉜다. 아직 장외 ST거래소는 업무범위와 금지행위 등만 발표된 상태로 구체적인 인가 요건이나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세부사항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2개 이상의 거래소가 인가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법·시행령 아직…증권사·빅테크·스타트업 모두 "일단 참전" ST거래소 인가를 준비하는 기업군은 크게 증권사, 가상화폐거래소,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나뉜다. 증권사들의 경우 'ST거래소'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한 사업자가 발행 사업과 ST거래소 사업을 모두 할 수는 있지만 발행에 참여한 ST를 자사의 거래소에 상장·거래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발행 사업자와 유통 사업자 간 지분관계 등 구체적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단 발행·유통을 포괄적으로 준비하고 법·시행령이 구체화되면 집중할 영역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발행과 거래소 사업을 모두 준비하는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새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법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ST사업과 관련해 발행과 유통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이전부터 발행과 유통을 포괄적으로 준비해왔고 ST거래소 인가 관련해서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측도 발행·유통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ST 사업을 위한 증권사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지난 9월 신한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은 'STO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방향과 사업자별 역할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 중 일부가 발행을 전담하고 일부는 유통을 전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일단 발행·유통을 구분없이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스타트업들은 전략적으로 ST거래소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운영해온 서울거래비상장(구 PSX)가 대표적이다. 3년여간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ST거래소 사업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에셋체인, 이노솔트 등과 설립한 조인트벤처 한국ST거래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대표로 영입하며 ST거래소 인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밖에 NFT매니아, 델리오 등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들도 ST거래소에 도전한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선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빅테크나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가상화폐거래소들이 ST거래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은 관련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증권사·빅테크·가상화폐거래소 모두 약점 뚜렷" 자본이 풍부하고 회원 확보에 유리한 증권사들이 ST거래소 인가에 유리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가 도전해볼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적합성이다. 업계는 ST거래소 사업이 종목별 공시, 시장 모니터링 등 노동집약적 업무가 많아 발행에 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ST거래소가 가상화폐거래소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할지도 불확실하다. ST거래량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 한국거래소 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도 경쟁해야해서다.
어차피 발행과 유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증권사나 빅테크 등 덩치가 큰 기업은 유통보다 발행이 더 적합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유통시장을 선점할 경우 ST시장 내 주요 플랫폼으로서 주도적 지위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매매수수료와 자본이익은 크지 않고 초기 거래량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유통보다 발행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비상장주식 거래소 사업에서도 나타났던 양상이다. 2020년 금융위가 혁신금융사업으로 비상장주식 거래를 허용했지만 거래소를 설립한 곳은 증권사가 아닌 서울거래비상장, 두나무 등 스타트업이었다. 증권사들은 비상장주식 거래소를 구축한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만 시장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증권사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적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ST거래소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업계가 아직까지 ST분야 진출을 공식화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또다른 관계자는 "빅테크가 추진하는 다양한 금융사업 중 ST분야는 가장 후순위에 있을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ST거래소는 빅테크가 집중하기엔 시장이 작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시장 양상을 보고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산업, 시장특성·소비자 눈높이 맞춘 스타트업 유리" 오히려 업계는 증권사보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가상화폐거래소가 위협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장외거래소를 운영해본 노하우가 있고 가상화폐와 ST 모두 블록체인이란 기술 공통점도 있어서다.
다만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금융위의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루나·테라 폭락 등 잇따른 사고들로 금융당국이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에선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들이 금융당국에 신뢰를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 핀테크 토큰증권협의회의 신범준 회장은 "이커머스 산업을 전통 유통기업보다 새로운 사업자인 쿠팡이 더 빠르게 선점한 것처럼, ST 산업에서도 증권사, 빅테크처럼 본사업이 있는 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트업이 ST산업의 특성이나 시장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더 잘 공략해 편의성·혁신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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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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