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0편, 덴마크 450편 논문 나와야 창업, 그 이유 들어보니

부산=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3.10.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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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닐센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 대표·디나 페트라노빅 노보노디스크재단 CSO

(왼쪽부터)옌스 닐센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 대표(스웨덴 찰머스 공과대학교 생물학 및 생명공학과 교수), 디나 페트라노빅 노보 노디스크 재단(NNF의 바이오 지속가능센터 최고과학책임자(CSO)(덴마크기술대학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왼쪽부터)옌스 닐센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 대표(스웨덴 찰머스 공과대학교 생물학 및 생명공학과 교수), 디나 페트라노빅 노보 노디스크 재단(NNF의 바이오 지속가능센터 최고과학책임자(CSO)(덴마크기술대학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있는 하바드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선 70편의 논문이 나오면 하나의 스타트업이 생긴다. 반면 덴마크는 450편 정도의 논문이 나와야 하나의 스타트업이 나온다. 이런 차이는 연구의 질이 떨어져서라기 보다 (기술상용화) 관련 인프라가 체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옌스 닐센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 대표(스웨덴 찰머스 공과대학교 생물학 및 생명공학과 교수)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K-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는 덴마크에서 생명과학기술에 특화된 혁신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주로 △펀딩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운영 △실험시설·장비 제공 △R&D(연구개발) 컨설팅 등의 활동을 펼친다. 옌스 닐슨 대표는 11만회 이상 인용된 850개 이상의 과학논문을 출판했다.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덴마크왕립과학및문학아카데미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미국 국립공학아카데미 △중국공학아카데미 등 글로벌 과학기구들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오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분야 전문가다.

옌스 닐센 대표는 한국이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K-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하여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바이오 분야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만한 곳이 되도록 국제적인 기획을 하라"면서 "이를 위해 무게감 있는 바이오센터를 설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와 크고 작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1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또 하버드와 MIT 등 명문대와 연구기관, 병원들도 모여 있어 신약 R&D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10만6000여명의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이 일으키는 경제효과는 약 2조 달러(약 2703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옌스 닐센 교수는 생명공학 분야가 IP(지식재산권) 공유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 삼성과 애플이 끊임없이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특허 기술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 가고 있다"며 "연구의 수월성 등을 위해 글로벌 공동·협업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에 이런 자세나 관행은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옌스 닐센 교수는 최근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웰니스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 확립이 매우 어렵다"며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바이오 이노베이션 인스티튜트 내에도 가끔 심장박동 등을 측정해 알려주는 스마트워치처럼 새로운 웨어러블(착용형) 장치를 개발하겠다는 팀들이 있는데 절대로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면서 "이미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하고 있고,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건강정보를 알리는 것은 아픈 사람을 치료할 때 얻고자 한 건강정보보다 경제적인 인센티브(동기)가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학회에선 오가노이드(인공장기)나 생체조직칩 개발 등이 주목을 이끌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80여년 만에 삭제하고,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 대체재로 주목을 이끈 것.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옌스 닐센 대표는 이에 대해 "동물실험은 비싼 데다 동물실험 때 나타난 효능이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고, 윤리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아직 완벽하게 대체하긴 힘들겠지만 오가노이드나 가상세포와 같은 컴퓨터 모델을 적절히 결합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적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엔 옌스 닐센 교수의 배우자인 디나 페트라노빅 노보 노디스크재단 바이오지속가능센터 최고과학책임자(CSO)겸 덴마크기술대학교 교수도 함께 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내년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질문에 "덴마크도 최근 몇 년간 정부 차원에서의 R&D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와 같은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 조성된 대규모 펀드가 R&D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며 민간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보 노디스크재단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삭센다'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디나 패트라노빅 CSO는 덴마크 공과대학교와 재단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된 생물공학기술의 상용화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디나 패트라노빅 CSO는 이어 "실험실에서 창의적이고 멋진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회와 국제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연구 초기부터 경제성, 규제 등을 염두하며 산업화에 도달할 수 있는 계획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옌스 닐센 대표도 "산업 현장에서 공동연구를 했던 경험이 대학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회상하며 "단순히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로 이어지려면 이 사회가 요구하고, 우리가 해결할 문제가 뭔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야 한다. 이런 연구가 진정한 임팩트 있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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