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종합)
대한민국이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첫 발을 내디뎠다. 우주도전 30여년만에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로 우리가 만든 실용위성들을 쏘아올리는데 성공했다.
25일 6시 24분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18분여만에 8개 위성을 목표 궤도까지 배달했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서 'K-우주발사체'의 자립을 선언했다면, 이번에는 '손님(위성)'을 '목적지'(목표궤도)'까지 모시는 'K-우주화물선'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7대 우주강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50분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보고한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3시40분부터 추진제(연료·산화제) 충전을 진행했고, 오후 5시38분 발사체 기립 장치의 철수, 오후 6시14분부터 발사자동운용(PLO) 돌입을 마쳤다. 이어 계획됐던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3300℃의 초고온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누리호는 목표했던 성능을 냈다. 발사 2분여 만에 1단을 분리했고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했으며, 발사 4분30여초를 넘어 고도 258㎞에 도달해 2단을 떼어냈다. 이때부터 누리호는 3단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발사 13분 후 3단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이어 큐브위성 7기를 차례로 분리했다.
이 장관은 누리호에 탑재된 8기 실용위성에 대해 "차세대 소형위성 2호, 큐브위성 6기는 정상 분리됐음을 확인했지만 도요샛 큐브위성 4기 중 1기는 사출 성공 여부 확인을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출 미확인) 6번째 위성은 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있어 사출되지 않은 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6번째 이후) 7번째 위성이 나갔기 때문에 사출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확인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2차 발사에 이어 순수 국내 기술로만 개발된 우주로켓의 역량을 과시한 것은 물론 8개 위성을 예정했던 궤도에 데려다 놓는 정교한 기동까지 완벽히 수행한 결과였다.
앞서 누리호는 1·2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위성 모사체(더미)를 싣고 날았다. 그러나 3차 발사에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차소형) 2호를 비롯해 △10㎏급 나노위성 도요샛 4기(한국천문연구원) △10㎏급 LUMIR-T1(루미르) △4㎏급 JAC(져스텍) △6㎏급 KSAT3U(카이로스페이스) 등 7개의 부탑재 위성까지 싣고 목표고도까지 이동했다. 2차 발사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과시한 것은 물론 '우주화물선'으로서의 역량도 검증했다.
특히 3차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일환으로, 기술을 이전받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 참여했다. 한화는 이번 발사에서 항우연으로부터 발사 운용·관제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국가 주도 우주기술을 넘어 민간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이 우주로 향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항우연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3차례 더 발사하며 성능을 고도화하고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발사에선 한화의 역할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 같은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성능을 고도화하면 'K-발사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나아가 국내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는 위성 발사에 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25년 4차 발사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 2026년 5차 발사에는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6차 발사 때에는 초소형 위성 7~11호가 탑재할 예정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에 대해 "우주강국 G7(주요 7개국) 진입 쾌거"라고 축하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 등과 함께 발사 과정을 지켜본 윤 대통령은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우주 궤도에 올린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밖에 없다"면서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연구진과 기술자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과 함께 치하하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안보 위기 때 언제든 위성 쏜다…우주산업도 급팽창 기대감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5일 고도 550㎞에 실용 인공위성 8기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용위성 8기는 평시 지구관측부터 우주날씨 분석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 정찰위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누리호 3차 발사 임무 성공으로 한국은 언제든 원하는 지점에 과학위성과 안보위성을 수송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발사 4분20초(260초)만에 고도 263㎞에 다다른 누리호는 1·2단을 분리하고 이때부터 3단으로만 비행을 시작했다. 실용위성 8기가 실린 3단은 발사 약 13분(780초)만에 고도 550㎞에 도달해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분리했다. 이후 20초 간격으로 나머지 위성 7기를 차례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우주도전 30여년만에 한국이 자체발사체로 우주에 실용위성을 특급 배송하는 첫 순간이었다. 앞서 누리호는 2차례 발사했지만 실용위성을 우주에 수송한 이력은 없었다. 1차(2021.10·실패)·2차(2022.06·성공) 발사 당시 모사(가짜)위성과 성능검증위성을 각각 우주로 수송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위성을 해외발사체로 쏘아올렸고, 해외 발사체 업체가 부르는대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 성공으로 국내 위성기업은 앞으로 시간·비용을 들여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리 땅에서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국방부·방위사업청 등은 2030년까지 국내 민간기업과 협업해 위성 80기를 개발하는데 누리호 활용이 가능해졌다. 누리호는 향후 우주 발사체 시장을 공략할 차기 수출 품목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위성·발사체 수요가 늘면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 관제설비 같은 제조업과 통신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효과를 일으킨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는 글로벌 우주산업이 2021년 490조원에서 2030년 852조원까지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이번 임무 성공은 안보 차원에서도 가치가 크다. 누리호 주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SAR(합성개구레이다)를 장착한다. 일반 카메라와 달리 전파로 지형지물을 인식해 구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 주야간 24시간 지구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안보 위기 때 어디든 원하는 지점을 정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향후 7년간 발사하는 위성 80기 중 SAR 탑재 위성은 절반이 넘는다.
방효충 KAIST(한국과학기술원) 안보융합연구원장(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우주발사체·위성 산업은 아직 해외에 비해 격차가 크지만 국가적인 지원과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같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을 언제든 쏠 수 있다는 의미는 산업과 안보 차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입 꾹 다문 미·러"…'맨땅에서' 이뤄낸 SAR 위성 99% 국산화
25일 오후 6시 23분 50초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지휘센터(MDC). 긴장감으로 가득한 센터에 카운트다운 목소리가 퍼졌다. "10, 9, 8··· 엔진 점화, 이륙, 누리호가 발사됐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누리호 연구진들이 숨죽여 누리호 이륙 상황을 지켜봤다. 1·2단이 차례로 분리되고 누리호 3단이 고도 550㎞에 실용 인공위성 8기를 하나씩 안착시킬 때마다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환호했지만 여전히 긴장된 표정으로 발사 상황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누리호 주탑재 위성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만든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진들이다. 차소형 2호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자 비로소 KAIST 연구진은 서로 악수하며 임무 완수를 자축했다.
■ "수년간 전 세계 SAR위성 논문 다 뒤졌다"
차소형 2호는 2017년 개발을 시작해 숱한 난관을 뚫어낸 '집념의 산물'이다. 차소형 2호는 SAR(합성개구레이다)을 장착한다. SAR는 일반 카메라와 달리 전파를 지상으로 쏘고, 지상에서 반사되는 신호를 바탕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구름·악천후에도 주·야간 24시간 지형지물을 인식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해상도 5m, 관측폭 40㎞로 지구 관측이 가능하다.
지구관측이 주임무지만 유사시 정찰위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러시아 등 우주강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려했다. 결국 연구진은 그야말로 '맨땅에서' 일일이 레이다 논문을 뒤지며 기술을 구현해 나갔다. 2년여 노력 끝에 개발한 레이다는 검증할 곳조차 없었다. 결국 레이다를 소형화해 자동차와 경비행기에서 실증했다.
차소형 2호는 이날 그토록 그리던 우주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장태성 차소형 2호 사업단장(KAIST 인공위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SAR 위성 개발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라이다 논문을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며 "2017년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SAR 위성을 99%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SAR 위성이 다수 있지만, 대부분 레이다 관련 소재·부품 등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일례로 항우연에서 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도 SAR위성이지만 기술개발에 약 3385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도 287억원에 달한다.
반면 차소형 2호 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240억원이다. 민간·군수 산업에 쓰는 부품을 활용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 우주 헤리티지(우주 환경에서 검증)가 붙지 않은 상용 부품은 성능을 담보할 수 없어 가격이 낮다. 또 누리호로 발사해 관련 비용도 절약했다. 아리랑 6호와 비교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15분의 1에 불과하다.
장 단장은 "차소형 2호는 연구진 40여명이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개발해낸 결과물"라며 "향후 차소형 2호와 KAIST 대전 지상국 간 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성 제작부터 지상국 제어·운영까지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해 한국의 우주개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한재흥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해외에서 위성을 발사하면 KAIST에서 위성을 보낼 때부터 고민할게 너무 많다"며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으로 쏠 수 있다는 의미는 그동안 이코노미클래스(일반석)를 타다가 퍼스트클래스(1등석)을 탔다고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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