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뜨니 정기배송 30% 저렴...매달 14만명분 식음료 챙긴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3.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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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정기배송, 최적 인력은 시니어"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60세 이상 시니어 인력' 기반 식음료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내이루리의 홈페이지에는 '시니어' 문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니어 인력을 활용한 배송서비스가 핵심 사업모델이지만, 시니어들의 은퇴 후 일자리 같은 복지의 개념에서만 내이루리를 바라보지 말아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옹고잉은 흔히 생각하는 지하철 노인 택배가 아니다"며 "시니어 인력을 활용한 덕분에 경쟁사보다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높인 정기배송 서비스"라고 말했다.


"일반배송과 달라…실패 통해 배운 '시니어 정기배송' 사업"


사진=내이루리
사진=내이루리
정 대표는 "내이루리가 서비스하는 정기배송은 일반배송과 운영구조가 다르다"고 했다. 일반배송은 매번 새로운 지역에 다른 물건을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만큼 난이도가 높고 단가가 높다. 반면 정기배송은 같은 지역에 항상 정해진 물량을 배송한다. 정해진 시간만 맞추면 속도도 크게 중요치 않다. 그만큼 난이도가 낮고 단가도 저렴하다. 대신 수익은 항상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정 대표는 "일반인들에겐 사소한 차이처럼 보여도 시니어들에겐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대표가 1년 6개월간 직접 체감한 결과기도 하다. 정 대표는 내이루리 창업 전 시니어들을 활용한 일반배송 '할배달' 서비스를 운영했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정 대표는 "시니어들이 매번 새로운 길찾기를 어려워했고 물량도 수익도 일정치 않아 만족하지 않았다"며 "일반배송 서비스는 시니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할배달의 실패 요인을 분석해 보완하자 '정기배송'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마침 내이루리 창업에 도전하던 2021년은 식음료 분야의 정기배송 시장이 커지던 때였다. 시니어 인력은 정기배송 업무에 쉽게 적응할 뿐 아니라 일반인력보다 경쟁력도 높았다. 먼저 인건비가 30%가량 저렴했다. 시니어들이 임금의 액수보단 안정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일반적인 배달·배송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시니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배송의 정시성 확보와 개별화도 가능했다. 시니어들이 각자 배송을 전담하도록 해서다. 내이루리에 따르면 옹고잉의 사고율(배송 지연율)은 0.3%로 업계 평균(30%)의 100분의 1이다. 전담 체제를 통해 식음료 케이터링, 만족도 수집, 다회용기 회수 등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개별 부가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다.


"물류회사서 직접 일해보며 제안서 만들어 고객사 설득"


정 대표는 경쟁력을 확신했다. 시니어 배송의 사회적 가치를 떠나, 옹고잉의 사업모델은 가격경쟁력도 높고 부가서비스도 많은 물류서비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진입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보수적인 정기배송 사업을 시니어 인력 기반 스타트업에 선뜻 맡기는 기업은 없었다. 정 대표와 내이루리 팀원들은 고객사 설득을 위해 1~2개월 직접 물류회사에 잠입(?)취업해 물류시장의 비용과 구조를 파악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내이루리 이용 시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맞춤화된 제안서를 들고 고객사를 설득했다.

정 대표는 "서비스를 시작하자 비용, 배송 지연율 등 강점이 실제 지표로 드러났다"며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사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내이루리가 정기배송하는 식음료 물량은 월 14만인분으로 늘어났다. 고객사들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내이루리는 대형물류사가 택배로 전담할 수 없는 연 1200억원 규모의 식음료 정기배송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니어 일자리 소셜벤처도 성공 가능…지표로 보여주겠다"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지난해 6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12월에는 11억8000만원의 투자도 유치했지만 내이루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정 대표는 "아직도 주변에서 이 모델로 크게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 소셜벤처의 성격을 비영리재단이나 사회적기업의 일종으로 보는 부정적 시선 때문이다.

내이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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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 대표는 "결국 지표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류사업으로의 성공과 시니어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다 해결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우리 부모님께도 권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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