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3500만원→매출 69억…'줌'엔 없는 기능으로 K화상플랫폼 부활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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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이랑혁 구루미 대표의 스케일업 스토리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한차례 소개됐던 기업 대표를 다시 만나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 등의 경영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 /사진=구루미
이랑혁 구루미 대표 /사진=구루미
토종 화상솔루션 스타트업 구루미는 지난 3년여의 코로나19 시기를 누구보다 숨가쁘게 보냈다. 팬데믹으로 성장 기회가 왔지만 체력을 키우기도 전에 줌(ZOOM) 같은 글로벌 거대 경쟁자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엔데믹으로 관련 시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구루미는 어떻게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엔데믹 시기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이랑혁 구루미 대표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4년여만에 다시 만났다. (관련기사☞ "예상 못한 캠스터디 대박…'입소문' 덕이죠")


통장 잔고 3500만원…글로벌 공룡 '줌' 공세도


2019년 1월 15일, 유니콘팩토리의 이랑혁 구루미 대표 인터뷰 기사.
2019년 1월 15일, 유니콘팩토리의 이랑혁 구루미 대표 인터뷰 기사.
인터뷰 후 1년여가 흐른 2020년 2월. 구루미의 통장잔고는 3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딱 직원들 한 달 치 인건비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서버이용료와 공과금 등 그달에 납부해야할 금액만 1억2000만원이었다. 서비스가 중단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화상솔루션 구루미의 주요 서비스가 무료서비스인 '캠스터디'여서 사용자가 늘어도 적자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자금난을 넘긴다해도 앞길이 불투명했다. 공룡기업들이 시장을 넘보고 있었다. 줌, MS(팀즈), 씨스코(웹엑스) 같은 글로벌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도 화상솔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진짜 큰 위기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화상솔루션의 대명사가 된 '줌'의 공세가 무서웠다. 이 대표는 "유료 서비스에서 줌은 구루미의 10%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내가 소비자여도 줌을 썼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고객대응·교육특화·보안강화' 3가지 무기로 위기극복


이 대표는 일단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난을 극복해냈다. 다행히 투자자들은 구루미를 믿어줬다. 엔젤투자자와 씨앤벤처스가 신규 투자에 나섰다.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었다. 클라우드 이용으로 협력관계를 맺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팀도 지원에 나서며 서버이용료 등을 지원했다. 업계는 화상솔루션 원천기술(WebRTC)과 서비스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자금난을 이겨내면서 수익 구조도 개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화상솔루션 수요가 늘 때 구루미는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관건은 줌과의 경쟁이었다. 가격 외 차별점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고객대응 △교육특화기능 △보안강화로 승부수를 뒀다. 먼저 문제 발생 시 대응속도를 높여 사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교육현장 사용에 특화해 '출석' '문제 출제·풀이' 기능도 추가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기능이었다. 여기에 줌이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보안부문을 강화해 민감한 공공기관 수요를 잡았다.

특화전략이 시장에 먹히면서 2019년 5억원, 2020년 22억원이던 구루미의 매출은 2021년 69억원으로 성장했다. 전년 대비 210%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도 2020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2021년에는 4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도 기술·사업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사용자는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구루미는 100억원 가량의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엔데믹에도 자신감…"이젠 글로벌 시장서 줌 이길 것"


이랑혁 구루미 대표(왼쪽 세번쨰)와 MS 애저팀이  구루미와 챗GPT의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구루미
이랑혁 구루미 대표(왼쪽 세번쨰)와 MS 애저팀이 구루미와 챗GPT의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구루미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엔데믹이 다시 비대면 산업을 흔들고 있어서다. 구루미 역시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구루미의 솔루션은 화상회의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루미의 화상솔루션을 다양한 세부 서비스들에 접목할 수 있고, 원천기술로 화상 외 다른 데이터 전송 분야로 확장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구루미는 최근 문서를 실시간 공유해 비대면으로 금융상품을 상담할 수 있는 '디지털 미러링'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비대면 진료, 라이브커머스, 재난방지 모니터링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구루미 플랫폼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챗GPT를 서비스에 접목하기도 했다. MS 측과는 단순 API 사용 이상으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활용은 미래 비전의 핵심"이라며 "MS와 협력해 3년 내 다양한 서비스들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기업과 해외시장에서 정면 경쟁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구루미는 지난해부터 CES와 MWC에 참석하고,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도 참여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범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구루미는 중동 기업·기관들의 수요에 맞춰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중앙)이 2월 UAE 순방 동행 중소기업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윗줄 왼쪽 세번쨰)도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중앙)이 2월 UAE 순방 동행 중소기업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윗줄 왼쪽 세번쨰)도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사진=대통령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무엇보다 성장 비결은 캠스터디 사용자들의 애정"이라고 했다. 구루미에겐 독특한 팬덤 문화가 있다. 이 대표가 이를 체감한 것은 2020년 2월이다. 자금사정을 설명하며 사용자들에게 유료결제를 읍소했는데 하루만에 500만원이 결제된 것이다. 한번은 캠스터디로 시험을 준비하던 사용자가 직장 합격 후 회사의 구루미 사용을 추천한 사례도 있었다.

이 대표는 "사용자들에게 받았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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