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한다는데 업계는 "규제 신설" 비판, 왜?

고석용 기자,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3.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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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도화를 염원해오던 산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가 재진 환자, 의료 취약지 환자 등으로 제한되면서다. 업계는 현행 비대면 진료보다 범위가 제한되는 만큼 제도화가 오히려 규제를 신설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3일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는 대상을 재진 환자와 도서·벽지·재외국민·감염병 환자 등 의료취약지 환자들을 중심으로 한정해 시행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현행 비대면진료 허용은 중단될 전망이다.

제도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업계는 오히려 불만을 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대상이 한정적이어서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되면서 현재는 감기, 알러지, 소화불량 등 가벼운 증상의 초진 환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재진 환자만 허용할 경우 이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계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진행된 비대면 진료 중 초진 비중(진찰료 기준)이 13.4%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1년새 상황이 달라졌다고 반박한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발표될 때만 해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며 "당시 누적 이용건수는 350만건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500만건으로 불어나면서 초진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 환자들을 중심으로 제도화하는 점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규제라고 보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블루앤트의 지난해 집계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진료 건수는 전체의 70%에 달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료취약지가 아닌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의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오수환 공동대표(엠디스퀘어 대표)는 "시범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이 쌓였는데 이 경험들을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만 하지말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만들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성장세에 베팅해온 벤처투자업계도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은 "기대와 달리 제도화 수준이 너무 낮다"며 "제도화 이후 비대면 진료가 크게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닥터나우, 굿닥, 올라케어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3강'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은 총 8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업계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료계와 협의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진료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수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대표(엠디스퀘어 대표)는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며 "의료취약지의 초진, 도시지역 야간시간 비대면 진료 등에 대해서는 단서가 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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