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 융합) 실용화 중개연구단 조형호 전남대 교수 인터뷰
전남대학교와 전남대학교병원은 지난해 8월 귀리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한 난청 예방·치료용 약제학적 조성물을 국내 제약업체인 엔비케이제약에 이전했다. 총 8억7500만원의 기술료를 마일스톤(분할납부) 방식으로 지급받는 조건이다. 해당 기술은 현재까지 보고된 곡물 중 오직 귀리에게만 있는 물질인 '아베난쓰라마이드'를 활용해 소음 또는 항암제 등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난청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
애초 이 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성능 평가가 이뤄진 기술성숙도(TRL) 4단계 정도였다. 이런 기술을 민간에 넘길 수 있었던 건 시장맞춤형 기술로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중개연구단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지난해 처음 시작한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연구개발) 사업'으로, 대학·출연연의 우수 기초·원천연구 성과를 수요 기업에 맞게 기술성숙도를 높여 사업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개연구단을 통해 후속 R&D, 테스트 시험·인증 등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한다.
전남대 'CPI(복합생체신호와 ICT 인터페이스) 기반 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 융합) 실용화 플랫폼 개발 중개연구단'은 대학이 보유한 난청, 치매, 골다공증, 암 진단·치료 등 총 4가지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진단에서 치료까지 동시에 가능한 테라노스틱스 분야의 원스톱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융복합 연구를 통해 특이 질환에 효능이 있는 신약·건강기능식품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3년간(2021년~2023년) 약 84억원을 지원한다. 중개연구단엔 전남대를 비롯해 동아대, 엔비케이제약, 한국비엔씨, 빅썸, 씨앤큐어, 솔젠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중개연구단의 책임자인 조형호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중개연구단의 주된 역할은.
▶간단히 말해 아베난쓰라마이드에 다른 유도체(어떤 화합물 일부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얻어지는 유사 화합물)를 부착시키고 조작을 가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유도체)을 빨리 스크리닝(검색) 하고, 발굴한 물질이 효과가 있다면 대량 합성하는 데까지 가는 것이다.
저희 중개연구단은 4개 연구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3팀엔 독성 테스트를 위한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분야 전문가, 4팀엔 신약 후보물질의 약효를 높이는 유도체 합성 분야 전문가, 3차원(D) 바이오 프린팅에 능숙한 연구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런 분들과 함께 타깃(특정 질환 진행에 명백한 역할을 하는 분자)에 효능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빠르게 스크리닝하는 공동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개발 단계별 협업 플랫폼을 마련해 제품화를 앞당기는 게 목표다.
-중개연구단에서 2-3팀 과제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높던데.
▶먼저 전남대 박종환 교수가 주도하는 2팀은 '천연소재 및 저분자 화합물 기반 골다공증 제어 소재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말하는 천연소재는 짠물이 드나드는 갯벌에서 소금기를 먹고 사는 염생식물 '함초'를 가리킨다. 신령스러운 풀이란 뜻으로 약성이 다양해 '갯벌의 산삼'이라고도 불린다. 함초 추출물이 골질환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밝혀졌다. 이 천연소재의 시작품을 제작해 효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저분자 화합물 유효물질 2종을 발견, 특허 출원하고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다.
3팀은 전남대 민정준 교수 주도로 '암 특이적 인자 기반 진단·치료 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최신 디지털 펫(PET, 양전자 단층촬영) CT로 피부에 발생하는 악성흑색종을 검진할 때 이를 잘 찾아낼 수 있는 방사선 물질을 만든다. 즉, 악성흑색종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물질을 찾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악성흑색종이 이 물질을 흡수할 때 파괴도 할 수 있는 물질을 붙여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게 하는 게 주요 연구 테마다. 또 3팀의 김근중 교수는 조효소 의존적 바이오 마커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이미 TRL6 정도의 기술 성숙도가 있어 곧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함께 참여한 수요기업들이 얻게 될 혜택은.
▶무엇보다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케이제약의 경우 지금 준비중인 3개의 파이프라인 중 난청 치료가 그중 하나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약 53%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던 건강기능식품 전문스타트업 빅썸은 골다골증에 효능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 시니어 소비층을 공략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씨앤큐어는 3팀 책임자인 민정준 교수가 악성흑색종 진단·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직접 창업한 회사다. 중개연구단 성과를 토대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준비중이다.
-바이오기업은 보수적인 편인데 중개연구단 목표를 보니 기술이전 10건·기술료 계약 53억원으로 공격적으로 잡았다.
▶엔비케이제약과 계약을 맺을 때 쉽지 않았다. 기업들이 신약후보물질의 효과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다 사가는 것 아니다. 후속 실용화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데다 성공 여부도 모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개연구단이란 지원사업을 통해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어느 정도 건너 실패 확률을 떨어뜨렸다는 점이 주효했다. 또 천연소재 물질을 이전 받은 빅썸, 조효소 의존적 바이오 마커 기술을 이전 받은 솔젠트 등은 중개연구단의 지속적인 연구지원을 기대하면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특히 1~4팀 연구자들간 정보를 자주 공유하는데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 차기 융복합 연구과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제는 보통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 파급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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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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