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출범 10주년 맞은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
"PDR 대신 PPR로 투자받는 시대…일단 실적 증명해야"
포트폴리오 '컬리'에도 "밸류 연연 말고 일단 상장해서 성과 내야"
"지금은 스타트업들이 과거 자신의 기업가치(밸류)를 고집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든 투자자들이 원하는 밸류로 투자를 받고 자금을 확보해서 사업을 제대로 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2012년 출범한 벤처캐피탈(VC) DSC인베스트먼트 (2,810원 ▲15 +0.54%)가 올해로 설립 10년차를 맞았다. 펀드 조달을 지원해줄 모그룹이 없는 독립계 VC지만 직방, 무신사, 컬리, 두나무 등 수많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말 기준 217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연간 2500억원을 신규투자하면서 투자규모로 톱5 VC의 반열에 들기도 했다.
DSC는 투자 스타트업에 인사, 조직관리, 홍보, 컨설팅 등 경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성장을 돕는 VC로도 정평이 나있다. 윤건수 DSC 대표는 "다른 VC들도 투자기업의 성장을 돕지만 주로 심사역의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며 "DSC는 이를 회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고 말했다.
그런 윤 대표가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사에 누차 조언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밸류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윤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누차 강조했다.
"저평가여도 자금 확보해 실적 내야…실적 내면 밸류는 금세 회복" 윤 대표는 "투자는 본질적으로 '좋은 기업'이 아니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기업'에 하는 것"이라며 "올해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좋은 기업들이 사라졌거나 기업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시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용됐던 'PDR(Price Dream Ratio·주가 꿈 비율)'을 더이상 적용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대한 유동성이 있어 PDR, 즉 성장성을 보면서 투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PDR은 PPR(Price Profit Ratio·주가 이윤 비율)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들이 꿈, 성장성을 증명하고 실적을 내서 밸류를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당장 이윤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할까. 윤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과거의 밸류를 고집하지 말고 일단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지난해 받았던 밸류, 동종업계 밸류 등은 깡그리 무시해야 한다"며 "20~30% 수준으로 밸류를 낮출 각오까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를 낮춰서라도 빨리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실적을 내야 밸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컬리에도 같은 논리 적용…벤처투자 LP들, 리스크 없는 지금이 출자 적기" 이같은 조언은 DSC가 투자한 유니콘 기업인 컬리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지난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컬리는 지난해 12월 프리IPO 투자에서 밸류 4조원을 인정받았지만 시장악화로 상장 시 이보다 낮은 밸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장 철회를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그래도 상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컬리의 사업 유지와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밸류에 연연하지 말고 자금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표는 "(기존 투자자인)DSC는 컬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며 "이에 컬리가 당장 밸류가 낮아지더라도 상장 후 꿈을 검증하고 제대로 된 밸류를 평가받을 때까지 2년 정도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VC 펀드에 출자하는 LP(유한책임조합원)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LP들은 최근 재원부족, 투자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출자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벤처투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게 윤 대표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투자에는 크게 두 가지지의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적정 밸류 판단이고, 또 하나는 기업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자연스럽게 모든 기업들의 밸류가 낮아지고 있고 시장위축으로 심사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투자처럼 장기투자를 할 것이라면 지금 시황을 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4~5년 장기투자를 한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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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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