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합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소상공인 등을 위한 비즈니스 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허니북 화면/사진제공=허니북프리랜서와 소상공인을 위한 고객관리 솔루션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스타트업이 있다. 네이버(NAVER(191,000원 ▼3,700 -1.90%))가 2018년 투자한 미국 허니북(HoneyBook)의 얘기다.
허니북은 벤처투자 광풍을 기록했던 2021년에 진행된 투자유치에서 24억달러(3조5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투자 거품이 꺼진 현재, 당시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익을 창출해야 할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허니북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경쟁 기업보다 높은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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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북, ARR 1억4000만달러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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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허니북은 연간반복매출(ARR) 1억4000만달러(약 2053억원)를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사크라(Sacra)가 집계한 2022년 허니북 ARR이 1억1300만달러(약 16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년만에 23% 상승했다. ARR이란, 고객이 1년동안 지불할 예정인 돈의 총액으로, 기업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고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허니북은 사진작가, 이벤트 기획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프리랜서와 소상공인을 위한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구독 형태(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로 서비스하고 있다. 2021년 타이거글로벌 등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667억원) 규모의 시리즈E를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4억달러로, 최근 ARR의 17배에 달한다. 이는 다른 SaaS보다 높은 배수(13배)를 적용한 것이다.
테크크런치는 평균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요인으로 AI(인공지능) 기능을 꼽았다. 허니북이 최근 출시한 허니북AI는 잠재고객을 발굴하고 이들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수주한 프로젝트 관리는 물론 재무업무까지 처리하는 게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허니북AI를 사용하는 프리랜서는 높은 업무 효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니북AI를 사용하는 프리랜서는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보다 2배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총 결제액(GPV)도 94% 더 높았다.
한편, 네이버는 2018년 쇼핑 및 결제 사업에서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허니북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13%(445만950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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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에 뭉칫돈…사이퀀텀, 1조원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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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퀀텀 직원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공장에서 회사 양자컴퓨팅 칩이 탑재된 실리콘 디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사이퀀텀2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사이퀀텀(PsiQuantum)은 최근 7억5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60억달러(약 8조7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퀀텀은 특수한 소재를 사용하는 다른 양자 스타트업과 달리 기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광자(photonics)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칩을 개발하고 있다. 광자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전달하는 기술로,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글로벌 파운드리 공장에서 광자 기술을 활용해 수백만개의 양자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보다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계산해 어려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 화학, 의료, 물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미국 보스턴에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퀀텀은 호주와 미국 정부와 협력해 향후 브리즈번과 시카고에 양자컴퓨터 2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2029년까지 상용화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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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베이조스 찜한 애그테크 유니콘 '플렌티'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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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렌티의 수직농업 기술이 적용된 농장/사진제공=플렌티소프트뱅크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했던 애그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플렌티'(Plenty)가 파산을 신청했다.
24일(현지시각)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직농업 스타트업 플렌티가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의 연방 파산법 챕터 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다.
2014년 설립한 플렌티는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업 기술을 개발했다. 수직농업이란 전통적인 평면 농업과 달리 수직으로 쌓아 올린 층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이다. 플렌티에 따르면 AI와 데이터 기반 농업 관리 시스템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해 수확량은 최대 30% 증가시키고 물 사용량은 95%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플렌티는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월마트, 베조스 엑스페디션(제프 베이조스 가문 투자사) 등으로부터 약 10억달러(약 1조4670억원)을 유치했다.
플렌티의 파산은 높은 생산비용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직농업 기술은 개발 비용 외에도 전기, 수도비용 등을 충당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로 플렌티는 지난해 12월 높은 에너지 비용을 이유로 운영 18개월 만에 잎채소를 재배하는 농장의 문을 닫았다.
최근 플렌티를 비롯해 많은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파산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기업가치 20억달러(약 2조9300억원)를 인정받은 바우어리 파밍(Bowery Farming)은 사업 중단에 들어갔으며, 에어로팜스(AeroFarms), 칼레라(Kalera), 앱하베스트(AppHarvest) 등 애그테크 기업들도 파산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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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스타트업 M&A…올해만 80조 거래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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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10억달러 이상 규모로 M&A가 이뤄진 스타트업 현황/사진제공=블룸버그올 들어 미국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정책이 시장친화적으로 선회할 것이란 실리콘밸리의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CB인사이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스타트업 M&A 거래가 11건 이뤄졌다. 거래 규모는 54억5000만달러(약 7조9800억원)다. 이는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M&A가 2건, 거래 규모는 32억달러에 그쳤던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 이뤄진 주요 거래로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 인수가 있다. 알파벳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20억달러(약 46조8000억원)에 위즈를 인수했다. 이외에도 소프트뱅크그룹이 암페어컴퓨팅(65억달러, 약 9조4900억원)을, 스코플리가 나이언틱(35억달러, 약 5조원)을, 펩시가 포피(20억달러, 약 2조8000억원)를 각각 인수했다.
이같은 거래 증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집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렸던 리나 칸을 유임하지 않고 앤드류 퍼거슨을 임명했다. 앤드류 퍼거슨은 "리나 칸의 M&A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위즈 거래에 참여한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기술투자은행 책임자 데이비드 첸은 "스타트업 M&A가 여러 요인으로 인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의 반독점 규제 뿐만 아니라 관세 정책 등 변동성 증가로 인수자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 기술기업의 IPO(기업공개) 증가도 M&A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클 브라운 펜윅 법률사무소 파트너는 "스타트업이 IPO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협상의 주도권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높은 인수금액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대형 인수 거래가 많지 않았던 탓에 인수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