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규 벤처펀드 결성 난항, 코스닥 시장 폭락에 따른 회수시장 악화 등으로 대부분의 상장 벤처캐피탈(VC)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관리보수+성과보수)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사 중 12개사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벤처투자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는 민간 LP(출자자)들이 여전히 지갑이 열지 않는데다 IPO(기업공개)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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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사 중 13개사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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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VC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2,095원 ▲15 +0.72%)은 2024년 46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상장 VC 17개사 중 1위다. 2위는 269억원을 기록한 DSC인베스트먼트(4,180원 ▼170 -3.91%), 3위는 242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벤처투자(4,780원 ▲30 +0.63%)가 차지했다. 아주IB투자(2,150원 ▲5 +0.23%)(231억원)와 SBI인베스트먼트(693원 ▲8 +1.17%)(164억원)가 뒤를 이었다.
VC 실적은 벤처펀드를 운영하는 대가로 받는 관리보수, 기준수익률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을 때 지급되는 성과보수 등으로 구성된다. 매출액에는 조합지분법이익도 포함되지만, 실제 실현 수익이 아닌 만큼 결산에서 제외했다. 조합지분법이익은 VC가 보유한 벤처펀드의 지분가치를 뜻한다.
17개사 중 전년 대비 성장한 곳은 DSC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캡스톤파트너스(2,760원 ▼30 -1.08%), 대성창투(1,777원 ▲21 +1.20%), 플루토스(256원 ▼5 -1.92%) 등 5개사에 그쳤다.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대성창투였다. 전년대비 57.7% 성장했다. 세부항목별로는 성과보수가 2023년 2억원에서 34억원으로 급증했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53,900원 ▼900 -1.64%) 회수 덕분이다. 대성창투는 2018년, 2020년 두 차례 시프트업에 투자했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2018년 당시 시프트업의 기업가치가 2300억원임을 고려했을 때 투자원금 대비 최대 10배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1위 에이티넘인베스트 실적은 전년 대비 63.7% 급감했다. 2023년 두나무를 청산하면서 1132억원까지 치솟았던 성과보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여파다. 그러나 관리보수는 160억원에서 249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 결성된 8000억원 펀드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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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민간 LP 지갑…여전히 불안한 IPO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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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벤처펀드 결성 VC 추이/그래픽=윤선정올해 실적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우선 신규 벤처펀드 결성이 쉽지 않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해 등록한 VC는 120개로 전체(249개)의 48.2%에 그쳤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VC 업체는 증가했지만 실제 펀드 결성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혹한기에 민간 LP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펀드 결성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속적으로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관리보수를 확보해야 하는 VC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기관들의 출자는 늘었지만, 민간 LP가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민간 LP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출자를 크게 줄이면서 매칭 LP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IPO 불황은 VC 투자 회수에 악재다. 2024년 IPO 건수는 70건으로 전년 대비 7건 줄었다. 기관투자자들의 IPO 심리를 나타내는 수요예측 경쟁률은 2023년 925 대 1에서 지난해 775 대 1로 급감했다. 그만큼 IPO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관 수요예측 참패로오름테라퓨틱(25,300원 ▼350 -1.36%), 씨케이솔루션(14,600원 ▼640 -4.20%), 케이뱅크비상장 (9,600원 0.00%) 등 8개사가 지난해 IPO를 철회한 바 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며 "코스닥 펀드 조성, 부실기업 퇴출 등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