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딥시크에 밀린 유럽 '쩐의 전쟁' 가세…마크롱 163조 투자

김희정 기자 기사 입력 2025.02.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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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5000억달러 '스타게이트'에 자극…
'AI 서밋' 앞두고 프랑스 1090억유로 투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실무 만찬에 도착하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을 반갑게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실무 만찬에 도착하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을 반갑게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프랑스가 중국의 딥시크 및 미일 합작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자극받아 인공지능(AI) '쩐의 전쟁'에 합류했다. 미중 AI 경쟁에서 소외됐던 프랑스가 1090억유로(약 163조원)를 쏟아부으며 AI 패권전쟁에 가세한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스타게이트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책이자 "독립을 위한 싸움"이라며 결기를 다졌다.

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10~11일 파리에서 개최되는 'AI 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mit)를 앞두고 프랑스2 TV에 출연해 "유럽과 프랑스는 투자를 가속해야 한다"며 향후 몇 년 동안 AI에 109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을 대표해서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미중 주도 AI 산업에 발판을 마련하겠단 그림이다. AI 정상회의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 등 세계적 AI 리더들이 참석해 토론을 펼친다.

마크롱 대통령이 AI 신규 투자를 직접 강조하고 나선 데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5000억달러(약 718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영향이 컸다.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중국의 딥시크가 파란을 일으키고 미국이 AI 연합세력을 구축해 물량 공세에 나서자 유럽의 대표주자인 프랑스도 맞대응에 나선 것.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자 회동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왼쪽)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  /사진=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자 회동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왼쪽)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 /사진=뉴스1
'프랑스판 스타게이트'에 자금을 대기로 한 물주 중 하나는 아랍에미리트(UAE)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주 프랑스 데이터센터에 최대 500억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초기 자금은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하는 아부다비 'MGX' 펀드에서 조달된다. 프랑스 기업 컨소시엄도 합류할 예정이다. 캐나다 자산관리회사 브룩필드도 프랑스 AI 인프라 구축에 향후 5년 동안 20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에서 "브룩필드가 200억유로를 투자하면 프랑스가 주요 AI 기업과 함께 경쟁에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속도를 늦추면 안된다. 세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것은 독립을 위한 싸움"이라고 밝혔다.

파리 AI 정상회의에서는 비영리 투자 기금인 '커런트 AI'도 창설하기로 했다. 커런트AI는 AI 프로젝트를 개인정보보호 친화적으로 발전시키고 익명화된 의료 데이터를 생성하는 등 공익 AI를 발전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 5년간 25억유로를 모금하겠단 목표다. 이미 4억유로가 모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배석한 기자회견서 “AI 인프라에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배석한 기자회견서 “AI 인프라에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동안 유럽의 스타트업은 자금 부족, 낮은 컴퓨팅 파워 접근성, 규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 프랑스는 이번 AI 행동 정상회의를 유럽을 대표해 여전히 소프트 파워를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줄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의 혁신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이 자체 AI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인 미스트랄AI가 대표적이다. AI 행동 정상회의의 공동 주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 다른 지도자들도 오픈AI나 구글의 폐쇄적인 AI와 달리 미스트랄과 딥시크처럼 개방적인 '공유 AI' 플랫폼을 옹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의 수석 AI과학자이자 저명한 프랑스 연구자인 얀 르컨은 폐쇄형 모델을 사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잘못된 우월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개방형 세계가 그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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