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건비 잔액이 1년 치 학생 인건비 지출액보다 '많은' 연구책임자 대상
2023년 초 국내 60개교 학생 인건비 적립액 6000억 이상
2025년 말 기준 잔액부터 적용 예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내년부터 학생인건비 총 수입 중 지출액보다 잔액이 많은 연구책임자를 대상으로 잔액의 일정 비율을 기관으로 환수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2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학생 연구자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학생 인건비 잔액 제도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이같은 개선책을 밝혔다. 학생 인건비 명목으로 개별 연구자에게 지급된 국가 R&D(연구·개발) 과제비 중 당해년도에 실제 인건비로 지출되지 않은 잔액의 일부를 소속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관 계정으로 반납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과제가 종료되더라도 인건비만큼은 정부에 반납하지 않고 연구자 본인 계정에 적립할 수 있는 특례제도를 운영해왔다. 연구실이 차년도 과제를 수주하지 못하더라도 소속 학생 연구자에게 일정 이상의 인건비를 계속해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례의 목적이다.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특례를 시행한 지) 10여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며 학생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학생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일단 이월금을 모아둔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초 인건비를 통합 관리하는 60개교 기준 누적 잔액 규모는 6000억원 이상이다. 2022년까지 5895억원에 이르는 이월금이 학생 인건비로 지출되지 않은 채 쌓여있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2년 총 R&D 인건비 지급액의 38~82%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 연구 책임자의 85%는 연구실이 1년간 지출하는 인건비보다 적은 5000만원 미만의 적립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년 적립금을 이월하다 보니 10년에 걸쳐 적립금이 누적됐고, 이에 따라 10억원 이상을 계정에 보유한 연구책임자가 10명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50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보유한 연구책임자도 존재했다.
과기정통부는 "3년 치 이상 적립금을 가진 연구책임자는 전체의 21%로, 적립금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며 쌓여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잔액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본인이 한해 지출한 학생 인건비보다 많은 돈을 계정에 남긴 연구책임자가 대상이다. 연구책임자는 연말 기준 남은 잔액에서 그해 1년 치 지출한 인건비를 빼고, 남은 금액의 20%를 기관계정으로 반납한다.
만약 A 교수의 1년 인건비 총수입이 1억 2000만원이고 그해 학생 인건비로 4800만원을 지출했다면 인건비 잔액은 7200만원이다. 지출한 인건비보다 남긴 금액이 많다. 당초 특례에 따르면 A 교수는 7200만원을 모두 적립금으로 이월할 수 있었다. 제도 개선 후 A 교수는 7200만원에서 4800만원을 빼고 남은 2400만원 중 20%인 480만원을 기관 계정으로 이체해야 한다. 이체 대상에서 제외되려면 학생 인건비 지출액을 상향 조정해 애초 지출액이 적립금보다 많아지도록 하면 된다. 예컨대 A 교수의 1년 인건비 지출액이 총인건비 수입인 1억 2000만원의 절반인 6000만원만 돼도 기관에 적립금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책임자 단위에서 먼저 학생 인건비를 최대한 지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기관계정에 모인 적립금은 기관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립금은 학생 인건비 명목이기 때문에, 형태는 다르더라도 반드시 학생 인건비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임요업 조정관은 "학생 인건비 적립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인건비가 학생에게 제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30일 이공계 대학교수, 학생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수집된 의견을 기반으로 연말까지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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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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