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도 실패한 양자역학 실험, 국내 연구팀 세계 최초로 증명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10.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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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IBS, 자체 개발한 초강력 레이저로 비선형 콤프턴 산란 입증

세계 최고 세기를 가지는 초강력 레이저(GIST·IBS)와 비선형 콤프턴 산란 실험 개념도(왼쪽부터) /사진=GIST
세계 최고 세기를 가지는 초강력 레이저(GIST·IBS)와 비선형 콤프턴 산란 실험 개념도(왼쪽부터) /사진=GIST

국내 연구팀이 미국, 유럽, 중국 연구팀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한 '강력장 양자전기역학 현상'을 최초로 입증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은 남창희 물리·광과학과 교수와 성재희 IBS(기초과학연구원)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강력장 양자전기역학(Strong Field Quantum Electrodynamics) 현상인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진공'은 고전물리에서의 진공과 다르다. 고전물리에서의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뜻하지만, 양자역학적으로는 입자와 반입자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간을 뜻한다. 이를 양자역학적 진공이라고 한다.

강력한 빛에 의한 양자역학적 진공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강력장 양자전기역학이라고 하는데,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레이저의 출력이 너무 세 지금까지 증명할 수 없었다.

양자전기역학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비선형 콤프턴 산란'이다. 빛이 충분히 센 상태에서 전자 한 개와 광자 여러 개가 동시에 충돌하며 고에너지 광자 한 개가 탄생하는 물리 현상이다.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입증하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증거를 얻는 셈이어서 지난 10년 간 유럽, 미국, 중국 등 초강력 레이저를 보유한 국가의 연구 그룹이 관련 연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비선형 콤프턴 산란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를 보여주거나, 빛이 충분히 세지 못한 영역에서의 부분적인 결과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GIST-IBS 연구팀은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빛의 세기가 매우 강력한 영역에서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세기의 4페타와트(PW·1000조 와트)의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초강력 레이저를 두 개의 빔으로 가른 후 레이저 빔 하나는 기체에 집속시켜 고에너지 전자를 발생시키고, 다른 빔은 고에너지 전자와 충돌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전자 한 개와 300개 이상의 레이저 광자가 충돌하며 470MeV(1백만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갖는 하나의 감마선 광자로 변환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연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게 됐다"며 "다양한 천체 현상을 지상에서 구현해 지금까지 제시된 이론적 예측을 확인하고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IBS 초강력레이저과학 연구단사업과 GIST 극초단광양자빔 연구시설 운영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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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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