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현모 에스아이에스(SIS)센서 대표
"반도체 하던 눈으로 바이오 쪽을 보니 무엇을 하면 될지 보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현모 책임연구원은 지난 7월 '에스아이에스(SIS)센서'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을 세웠다. 주변에선 의아해했다. 그가 2000년대 개발한 '반도체 나노박막 두께 측정 기술'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제조·생산라인에서 20년 이상 쓸 정도로 반도체 분야 내로라하는 기술 권위자인데 정작 창업은 바이오 분야에서 했으니 말이다.
SIS센서는 조현모 대표가 연구원 시절 이뤄낸 R&D(연구개발) 성과 논문을 기반으로 기존 질병 진단장치 보다 1만 배 이상 측정 민감도가 높고, 가격은 기존보다 3분의 1가량 낮은 '단백질칩 진단장치'를 개발 중이다. 조 대표를 11일 표준과학연구원 내에 창업공작소에서 만났다.
나노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혈액·체액 내 특정 질환의 여부나 상태를 나타내는 단백질·DNA(유전체) 등의 지표 물질은 주로 형광물질을 띠는 나노물질이나 효소를 반응시켜 측정 신호를 높인 뒤 관찰한다. 신호 발생, 증폭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조 대표는 이런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를 반도체 기술로 풀어나갔다. 그가 첫 번째 측정 대상으로 삼은 건 급성심근경색이다. 심장으로 흐르는 혈관이 막혀 산소와 영양분 공급 부족으로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골든타임 2시간 이내의 신속한 응급조치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이 질환을 조기에 알아내려면 '트로포닌I'라는 단백질을 혈액 속에서 빠르게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혈액 속에서 트로포닌I가 발견됐다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런 특정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라고 부른다. 하지만 트로포닌I는 혈액 내 농도가 피코몰(18g의 물을 1조 개로 나눈 양) 이하 극미량이므로 현재의 검사 방식으론 찾기 힘들다.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려운 적은 양이다.
조 대표는 빛을 특정한 각도로 실리콘 표면에 반사시켜 특정 물질의 변화 과정을 민감하게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런 극미량의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 만든 장치를 '실리콘 기반 SIS(Solution Immersed Silicon, 액침실리콘) 센서'라고 불렀다. 그가 개발한 '반도체 나노박막 두께 측정 기술'의 일부를 살짝 비틀어 적용한 것이다.
그는 "실리콘의 굴절률은 일반 바이오 물질 보다 수 배 높은데 굴절률이 크면 클수록 증폭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기존 진단 장치처럼 별도의 화학·생물학적인 신호 증폭 과정없이 광학적으로 신호를 단숨에 증폭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 센서를 기반으로 단백질칩 진단장치를 119 응급차에 설치 가능한 이동형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2022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한 '모바일기기 연계 중대질환 스마트 자가진단 시스템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추후 상용화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응급차에서 우선 검사하고, 해당 결과를 전달 받은 병원에선 신속하게 급성심근경색 수술을 준비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급성심근경색을 시작으로 다른 질환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조 대표는 "빛을 특정한 각도로 실리콘 표면에 반사해 특정 물질의 변화 과정을 민감하게 측정하는 이 기술은 응용개발이 가능해 알츠하이머 치매, 각종 감염병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의 경우 해당 바이오마커가 발병 10년 전부터 혈액 속에 존재하므로 미리 알면 치매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전세계 체외진단시장은 지난해 143조원 규모로 매년 8.7%씩 성장하고 있다. 2027년엔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2020년 기준 로슈, 애보트 등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65.2 %를 차지할만큼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크고 진입 장벽이 높다"며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지나친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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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현모 책임연구원은 지난 7월 '에스아이에스(SIS)센서'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을 세웠다. 주변에선 의아해했다. 그가 2000년대 개발한 '반도체 나노박막 두께 측정 기술'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제조·생산라인에서 20년 이상 쓸 정도로 반도체 분야 내로라하는 기술 권위자인데 정작 창업은 바이오 분야에서 했으니 말이다.
SIS센서는 조현모 대표가 연구원 시절 이뤄낸 R&D(연구개발) 성과 논문을 기반으로 기존 질병 진단장치 보다 1만 배 이상 측정 민감도가 높고, 가격은 기존보다 3분의 1가량 낮은 '단백질칩 진단장치'를 개발 중이다. 조 대표를 11일 표준과학연구원 내에 창업공작소에서 만났다.
나노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혈액·체액 내 특정 질환의 여부나 상태를 나타내는 단백질·DNA(유전체) 등의 지표 물질은 주로 형광물질을 띠는 나노물질이나 효소를 반응시켜 측정 신호를 높인 뒤 관찰한다. 신호 발생, 증폭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조 대표는 이런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를 반도체 기술로 풀어나갔다. 그가 첫 번째 측정 대상으로 삼은 건 급성심근경색이다. 심장으로 흐르는 혈관이 막혀 산소와 영양분 공급 부족으로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골든타임 2시간 이내의 신속한 응급조치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이 질환을 조기에 알아내려면 '트로포닌I'라는 단백질을 혈액 속에서 빠르게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혈액 속에서 트로포닌I가 발견됐다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런 특정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라고 부른다. 하지만 트로포닌I는 혈액 내 농도가 피코몰(18g의 물을 1조 개로 나눈 양) 이하 극미량이므로 현재의 검사 방식으론 찾기 힘들다.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려운 적은 양이다.
조 대표는 빛을 특정한 각도로 실리콘 표면에 반사시켜 특정 물질의 변화 과정을 민감하게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런 극미량의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 만든 장치를 '실리콘 기반 SIS(Solution Immersed Silicon, 액침실리콘) 센서'라고 불렀다. 그가 개발한 '반도체 나노박막 두께 측정 기술'의 일부를 살짝 비틀어 적용한 것이다.
그는 "실리콘의 굴절률은 일반 바이오 물질 보다 수 배 높은데 굴절률이 크면 클수록 증폭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기존 진단 장치처럼 별도의 화학·생물학적인 신호 증폭 과정없이 광학적으로 신호를 단숨에 증폭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 센서를 기반으로 단백질칩 진단장치를 119 응급차에 설치 가능한 이동형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2022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한 '모바일기기 연계 중대질환 스마트 자가진단 시스템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추후 상용화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응급차에서 우선 검사하고, 해당 결과를 전달 받은 병원에선 신속하게 급성심근경색 수술을 준비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급성심근경색을 시작으로 다른 질환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조 대표는 "빛을 특정한 각도로 실리콘 표면에 반사해 특정 물질의 변화 과정을 민감하게 측정하는 이 기술은 응용개발이 가능해 알츠하이머 치매, 각종 감염병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의 경우 해당 바이오마커가 발병 10년 전부터 혈액 속에 존재하므로 미리 알면 치매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전세계 체외진단시장은 지난해 143조원 규모로 매년 8.7%씩 성장하고 있다. 2027년엔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2020년 기준 로슈, 애보트 등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65.2 %를 차지할만큼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크고 진입 장벽이 높다"며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지나친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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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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