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로 읽는 글로벌 AI 딥테크 생태계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기사 입력 2024.08.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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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거대 파도가 지난 뒤 '딥테크'(첨단기술)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문서 번역·요약 등 일반인도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는 생성형 AI(인공지능)가 등장하면서 산업계 일대 지각변동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른바 '범용 AI 시대'의 개막으로, 이런 변화의 주역은 단연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각국 정부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면서 AI를 기반으로 한 BM(비즈니스모델)을 갖춘 기업은 제1의 투자처가 됐다. 이는 데이터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3년도 미국의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약 270억 달러(35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분야별로 나누면 △바이오·헬스 △로봇 △컴퓨터 비전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핀테크 △사이버 보안 등 요즈음 가장 '핫'하다는 분야가 전부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 연구진들이 좀 더 범위를 좁혀 이들이 진출해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봤다. '어떤 딥테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기술 독창성, 펀딩 규모를 고려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과 기술을 선별 분석했다.

기술 독창성은 특정 기술 영역 내에서 시장 지배적 기업들의 기술에 비해 얼마나 차별성을 갖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기술 독창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높은 성과를 보인다. 펀딩 규모는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시장 매력도를 나타낸다.

선별된 상위 1%의 유망기업들은 △AI 기반 액체 생검(환자의 병이 있는 부위의 조직을 약간 잘라내어 관찰하는 일)기술 △실시간 3차원(D) 암 치료 반응 분석 기술 △AI 기반 심장·뇌 영상 분석기술 등 의료용 컴퓨터 비전 기술 △다중오믹스 질병 진단·예측 △mRNA(메신저리보핵산) 플랫폼 기반 항암 백신 △원격진료 및 모니터링 △AI 기반 신약개발 및 질병 모델링 등 주로 딥테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또하나 해당 분야 스타트업들 가운데 펀딩 규모가 큰 기업들은 주로 미국에, 기술 독창성이 높은 기업들은 유럽에 분포하는 특징을 가진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컨설팅 기업 스타트업블링크가 발표한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위권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이 분석한 상위 1% 유망기업엔 단 1곳도 끼지 못했다.

필자가 최근 상담한 국내 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대표는 성장에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국내에 머문 서비스를 어떻게 글로벌로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는 호소였다.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수요에 기반한 딥테크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스케일업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CES(세계가전전시회) 2024'에서 우리나라 기업들 중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이 11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여개가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에 포진했다. 그 어느 때보다 K스타트업이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 상위 1% 유망 기업에 이름을 올릴 K스타트업이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의 영역으로만 존재하던 AI가 실용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품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AI 딥테크 생태계는 전 세계 자본을 끌어들이며 산업의 근원적 변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제약 요건들을 선제적으로 점검해 우리나라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을 거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파벽비거(破壁飛去)의 시대'를 열어가길 희망해 본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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