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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스타트업의 동남아 진출과 머니볼 접근법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기사 입력 2024.08.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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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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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약체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혁신적인 도전을 그렸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단장 '빌리 빈'은 저예산의 악조건 속에서도 데이터 기반 접근법으로 팀을 20연승으로 이끌었다. 이는 단순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대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저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머니볼 이론'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으며,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 전략에 대해 자문해왔다. 이 과정에서 항상 강조하는 전략이 바로 '머니볼 접근법'이다. 동남아 시장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빅볼' 전략보다는 세밀한 전술로 승부를 거는 '스몰볼' 전략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야구에서 홈런 타자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전체 출루율을 높여 꾸준히 득점하는 전략과 유사한데, 이에 대한 배경은 아래와 같다.

우선 동남아시아는 단일 시장이 아니다. 아세안(ASEAN)이라는 이름 하에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각국의 법체계, 경제 구조, 문화가 상이하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캄보디아는 같은 동남아 국가지만, 경제 발전 수준과 비즈니스 환경이 천지차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규모 단일 시장 접근법은 적합하지 않으며, 각 국가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동남아 시장의 경제 규모는 흔히 과대평가된다. 사실 주요 6개국의 총 GDP는 약 3조5000억달러로, 한국 GDP 1조7000억달러의 2배 수준에 불과하다. 그중 상당 부분이 인도네시아에 편중돼 있다. 전체 3분의 1을 차지한다. 베트남의 경우 인구는 한국의 2배지만 GDP는 4분의 1에 그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시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젊은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잠재력이 큰 시장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 지역에 30여개의 유니콘이 존재하지만, 본격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된 지 겨우 10년 남짓이다. 전반적인 인프라와 인적 자원, 자본 시장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도 아직 미성숙하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창업자 자원, 자국 내 상장사 수나 규모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트업 성장 모델, 즉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한 급속한 성장과 빠른 출구 전략 등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진출 전략은 '점선면 확대 전략'(Point-Line-Plane Strategy)이다. 이는 동남아 전체를 단일 시장으로 보지 않고, 개별 국가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자카르타, 호치민과 같은 대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특정 산업 분야와 결합하여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식이다. 즉, 특정 도시와 특정 분야가 만나는 '점'들 위에 소규모 투자를 집중하여 ROI(투자금 대비 수익률)와 성공률을 높인다. 이렇게 성공한 '점'들을 연결하여 '선'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면'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지역 단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동남아 환경에 적합한 접근법이다. 작은 점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이 전략이야 말로 동남아 진출을 위한 진정한 '머니볼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난 그냥 내버려 둘 거야.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길 거야.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Just enjoy the show.)" 라는 노래가 흐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창업과 해외진출이라는 쇼 무대에 선 스타트업이라면, 이 여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즐기길 바란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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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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