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잠자는 공공R&D' AI가 다 깨운다...기술사업화 탄력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4.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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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아폴로 개발을 주도한 KISTI 데이터분석본부 변정은 기술사업화연구센터 팀장, 김은선 본부장, 최윤정기술사업화연구센터장/사진=김휘선 기자
(왼쪽부터)아폴로 개발을 주도한 KISTI 데이터분석본부 변정은 기술사업화연구센터 팀장, 김은선 본부장, 최윤정기술사업화연구센터장/사진=김휘선 기자


공공R&D(연구개발) 성과물의 민간 활용·확산을 가속화할 AI(인공지능) 플랫폼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는 생성형 AI를 이식한, 공공R&D 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전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아폴로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ROM) 특별세션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아폴로는 기술 고도화, 사업 확장 등을 꾀하려는 기업의 목적에 맞는 공공R&D 성과물을 선별하고 추천한다. 반대로 연구자들은 자신이 수행하려는 연구 주제가 현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지를 사전에 확인 할 수 있다. 또 개발 완료된 성과물을 이전 받아 사업화할 수 있는 유망 수요기업 정보도 제공한다. 기업 유망성과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시장 분석, 최신 글로벌 기술·시장 트렌드도 알려준다.

KISTI 데이터분석본부 김은선 본부장은 "공공기술을 기업에 이전코저 할 때 업력, 기술 역량, 매출액, 소재지, 직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교한 기술 매칭을 AI로 구현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폴로는 '바이오·헬스케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업력 20년, 1000명 규모의 A사, 설립 1년된 10명 남짓한 B사가 각각 다른 결과값을 얻는다. 아폴로가 기업의 기술 수용 능력이 어떤지, 회사 니즈에 맞는 기술을 보유한 가장 가까운 연구소가 어딘지 등 기업 프로파일과 환경 등의 요인을 전부 고려해 적합한 매칭 결과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폴로는 KISTI 데이터분석본부가 10년 이상 축적한 기술거래 및 사업화 데이터를 최신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아폴로 공개에 앞서 지난 12일 시스템을 실제로 작동시켜 보는 사전 시연에 참관했다. 아폴로 활용법은 매우 간단했다. 시스템 접속 후 기업명만 넣으면 설립년도, 종업원 수, 매출액 등의 기업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와 등록했다. 이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아폴로내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시연자가 혈당측정기 전문기업 A사로 기업명을 입력하고 AI 분석 버튼을 누르니 카드뉴스 형태의 R&D 성과 추천 100선이 화면에 즉시 나타났다. 결과는 지역별, 산업별, 초기, 응용 등 연구단계별로 나눠 세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A사가 부산일 경우 가까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있는 공공연구기관의 R&D 성과물을 우선 보여주는 식이다.

특이한 건 결과 중 바이오·헬스 분야 말고도 에너지 분야 기술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최윤정 KISTI 데이터분석본부 기술사업화연구센터장은 "A사가 보유한 혈당 측정 기술을 토대로 에너지 측정 상품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실제로 업계에선 반도체 측정 장비를 만들던 업체가 바이오 분야 진단장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CEO(최고경영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사업 다각화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플로는 공공R&D 사업화에 적합한 기술 수요기업을 추천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인공지능 기반 패치형 웨어러블 개발'이란 과제명을 입력한 후 AI 분석 버튼을 클릭하니 100건의 사업화 수요기업 예측 결과가 매칭 적합도 순서로 추천됐다.

변정은 KISTI 데이터분석본부 기술사업화연구센터 팀장은 "출연연 TLO(기술이전 전담조직)가 기술 이전할 수요기업을 찾거나 패밀리기업을 선정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자가 R&D 계획서를 작성할 때 시장분석 자료와 함께 어떤 기업이 활용하면 좋을지 등을 넣게 돼 있는 데 아폴로에선 형식적인 정보가 아닌 실질적인 정보를 손쉽게 제공해 보다 시장지향적인 연구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공공기술을 제품화 했을 때 시장성과 성장성을 분석하고, 기술창업을 꿈꾸는 연구원 등 예비창업자에게 최신 글로벌 유망 사업아이템을 적절하게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KISTI는 상반기 전국 규모 과학기술정보협의회 '아스티'(ASTI) 회원사 등을 대상으로 아폴로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한 후 오픈 시점을 최종 조율할 방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대학·공공연구기관의 누적기술 보유건수는 2021년말 기준 38만1723건으로, 이중 민간으로 기술이전 된 계약 건수는 1만263건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2위 수준으로 R&D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질적 '코리아 R&D 패러독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폴로가 R&D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기술패권 경쟁 심화와 탈세계회로 기존 글로벌 밸류체인이 흔들리면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고도의 과학기술력 즉 딥테크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며, 이런 기업을 다수 확보한 미국 등의 국가는 큰 어려움 없이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며 "아폴로는 잠재 딥테크 기업을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우리 국가 신산업 및 신시장 창출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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