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300%' 국내 1호 AC의 대박 비결...다작보단 명작 집중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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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 양경준 크립톤 대표
"선순환 창업생태계 위해 AC 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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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준 크립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양경준 크립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유니콘 기업 뒤에는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AC) 와이콤비네이터(YC)가 있었다. 2005년 설립된 YC는 매년 2차례 '배치프로그램'을 통해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지원하는데, 경쟁률만 200대 1이 넘는다.

YC보다도 먼저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해 온 1세대 AC가 있다. 2000년 8월 설립된 '크립톤'이다. 국내 최장수 AC인 크립톤은 '기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투자철학 아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크립톤의 누적 포트폴리오사는 약 100개사다. 25년 업력에 비해 포트폴리오사가 적은 것은 '다작'보다는 '명작'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실제 포트폴리오사 중 상장한 기업이 15곳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구주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시트(자금회수)한 기업도 15곳이다.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을 올린 포트폴리오사도 적지 않다.항공우주기업 컨텍 (10,350원 ▲160 +1.57%)은 투자 5년만에 상장하면서 14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여행플랫폼 트립비토즈와 풀필먼트 스타트업 두손컴퍼니도 각각 투자 5년, 3년만에 2300%, 500%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배치프로그램 없는 AC…남들과 다른 외길 투자전략


크립톤 개요/그래픽=윤선정
크립톤 개요/그래픽=윤선정

국내 대부분의 AC들은 1년에 두 차례 배치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이중 일부를 선발해 3~6개월간 교육을 시킨 후 투자자 앞에서 데모데이를 진행한다. 반면 크립톤은 배치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배치프로그램이 스타트업을 스케일업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데모데이를 위한 IR(기업설명) 피칭교육을 하는 것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며 "데모데이에 방점을 둔 배치프로그램은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으며, 좋은 창업자의 지원율이 낮아지는 등 투자성과가 점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립톤은 대신 (예비)창업가를 위한 창업스쿨 '크립톤36'을 운영한다. 경쟁 방식의 데모데이도 없다. 선발된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노하우가 부족한 창업가들을 도와주는데 초점을 둔다. 크립톤36은 1년에 한 번, 최대 36개팀만 선발한다.

양 대표는 "크립톤36에 지원한 기업에게는 사업모델보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먼저 물어본다"며 "사업모델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구체화시키는 것으로, 존재 이유를 확립한 다음에 사업모델, 팀원, MVP(최소기능제품) 등을 검증하고 스케일업 전략을 세우는 순으로 프로그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농식품, 지역 기업 등 상대적으로 투자가 소외된 분야에 적극 투자한다. 상장한 포트폴리오사 15개사 중 9개사가 비수도권이다. 제주, 부울경, 전북, 강원 등에 지사를 두고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돕고 있다. 2022년에는 AC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농업 분야 권위자인 남재작 박사와 전정환 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양 대표는 "기후변화와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크립톤의 투자철학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생태계 활성화 위해 AC 역할 중요...정부 지원 늘려야"


양경준 크립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양경준 크립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양경준 대표는 창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C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을 키우는 벤처캐피탈(VC)과 달리, AC는 '육성'을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이 과정에서 투자를 한다"며 "극초기 스타트업을 AC가 잘 육성하면 그 이후에 VC도 보다 수월하게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벤처투자 지원 정책에서 AC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 대표는 "현재 벤처투자촉진법상 AC가 참여할 수 있는 펀드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뿐"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른 정부부처가 출자하는 펀드에는 AC가 지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부처별로 AC 프로그램을 늘려 다양한 산업의 벤처생태계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구루로 통하는 양 대표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에서 협회 내 민간 상생협력 분과를 맡아 AC 정책을 선진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는 정부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통합했다"며 "AC 업계에 가장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써,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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