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학기술원 총장의 자질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6.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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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제 '넘사벽'이다."

점심 자리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얘기가 나왔다. 4대 과학기술원 직원들 사이에서 UNIST 활약은 근래 자주 언급되는 단골 이슈다. 2015년 9월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뒤 7년간 거둬들인 성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한 서울 상위권 대학 실적 이상을 넘어 해외 유명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으니 부러움과 시샘 섞인 반응이 이 같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UNIST는 세계대학평가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QS(Quacquarelli Symonds) 순위에서 작년 100위권에 진입했다. 설립 50년 미만 세계 신흥대학랭킹에선 세계 11위, 국내 1위다. 논문의 질적 우수성을 평가하는 '라이덴랭킹'에서 6년 연속 국내 1위이며 교원(교수 330명, 직원 412명)의 약 20%가 기술창업에 나설 정도로 지원제도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관련 66개 기업이 활동중이다.

인공지능대학원(2020년 9월),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2021년 9월), 탄소중립대학원(2022년 9월) 등을 연이어 개원했고, 오는 9월 의과학대학원도 문을 연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뛰어든다. 울산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 분야와 끈끈한 산학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가 혁신생태계 한축을 이루는 과기원이 지역 혁신인재 양성 뿐 아니라 자생력 있는 지역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데도 앞장서면서 그 위상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UNIST는 한때 심각한 인건비 부족 사태로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9년 11월, 4대 총장으로 임명된 이용훈 씨가 이를 해결할 큰 숙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이 총장 일화가 아직도 회자된다.

그가 모 지자체 경제부시장과 만나기로 한 날, 해당 부시장이 정부 보고 및 기차 연착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가고 없겠지 했는데 이 총장은 약속한 식당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에 이 총장은 규모가 작은 지역과제라도 꼭 따내야 할 정도로 절실했었다. 겸손한 자세로 발로 뛰는 이 총장에 대한 지역사회 신임은 더 두터워졌고, 2019년 68억원이던 UNIST 기부금은 올해 417억원으로 약 6배 늘었다.

현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제외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UNIST 3곳이 올해 신임 총장 후보 모집에 나섰거나 준비 중인 가운데 '리더의 역할'을 새삼 떠올려본다. 누군가는 '읽어버린 4년'이란 혹독한 평가를 받은 반면, 다른 누군가는 '도약의 아이콘'으로 박수 받고 있다. 우리나라 혁신성장 엔진이 자꾸 켜지고 꺼지길 반복하는 이 시점에 과기원의 새 수장은 어떤 사람이여야 할까. 다시금 리더의 자질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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