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직전에 휘청한 부릉…돈맥경화에 '메쉬 내홍' 남일 아니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11.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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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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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과 투자 한파로 시중 자금이 말라붙는 '돈맥경화'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스타트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우군'으로 지내던 창업자와 투자자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나타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오른 기업들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 /사진=메쉬코리아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 /사진=메쉬코리아



유니콘 바라보던 메쉬코리아, 창업자 vs 채권단·주주단 갈등


27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유통·물류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창업자 유정범 의장은 지난 25일 서울회생법원에 메쉬코리아에 대한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채권자인 OK캐피탈은 유 의장의 독단적인 행동에 강력 반발했다.

유 의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지분과 사내이사의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았다. 투자유치를 통해 대출금을 갚는다는 계획이었지만 꽁꽁 얼어붙은 투자 혹한기 속에서 결국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이에 OK캐피탈은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인 네이버, GS리테일, 현대차와 협의해 메쉬코리아의 경영권을 유진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 유진소닉과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7월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약 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매각가는 600억원으로 1년여 만에 약 8분의1 토막났다.

유 의장이 법정관리를 먼저 신청한 것은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는 매각이나 법정관리를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회생신청과 함께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도 함께 제출했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 보류하고 주요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사적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다. 보류기간 동안 투자를 유치해 OK캐피탈과 채무관계를 정리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OK캐피탈은 그동안 추진해온 경영권 매각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OK캐피탈 관계자는 "단순히 자기자리 보전을 위해 채권단의 동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다음달 2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매각을 의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몸값 하락' 스타트업 곳곳서 내홍


그동안 대다수 스타트업은 적자를 내더라도 '미래 성장성'을 내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업계는 "과거 저금리와 유동성 기조 속에 몸값을 부풀린 대다수의 스타트업도 투자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메쉬코리아와 같은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로 토종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왓챠는 올 상반기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본잠식에 주주들이 앞장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달 초 IPO(기업공개)를 철회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컬리도 지난해말 프리IPO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당초 1조원 규모의 시리즈G 투자유치를 추진했지만 결국 투자금액을 5300억원으로 줄여 마무리했다. 투자유치 후 기업가치는 9조원대로 희망했던 가격(10조원대)보다 낮다.

업력 8년차 스타트업이자 국내 대표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신규사업을 전개해왔지만 시장상황이 변했다"며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신사업 중 e스포츠대회 운영대행 부문은 사업을 종료하고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도 매각하는 한편 권고사직을 통해 임직원도 줄이는 중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한의 투자수익률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 주도로 앞으로 스타트업 매각이 잇단 진행될 경우 경영권을 지키려고 하는 창업자와의 갈등은 더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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