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해봤더니"…'어버버' 면접 망하고도 이직 성공한 비결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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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입사지원자 평판조회 플랫폼 '스펙터' 윤경욱 대표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MBTI 성격유형 중 'I(내향적)' 성향이 매우 강한 A씨.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기 위한 최종 면접에서 컨디션 난조와 울렁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고 어버버하다 면접을 망쳤다. 그런데 다음날 '채용이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이직에 성공한 것은 자신의 '평판' 덕분이었다. 비록 면접에서는 실수를 했지만,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대표가 "A씨의 유일한 단점은 우리 회사를 떠난 것이다. 이 사람을 놓친다면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남긴 평판이 채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판 조회 문화, 음지에서 양지로


"지난 수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면접 때 긴장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커리어가 바뀌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온 몇 년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입사 지원자 평판 조회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펙터(Specter)의 윤경욱 대표는 "서류와 면접으로는 자신을 어필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업무에서 큰 성과를 냈는데도 자기 PR을 잘못하는 사람은 이직에 번번이 실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회사는 스펙터를 통해 이전 직장의 대표자·임원진·동료가 직접 작성한 입사 지원자의 △강점 △인성 △윤리성 △리더십 △개선점 등 다양한 평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원자 평판 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도 조회 가능하다. 전통적인 평판 조회의 경우 일일이 연락을 돌려 의견을 듣는 방식이라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것도 어려웠다.

윤 대표는 "지원자 모르게 몰래 진행되는 등 기존 평판 조회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며 "스펙터를 통해 평판 조회 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히려 지원자들이 평판 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명 기반 평판 작성으로 데이터 공정성 확보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 대표는 "배달 앱에서 음식을 시킬 때 이용자들의 '리뷰'가 핵심 데이터로 활용되듯 채용에 있어서도 현명한 결정을 위해서는 평판이 중요하다"며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정말 좋은 인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스펙터에 가입한 개인 회원들은 다른 지원자보다 돋보이기 위해 더 많은 평가를 받아서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판이 많을수록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스펙터는 평판 데이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명 기반 평판 작성(평판 제공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 △다수의 평판을 통한 객관성 확보(지원자와 조직간 적합성 검증) △악의적 평판 작성에 대한 필터링 등 크게 3가지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는 "평판 작성을 요청했을 때 실제 작성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92% 정도로 매우 높다. 작성자의 약 80%는 퇴사자들에 대한 예우로 했다고 답했다"며 "10년 전이었다면 이런 구조가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이직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이 크다"고 했다.

그는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처럼 기업 리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퇴사자를 함부로 대하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같이 일했을 때 좋은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도와주려는 경향도 강하다"고 말했다.


기업 7000곳이 선택…기술력 인정받아 팁스 선정



윤 대표로선 스펙터를 향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다. 그는 "평판이 남게 되면 낙인이 찍히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들이 있다. 동의 없이 아무나 남길 수 있고 아무나 볼 수 있고 한 번 올라오면 끝까지 가는 것으로 오해한다"고 했다.

이어 "지원자가 회원가입을 해야 누군가 평판을 쓸 수 있고 본인이 동의해야 누군가 평판을 열어볼 수 있다. 본인이 원할 경우 평판 숨김도 가능하고 회원을 탈퇴하면 자동으로 모든 평판이 삭제된다. 이것이 스펙터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스펙터는 지난해 1월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 7000여곳의 기업회원을 확보했다. 롯데, 신세계, IBK기업은행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이용 중이다. 기존 인재 채용 플랫폼들과도 협업하며 확장성을 넓혀가고 있다.

등록된 평판 DB는 8만여개, 평판이 등록된 개인회원은 2만5000명에 달한다. 사업성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누적 투자금액 13억원을 유치했으며, 지난해 11월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시리즈A 투자유치 추진…싱가포르·베트남 공략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 대표는 팁스를 통해 입사 지원자가 자신이 재직했던 회사에 대해 평판을 남길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입사 지원자와 회사에 대한 양쪽의 평판 데이터를 분석해 지원자와 회사의 궁합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상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관도 분석을 하면 다음 회사를 지원할 때 비슷한 유형의 지원자들이 그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만족도가 어땠는지 △인사평가를 어떻게 받았었는지 등과 같은 적합성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추가 투자유치를 추진한다. 그는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모델로 서비스를 설계한 만큼 이미 해외 벤처캐피탈(VC)도 러브콜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진출의 첫 타깃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싱가포르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인 기업들이 1만여곳 가까이 진출한 베트남은 블루 컬러를 타깃으로 파일럿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공정한 채용시장을 만들어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그는 "사회 구조적인 제도를 바로잡을 순 없겠지만 최소한 정보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채용시장의 불공정은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용시장을 공정하게 바꾸고 공정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직장인 10명 중 절반 이상은 자신과 잘 맞는 직장에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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