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식물성 기반 1인 간편식 제조 전문 푸드테크 스타트업 '배드캐럿' 허윤희 대표
"샐러드를 한 달 내내 먹으라면 먹겠어요? 대신 '채소 소스'를 원하는 음식에 발라 먹으라면 오랜기간 먹을 수 있죠."
허윤희 배드캐럿(Bad Carrot) 대표가 말하는 '슬기로운 채식 섭취법'이다. 이 스타트업은 식물성 기반의 1인 간편식 제조·판매가 주력 아이템. 그러면 대개 녹색과 건강미를 내세운 이름과 이미지를 쓸만한 데 회사명과 로고가 제법 도발적인 데다 보통 요란한 게 아니다.
허 대표는 "조금은 어렵고 무거웠던 채식이라는 주제를 뻔하지 않고 펀(Fun·재미있는)하게 풀어내고 싶어 이렇게 붙였다"며 "SF(공상과학)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악당들이 지구를 지키듯,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꺼려하는 나쁜 채소들이 내 몸을 지킨다는 뜻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를 최근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사리가 소스가 된 날…펀딩률 1200% 돌파 배드캐럿이 개발한 3종 소스는 작은 혁명이었다. 고사리 향과 식감이 그대로 우러나는 '고사리마늘페스토', 알싸한 생강과 마늘·대파를 저온의 식물성 기름에 조리해서 감칠맛 및 재료의 향을 최대로 끌어올린 '생강알리오올리오', 청키한 가지와 마늘종·고추로 화끈하며 매콤한 맛이 특징인 'K-베지라유' 등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고사리·생강·마늘종·가지 등의 채소들이 파스타, 빵, 밥에 버무릴 수 있는 만능소스로 변신했다. 짭조름한 원물의 맛이 심심함을 달래 줬다. 이 소스를 바른 김밥은 가볍게 한 끼를 때우려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허 대표는 "고사리 마늘 페스토는 원물 함량이 총 58%로 각 원물이 주는 특색 있는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드캐럿의 제품들은 지난 6월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펀딩률 1216%를 달성하며 주목을 이끌었다. 이 혁명적 먹거리가 뜬 것은 비건(Vegun·채식)이 세계적인 열풍인 데다 최근 주 2~3회나 하루에 한 끼 등 유연하게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간헐적 채식주의자)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서다. 수요시장이 확실히 있다는 방증이다.
허 대표는 비건 식단을 유지하기에는 식단 선택의 폭이 좁은 데다 무엇보다 맛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 제품을 착안하게 됐다. "지금까지 나온 비건 음식 대부분이 단조롭죠, 채식에 갓 입문한 사람들을 위해 자극적인 맛과 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배송된 고사리가 계기…대체육에 어울리는 소스 없다 '틈새 공략' 허 대표가 고사리를 소스 원료로 쓰게 된 건 '오배송된 고사리' 때문이었다. "함께 창업한 친구(김제은 공동대표)가 예전에 식품 기업 팔도에서 비대면 배달전문식당 '팔도밥상' 메뉴를 연구하던 때였어요. 참나물을 주문했는 데 고사리 5kg이 잘못 배송됐던거죠. 다 버리긴 아깝고 고민하다가 고사리의 쫄깃한 식감을 소스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랐다고 해요. 이후 고사리 스프레드, 고사리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만들면서 지금의 제품이 나오게 된 거죠."
한때 콩고기라고 불린, 야채·해조류로 만드는 대체육에 어울리는 소스가 없다는 점도 이 상품을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대체육을 선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채식주의자일텐데 그렇다면 소스도 대체육 콘셉트와 같이 채소 원물 중심이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두유로 만든 마요네즈에 생강의 향미를 더한 '진저 마요네즈'도 새롭게 추가했다. 비건 슬로피조소스, K-핫소스 등 새로운 제품 출시도 기대된다.
배드캐럿은 소스를 파우치 형태로 포장 가공하는 공정을 개발하고, 모든 소스를 스타우트 파우치 타입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홈쿡', '혼밥' 트렌드를 고려해 1인 소포장으로 1인 가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겁니다."
이와 함께 카페, 레스토랑, 급식업체 등 B2B(기업간 거래)용 대용량 상품 제조 및 소소를 이용한 업체용 대형 레시피도 제공할 계획이다. 세일즈 확장에선 비건 식료품점인 '비건스페이스'와 '러빙헛' 입점을 협의중이다.
푸드트럭으로 국회까지 진출했으나 '코로나 직격탄' 허 대표에게 이번은 재기전이다. 2016년 푸드트럭 붐이 한창일때 '서울트럭'이란 이름으로 창업해 미국식 그릴 샌드위치를 팔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국회의사당 내 소통관 푸드코트에서 장사할 기회를 얻었다. 롯데몰을 비롯해 유명 백화점에도 속속 입점했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로 한방에 무너졌다.
허 대표는 "우리가 만든 천연채소 소스가 비건들의 솔(Soul) 푸드이자 대표적인 K푸드로 자리잡는 꿈을 다시 한번 꿔본다"면서 "이왕 다시 하는 거면 미래 지향적 브랜드랄까, 좀 더 거창하게 가보고 싶었다. 사회문제도 해결하고 수익성도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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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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