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접합 소재 국산화
일본 수출규제 2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가 백방으로 충격 완화에 힘썼지만 사소하게 취급했던 곳에서 허점들이 나타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접합소재가 대표적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부품들을 설계에 맞게 붙일 때 쓰는 풀(접착제)이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생태계에서 이를 만드는 업체는 1%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거의 해외 제품을 가져다 쓴다"고 했다.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접착소재는 대개 미국산이거나 일본산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접합 소재 시장점유율은 미국 알파(Alpha)가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 SMIC가 18%로 뒤를 잇는다. 나머지 주요 공급업체들도 일본, 대만, 독일, 캐나다 회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신개념 접착소재를 개발한 토종 기업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창업한 제30호 연구소기업으로, 패키지 전극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호전에이블이 바로 그곳이다. 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스마트폰이나 고화질TV 등 정밀 접합이 요구되는 IT 제품에 최적화된 에폭시계 제품을 전 세계 처음으로 개발·상용화했다"면서 "퀄컴, TSMC 등 다국적 기업이 현재 평가 중"이라고 귀띔했다.
◇접착제 하나 바꿨을 뿐인데...연 60억 절감=사람의 땀구멍까지 보인다는 초고화질 TV 제작과정을 보면 수많은 LED칩을 네모난 보드에 붙여 만든다. 기존 접착소재는 금속 환원용 액상제와 용제가 섞여 있다. 접착 후 용제가 많이 붙어 있으면 완성품의 하자 발생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별도의 세척 공정을 거친다.
하지만 호전에이블의 접착소재인 에폭시솔더페이스트(Epoxy Solder Paste·ESP)는 이런 단계를 밟지 않아도 된다. 문 대표는 "에폭시가 환원 용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잔류물이 남지 않아 세척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전에이블의 고객사인 에이에스이 코리아(ASE KOREA)는 ESP를 적용하면서 잔류 플럭스(Flux)를 세척하는 공정을 생략했다. 플럭스가 남으면 전류 흐름이 원활치 않거나 부품 부식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연 60억원대의 전기요금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ESP는 구부러지는 제품일지라도 뛰어난 접착력을 유지한다. 이 같은 특징은 웨어러블(착용형) 전자기기에 적용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문 대표는 "ESP는 초박형 전자제품용 기판이 휘어져도 불량이 생기지 않는다"며 "휘는 디스플레이 같이 미래형 분야에서 필수적인 접착 소재"라고 강조했다. .
◇퇴짜 수차례, 보수적 시장 어떻게 뚫었나=문 대표는 ETRI에서 7년여 연구 끝에 이 소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중소기업에 바로 이전됐지만 상용화가 예상보다 더뎠다. 결국 문 대표가 직접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그는 "애착을 가진 기술이다. 그간 공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서 연구실을 나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소재 분야 베테랑 연구원으로 꼽혔던 그였지만 기술 상용화는 다른 얘기였다. 그는 "산업 현장에선 물성 보완, 생산성, 색상까지 요구사항이 끝이 없었다"며 "하나만 빠져도 퇴짜 맞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문 대표는 지난 지난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변화가 아닌 변신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후 후속연구를 통해 강화플라스틱·접착제 등에 주로 쓰이는 에폭시와 부품 부착에 사용하는 금속 분말 알갱이인 솔더(solder) 분말을 융합한 ESP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이때부터 호전에이블을 대하는 기업들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호전에이블은 전 세계 접합소재 시장규모를 약 4조원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ESP를 응용·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전력 반도체 구리(Cu) 소결 접합소재' 개발을 핵심으로 한 연구과제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제안, 'K-선도 연구소기업'에 선정됐다. 이 과제는 환경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납(Pb)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인 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적용이 가능해 앞으로 난도가 높은 파워소자의 접합 공정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호전에이블은 오는 2025년 국내시장 점유율 30%, 매출액 6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4년 기술특례상장할 방침이다. 문 대표는 "새로운 소재를 계속 개발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패키지 접합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호전에이블
- 사업분야소재∙부품∙장비
- 활용기술신재생∙에너지
- 업력***
- 투자단계***
- 대표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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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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