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 중국산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AI 챗봇이 전기차나 태양광 패널처럼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600만달러(약 87억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오픈AI의 챗GPT에 필적할 만한 AI 모델 'R1'을 선보여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중국 기술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가성비 AI 모델을 잇달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 따르면 중국에 등록된 생성형 AI 서비스는 300여가 넘는다.
지난 2주 사이에만 10가지 넘는 AI 모델이 새로 공개되거나 업그레이드됐다. 바이두는 딥시크의 R1을 직접 겨냥해 '어니 X1'을 출시했고, 알리바바는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AI 비서 '쿼크'의 새 버전을 공개했다. 텐센트는 챗봇 위안바오를 통해 자체 AI 모델인 '훈위안 T1'의 최신 버전을 선보였고 딥시크는 'V3' 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AI 모델의 신속한 기술 개선과 수정은 단순히 기업들이 딥시크 성공에 동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표준과 기준을 설정하려는 노력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려는 시도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매체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자들을 밀어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패턴이 AI 분야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두가 밝힌 어니-X1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기업용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개당 2위안(약 400원), 출력 토큰 100만개당 8위안(약 1600원) 수준이다. 이는 딥시크 R1(각각 800원, 3200원)에 비해서도 절반 가격이고, 미국 업체 오픈AI의 추론형 AI 모델인 o3-미니(각각 약 1600원, 6400원)의 1/4 정도다.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늘 그랬듯, AI 분야에서도 연구하고 복제하고 최적화한 뒤 낮은 가격과 엄청난 규모로 경쟁자들을 파산시키는 전략을 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업고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반도체 등 전방위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AI 솔루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아마드 아와달라 역시 중국산 AI 모델의 범람은 "큰 문제"라면서 "AI 생태계 전반에서 기업 마진을 크게 압박하는 추세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AI 모델 개발업체뿐 아니라 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대형 AI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딥시크의 저비용 모델이 복제될 경우 고가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도 기업 가치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이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가진 만큼 AI 모델이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지면 AI를 탑재한 기기 수요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