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가 내리자 기다란 널빤지 같이 생긴 검은 철제 로봇이 차량 밑을 파고들었다. 이 로봇은 차량의 폭과 길이, 바퀴 위치를 측정한 뒤 일종의 팔을 뻗어 차량을 들어 올린 후 차고로 이동시켰다. 이어 1층부터 지상 10층까지 들어선 주차 공간 중 빈 곳을 찾아 차량을 주차했다.
다시 차를 빼고 싶으면 1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전자태그 카드만 찍으면 된다. 로봇이 건물 입구까지 차량을 다시 가져다준다. 차량 출차를 위해선 안면인식과 지문, QR코드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태국 내에서도 고급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는 이곳은 삼표그룹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가 보유한 로봇주차 기술인 '엠피시스템(MPSystem)'을 적용한 현장이다.
삼표그룹은 세계적인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한 셈페르엠과 2022년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엠피시스템의 국내 영업은 에스피앤모빌리티가, 해외 영업은 셈페르엠이 담당한다. 현재 태국과 스페인, 헝가리 등 전 세계 9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실제 엠피시스템을 갖추면 높이 99mm 크기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보관소에서 모든 방향으로 진입해 이동하고 층별 수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차량을 들어 올려 좁은 공간까지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주차장같은 자주식 주차의 경우 8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엠피시스템은 로봇주차의 리프트앤고(Lift&Go) 기술로 병렬 주차가 가능해 21대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에스앤모빌리티에 따르면 국내의 한 대형 쇼핑몰이 엠피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자주식 주차 방식과 로봇주차 방식의 경제성을 비교 분석한 것을 보면 자주식 주차는 지하 7층 깊이의 주차 안내와 관리를 위해 층당 2명씩 72명이 필요하지만, 엠피시스템은 20명만 있으면 된다. 운영비로 연간 35억원이 절감된단 설명이다. 차 팀장은 "엠피시스템은 한 개 층을 덜 파내고도 비슷한 수준의 차량 주차가 가능해 공사비만 약 165억원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시공 현장마다 다른 시스템의 레이아웃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하로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길 원하면 지하주차장 형태로 더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하고 주차타워형으로 원하는 곳은 타워형 시공이 가능하다.
특히 엠피시스템은 주차 공간이 철재 골조로 돼 있는 국내 기계식 주차타워와 달리 콘크리트 구조로 격벽이 설치돼 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전기차 화재 시에도 다른 차량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차량 추락위험도 원천 차단된다.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차량을 받치고 있는 바닥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사람이나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6일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교회에서 기계식 주차장에 50대 운전자가 주차하던 도중 차량을 받치던 바닥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차량이 2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엠피시스템을 설계하고 보수하는 엔지니어인 정이등 셈페르엠 팀장은 "사람이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로봇이 발렛파킹을 해주는 구조라 운전자와 차량이 추락할 위험이 원천 차단된다"고 자신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로봇 주차 시스템은 공공주택의 주차 공간 부족과 비효율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이라며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공주택의 분양가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 주차 시스템은 아직 일반 시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므로 초기 수용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외 실제 사례를 활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자 사진 방콕(태국)=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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