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 해결 '발렛 로봇' 뜨는데…한국, 10조 시장 놓치나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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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난 문제 해소하는 신기술, 한국선 규제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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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서울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문제는 '주차난'이다. 도심지 과밀화와 땅값의 지속적인 상승, 자동차 보유율이 증가하면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다.

주차난은 단순히 운전자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는 과정에서 교통혼잡이 심화하고 차량의 공회전이 증가해 대기오염에도 영향을 준다. 시간 낭비와 연료 소비가 쌓이면서 경제적 손실이 점점 커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로봇주차'가 주목받고 있다. 로봇주차는 운전자가 발렛주차하듯 주차장과 근접한 외부 구역에 차량을 놓고 하차하면 로봇이 차량을 들어 올려 자율주행을 통해 주차장 내 비어있는 구역으로 주차하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직접 주차하는 '자주식 주차장'이나 기계를 구동해 차량을 입출고하는 '기계식 주차장'보다 훨씬 촘촘한 주차가 가능해 같은 주차 면적에서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자주식 주차장에서 요구되는 △사람의 승하차와 이동 공간 △전후진 주행에 따른 여유 공간 △마주오는 차량을 회피하는 공간 등을 없앨 수 있고, 기계식 주차장과 비교해도 더 낮은 층고를 사용함으로써 건물 공사비 절감과 추가 임대공간 확보 등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기계 결함이나 부실한 안전관리, 이용자 과실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자주식 주차장의 인명 피해 가능성은 기계식 주차장에 비해선 낮으나 '문콕'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로봇주차는 이 같은 기존 주차 시스템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로서 시장 가치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서치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로봇주차 시장규모는 2030년 67억달러(약 9조740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체증 악명 높은 태국, K-로봇주차 기술로 주차난 해소


로봇주차 기술 '엠피시스템'(MPSystem) 제품 /사진=에스피앤모빌리티
로봇주차 기술 '엠피시스템'(MPSystem) 제품 /사진=에스피앤모빌리티
로봇주차를 활용해 주차난을 해소한 대표적인 나라는 태국이 꼽힌다.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악명을 떨쳐 온 태국의 수도 방콕은 로봇주차 기술 도입에 성공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의 로봇주차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방콕의 쇼핑센터인 '위즈덤101'에는 국내 스타트업 셈페르엠의 로봇주차 기술인 '엠피시스템'(MPSystem)이 적용됐다. 2022년 9월부터 총 690대 규모의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2분30초 남짓의 짧은 시간에 차량 출차가 이뤄진다.

방콕의 주거시설인 '하이드 수쿰빗'에는 198대 규모의 엠피시스템이 설치됐다. 차량 주차 공간(차실)의 높이를 낮춰 공사에 필요한 굴착 심도(깊이)를 줄였고, 좁은 대지에 상대적으로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했다.

엠피시스템의 요소는 크게 △로봇 △딜리버리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3가지로 나뉜다. 우선 로봇이 움직여 최대 3톤의 차량을 들어올린 뒤 딜리버리시스템을 통해 차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하고, 수직·수평·회전 등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주차 임무를 완수한다.

주차의 모든 과정은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각 차량의 시간대별 입출차를 스스로 학습해 차량별 적합한 위치의 차실에 배치한다. 이를 통해 출차 예약도 가능하다.

셈페르엠은 2016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 엠피시스템을 수출했다. 이후 2022년 로봇주차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삼표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엠피시스템의 국내 영업은 에스피앤모빌리티, 해외 영업은 셈페르엠이 수행한다.


HL만도·휴맥스모빌리티도 도전장…상용화 문턱은 못넘어


HL만도의 주차로봇 '파키'가 실제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HL만도
셈페르엠 외에도 HL만도 (45,450원 ▲4,750 +11.67%)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휴맥스모빌리티가 로봇주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HL만도는 지난해 KT의 판교 신사옥 주차장에서 로봇주차 시스템 '파키'의 상용화를 모색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파키는 가로 1100㎜, 세로 1860㎜ 크기로 3톤 이상의 차량도 거뜬히 들 수 있다. HL만도의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 자율주행과 첨단 부품 기술이 총망라됐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주차장의 수용 능력을 최대 30% 키울 수 있다는 게 HL만도의 설명이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지난해 현대위아가 개발한 로봇을 통해 서울 성수동의 로봇 친화형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서 기술을 검증했다. 이 로봇은 타이어 리프트 방식으로 20초 안에 차량을 들어 올리며 최대 2.2톤까지 운반 가능하다.

여러 기업들이 로봇주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아직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현행 주차장법상 로봇주차는 기계식 주차로 분류돼 기존 기계식 주차장치의 안전·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주차는 별도의 관련 규정이 없어 일반 기계식 주차장치(팔레트) 설치 및 안전기준에 따라야 한다. 로봇이 차 밑으로 들어가서 옮긴다는 단순한 개념인데 현재 법규로는 재산상 피해를 입히는 행위로 분류돼 세워진 차를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로봇주차 관련 제도적 불확실성 등으로 사업성 판단이 쉽지 않아 섣불리 대규모 투자나 생산 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보험가액 산정 문제, 운영사·건물주 등의 책임 소재도 모호한 상황이다.

장성진 에스피엔모빌리티 대표는 "로봇주차 시스템은 법규를 준수하며 국내에 보급되고 있으나 주차 가능 대수를 대폭 늘려 주차난을 해소하고 공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을 법적 규제로 인해 100%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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