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 더 싼 'AI 학습' 한국이 먼저였다…동네 PC방용 칩 사용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5.02.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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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KAIST 교수 연구팀, 수백만 원대 게임용 GPU로 AI 학습…같은 GPU로 속도 104배 ↑
"불가능할 거란 의견 지배적이었지만…결국 AI 전쟁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것"

각사가 AI 학습에 사용한 GPU 비교/그래픽=이지혜
각사가 AI 학습에 사용한 GPU 비교/그래픽=이지혜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사양 AI 반도체로 학습한 이른바 '고성능·저비용 AI'를 공개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 딥시크가 사용한 H800보다 저렴한 '게임용 GPU'로 AI를 학습시킨 사례가 있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딥시크 AI의 개발 비용을 낮춘 핵심 기술인 'MoE(Mixture of Expert·전문가 기반 혼합형)'도 국내에서 구현됐다.

딥시크가 공개한 R1이 화제가 된 건 엔비디아의 저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인 H800을 써서다. 개당 6000만원을 호가하는 고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 H100으로 훈련한 챗 GPT와 달리, H100과 비교해 성능은 30% 떨어지지만 가격은 수천만 원 저렴한 H800을 활용해 고성능 AI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동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분산 학습 프레임워크 '스텔라트레인(Stella Train)'은 H800보다도 저렴한 100만~300만원대 저가 GPU를 활용했다. 동네 PC방에서 사용하는 게임용 GPU인 엔비디아 'RTX'다. 프레임워크는 AI 제작에 필요한 도구를 모아둔 일종의 'AI 생성 틀'이다.

연구팀은 RTX 10개와 CPU(중앙처리장치)를 병렬로 연결해 학습 속도를 높였다. 고속 네트워크 없이도 학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속도에 맞춰 데이터를 압축·전송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같은 RTX를 사용하는 메타의 AI 프레임워크 '파이토치'보다 학습 성능을 104배 높였다. 파이토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방형 AI 프레임워크다. RTX보다 성능이 약 2배 높은 H100과 비교하면 값싼 GPU만으로 성능을 52배까지 높인 셈이다. 이같은 성능을 내려면 기존엔 수억원대에 이르는 H100 여러 대와 이를 연결하기 위한 초당 400기가비트(Gbps)급 고속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딥시크의 핵심 기술인 'MoE'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ES-MoE'도 개발했다. '전문가 기반 혼합형'이라는 뜻의 MoE는 특정 작업에 특화된 여러 LLM(거대언어모델)을 한데 모은 뒤 작업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LLM만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메모리 사용량을 훨씬 줄이면서 작업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딥시크 발 '충격'이 발생하기 전이어서 한 교수의 연구는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 교수는 "오픈AI 등 앞서 나가는 빅테크 기업이 비싼 GPU를 쓰는 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거란 시각이 대부분이었고, 저가 GPU를 활용하는 기술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한 교수는 "오픈 AI는 LLM(거대언어모델)의 크기를 키우면 키울수록 AI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때문에 전 세계 빅테크가 LLM의 크기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고성능 GPU를 더 많이 쌓아두는 게 '대세'가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하지만 AI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결국엔 '누가 더 좋은 반도체를 쓰냐'보다는 '누가 더 저렴한 AI를 공급하느냐'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저가형 GPU를 사용한 딥시크의 등장이 그 신호탄"이라고 했다.

'한국판' 딥시크 AI를 개발한 한 교수의 연구팀은 앞으로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 AI'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대학 등의 연구기관은 수억원대의 GPU를 연구용으로 수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가용 자원이 적은 연구자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된 상태다.

한동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사진=KAIST
한동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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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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