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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리아킴은 세계 최대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무려 263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채널 수입은 0원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리아킴은 "음악저작권자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라며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정산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음악은) 잘 돼있는데 댄스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무도 음악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소셜미디어(SNS)에서 '포인트 안무'를 커버하는 챌린지도 대유행이다. 이에 안무저작권을 인정해달라는 댄서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TS, 세븐틴 등의 안무를 짠 스타 안무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와 현대무용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가 무븐트를 설립한 이유다. 무븐트는 원작 안무가들이 저작권료를 정산받을 수 있도록 댄스 지적재산권(IP)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정의준 무븐트 대표는 "국제 콩쿠르 대회를 휩쓰는 '월드클래스' 선배 안무가들도 최저시급을 받고 알바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현실적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우니 춤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다 K팝으로 넘어갔다. 2000년대 초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 비보이 산업이 사그라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악저작권 밸류체인과 동일…안무유통사 자리매김"

댄스 IP 인프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음원 저작권료가 정산되는 시스템부터 알아야 한다. 가수가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음원유통사를 거쳐야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나 YG PUL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통하면 멜론, 지니, 유튜브뮤직 등 플랫폼에 동시에 발매할 수 있어 대형 기획사들도 유통사를 끼고 음악을 발매한다. 작곡가와 작사가들은 음악이 스트리밍할 때마다 음원유통사를 거쳐 저작권료를 받는다.

이와 달리 안무는 저작권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SNS 챌린지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작곡가, 작가사 등만 수익이 발생한다. 안무가는 기획사에게 짠 안무를 제공하고 의뢰비를 받는 게 전부다.

무븐트는 음원 밸류체인에서 '유통사'와 같은 역할을 할 계획이다. 게임사에게 고품질의 안무 모션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저작권자에게 정산하는 이모트 퍼블리셔를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피파나 배틀그라운드는 이미 뉴진스나 블랙핑크 등 아이돌그룹 스킨상품을 판매한다"며 "무븐트는 안무가, 기획사들로부터 안무 IP 운영권을 받아 게임사에 팔아서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하는 시장 규모도 크다. 정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등 상위권 게임에서 춤 아이템 판매 규모를 추산해보니 연간 7000억원"이라며 "국내 음악저작권협회의 연간 저작권료 징수액이 4000억원이다. 댄스 IP를 인정받을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 파급력이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은 게 바로 게임, 메타버스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제패토와 협업…글로벌 댄스IP 인프라 조성 목표

무븐트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댄스 IP를 인정하는 사례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댄스 IP 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계약을 맺었다. 인기 K-팝 스타 안무의 아바타 율동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자체 개발한 3D 모션캡처와 딥러닝 기술로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안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매우 극초기인 시장이다보니 제페토를 통해서 실증(PoC)하고 게임사 등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안무 표절 소송도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 안무가 카일 히가나미는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자신의 안무를 베껴 게임 캐릭터 감정 표현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항소심에서 2초짜리 안무도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정 대표는 "'백조의 호수'처럼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시퀀스로 진행되는 라이선스 공연처럼 댄스 IP란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댄스 IP를 산업화하려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한국이 먼저 하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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